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은 상대방의 월급이나 소득이 얼마냐고 묻는 것을 큰 실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가난한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데서 비롯된 일일 수도 있고, 반대로 돈에 초연한 척 하려는 심리 때문인지도 모른다.
다만 분명한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남의 떡'을 실제 이상으로 크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월급에 대한 심리적 인플레 현상이라고나 할까. 그래서인지 자신의 월급을 지인들에게 털어놓을 경우에도 약간씩 뻥튀기를 해서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게 되풀이되다보니 내 월급은 갈수록 초라해보이고, 남의 월급은 더 많을 거라 생각하는 피해의식은 더욱 깊어진다.
나는 작년부터 대학에서 강의를 한 과목 맡아 출강하고 있는데, 첫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꼭 물어보는 게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하면, 연봉을 얼마나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것이다. 가장 많이 나오는 액수가 3000만~4000만 원이다. 한 마디로 기대치가 너무 높다.
더 재밌는 것은 저학년일수록 기대하는 연봉 액수가 높다는 것이다. 그만큼 세상 물정을 모른다고나 할까.
사실 국민의 소득 통계가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는 선진국에 비해 우리 국민들은 자신의 월급이나 소득이 어느 정도 수준에 해당하는지 알기란 쉽지 않다. 그동안 언론에 보도되었거나 인터넷에 공개된 월급과 소득 관련 자료들을 찾아봤다.
얼마 전 동아일보 1면에 난 기사다.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한국 사람들은 자신이 실제 수준보다 더 못산다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이다.
실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하위 20~40%에 해당하는 중하층민의 월 평균 가구소득은 271만 원이다. 또한 하위 40~60%에 해당되는 중중층은 370만 원이다. 실제로는 중상층이거나 상층에 속하는 사람들이 생각은 '중하층'이라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가구소득은 1명의 월급이 아니라, 한 가구의 전체 소득을 말한다. 즉 맞벌이 부부의 경우 두 사람의 월급을 합친 금액이다.
재미있는 것은 전국 평균 가구소득 1~2위를 차지하는 울산과 서울 거주 응답자의 상대적 박탈감이 더 크다는 것이다. 그만큼 해당 도시 내부의 양극화가 심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기업이 많는 창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건 매일경제 2010년 6월 6일 보도 기사이다. 2010년 기준으로 봤을 때 가구소득이 연 3220만 원(월 268만 원)이면 딱 중간에 속한다는 것이다. 이 또한 '가구소득'임을 유념해야 한다.
이것도 2010년 자료인데, 총 근로자 개인소득이니 가구소득과는 좀 다르다. 총 근로자 1429만 명의 54%에 해당하는 781만 명이 연봉 2000만 원 이하를 받고 있다는 통계자료이다. 2000만 원 이상이면 중간보다 많다는 것이다.
이건 2012년 3분기 기준 통계청 자료라고 한다. 692만 명이 아직도 100만 원대 월급을 받고 있으며, 264만 명은 100만 원 이하 저임금으로 버티고 있다는 자료다. 월 200만 원대 이상이면 적어도 중간 이상은 된다는 걸 알 수 있다.
이건 자영업자의 월평균 수익이다. 월급생활자보다 더 힘들어 보인다. 물론 일도 직장인보단 훨씬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100만 원 이하가 57% 이상이나 된다.
조선일보 2012년 7월 11일 보도된 기사인데, 이 통계도 같은 수치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통계에 잡힌 숫자일뿐이다.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날품팔이나 일용직 등 극빈층까지 포함하면 실제 소득은 훨씬 낮아질 수 있다.
이런 실상을 제대로 알고 나보다 많이 버는 사람을 부러워하기보다는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의 처지를 헤아리는 마음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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