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입력 : 2013-11-08 15:22:31ㅣ수정 : 2013-11-08 15:22:31
원로 문인들의 분노
문학나눔사업과 우수학술·교양도서 선정사업을 통합 운영키로 한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진룡)의 방침에 대한 문인들의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민영·천양희 시인과 현기영·윤후명 소설가, 염무웅 문학평론가 등 원로 문인들은 8일 서울 중구 예장동 ‘문학의집 서울’에서 문학나눔사업 통합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이번 방침은 문학을 출판산업에 예속시킬뿐더러, 지원금을 빌미로 문학인의 손발을 묶는 결과가 될 것임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30일 국제펜 한국본부와 한국작가회의가 문학나눔사업 존치를 주장하는 성명을 낸 이후 두 번째 성명이다. 이번 성명에는 이외에도 구중서, 백낙청, 신경림, 윤흥길, 정희성, 조정래, 최일남, 황석영 등 문단 원로 13명이 서명했다.
이들은 “본래 이 사업은 문학 진흥을 위해 정부가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전문성과 자율성을 가진 민간단체에 운영을 맡겨왔던 것”이라며 “이제 출판산업 진흥이 목적인 공공기관(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으로 사업을 이관시키겠다는 것은 통제와 검열의 시대로 돌아가려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윤후명 소설가는 “문학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전시행정의 뒤에 있다고 해서 이렇게 홀대한다는 것은 슬픈 일”이라며 “문학인에게 글을 쓰는 최소한의 자유가 맡겨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염무웅 문학평론가는 “(사업이 통합되면) 문학 지원금이 늘어날 수도 있겠지만 문학을 통제하고 검열의 수중에 넣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면서 “(문학지원사업은) 문학에 대한 전문성을 지닌 사람들이 자율적으로 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5년부터 시작된 문학나눔사업은 복권기금으로 문학 도서를 구입해 소외계층과 소외지역에 보급하는 사업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사업 목적이 우수학술·교양도서 선정사업과 유사하다고 보고 2014년부터 두 사업을 통합하기로 했다. 문인들은 두 사업이 통합될 경우 문학·문인에 대한 지원보다는 출판산업에 대한 지원 쪽으로 균형추가 기울 뿐만 아니라 통합 운영 주체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산하에 간행물윤리위원회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문학창작의 자율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우려한다.
예산은 통합 이전 두 사업을 합친 금액 90억원에서 통합 후에는 142억원으로 늘어난다. 염무웅 평론가는 “정부 말대로 통합 후 전체 예산이 늘어나는 건 맞다. 그러나 문제는 이를 통해 문학을 정부의 입맛에 맞게 통제하려는 의도가 보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태구 문화부 출판인쇄산업과 사무관은 전화통화에서 “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간행물윤리위원회가 부설돼 있긴 하지만 업무가 서로 독립돼 있어 관여할 수 없는 구조”라며 “문학인들이 걱정하는 자율성 훼손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11081522311&code=96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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