4대 국정기조 가운데 하나로 '문화융성'을 내건 정부가 정작 문화 인프라의 바탕인 도서관을 담당하는 부서의 축소개편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19일 다수의 정부 및 도서관계 관계자에 따르면 도서관정책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현재 '국' 단위 조직인 '도서관박물관정책기획단'(도정단)을 '과' 단위로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장급인 단장이 이끄는 도정단에는 현재 도서관정책과와 도서관진흥과, 그리고 박물관정책과가 포함돼 있는데, 문체부가 검토 중인 방안은 도서관정책과와 도서관진흥과를 합쳐 도정단 자체를 과 단위로 조직 규모를 줄이는 것이다.
대신 새로 '인문정책국'(가칭)을 신설해 기존 박물관정책과를 이곳으로 옮기고, 아울러 문화정책국 소속 지역민족문화과가 담당하던 인문학과 전통문화 관련 업무도 함께 이관해 인문정신문화과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과단위로 축소된 도정단도 인문정책국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문체부 고위 관계자는 "도정단은 도서관법에 명시된 조직이어서 법을 바꾸기 전에는 없애는 것이 불가능해 이 같은 방향으로 조직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단계로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를 거쳐야 구체적인 개편 방안이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도서관만 보면 표면적으로 담당 조직규모가 줄어드는 것으로 보일 수 있으나, 도서관 관련 예산만큼은 매년 큰 폭으로 늘려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체부 다른 고위관계자는 "도서관 담당 조직을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인문정신이 화두인 상황에서 창조경제 기반 마련과 청소년 인성 함양을 위해 인문학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개편을 하는 것이라고 이해해 달라"며 "인문학의 저변을 보다 넓혀 가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도서관계에선 그러나 문체부에 대해 "인문학을 육성한다는 명분 아래 도서관 담당 조직 규모를 줄이는 이른바 '눈 가리고 아웅'식의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 도서관 전문가는 "정부가 인문정신을 강조하기 위해 조직적 뒷받침을 하겠다는 취지는 물론 그 자체로는 나쁠 게 없다"며 "하지만 독서정책 강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오히려 정책기능을 축소한다면 우리 사회에 독서활성화 바람이 다시 일어날 여지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과거 경험상 문체부가 여론 수렴과정을 통해 원안을 대폭 수정할 확률은 매우 낮다"며 "문체부가 인문학이라는 정책역할에만 주목해 속단하지 말고 문화 인프라 강화차원에서 조직개편 방안을 재고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다른 도서관 전문가는 "문체부 도정단은 가뜩이나 유명무실해진 대통령 직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의 사무기구와 정책기구를 겸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며 "이를 국 단위 조직에서 과 단위로 축소한다면 향후 도서관 정책 비중이 위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문체부에선 앞으로 도서관 관련 예산만큼은 계속 늘릴 것이라고 말하지만, 예산 규모 이전에 국가 문화정책의 우선순위 관점에서 도서관 정책을 바라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공공도서관 1곳 당 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 6만1532명으로 독일(1만60명) 영국(1만4826명) 미국(3만4493명) 일본(3만9813명) 등과는 격차가 여전히 크다. 또 각 시도 교육청 소속 도서관까지 모두 포함한 도서관의 1인당 평균 장서는 1.42권으로 이웃 일본 3.13권의 절반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 성인 연간 독서율도 1994년 86.8%에서 2011년 68.8%로 18%p 떨어졌다. 성인 10사람 중 3사람 이상은 1년간 책을 단 1권도 읽지 않는다는 얘기다.
머니투데이 박창욱 기자
출처 http://news.mt.co.kr/mtview.php?no=2013111909505172836&type=1&M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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