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5일 수요일

인문학이 사회와 소통하는 법

인문학은 사회와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임형택(왼쪽부터), 조한혜정, 김동춘, 첸리췬, 쑨거, 다카하시 데쓰야, 테사 모리스스즈키 교수가 <사회인문학과의 대화>에서 그 화두를 붙잡고 대화를 나누었다. 에코리브르 제공

사회인문학과의 대화. 연세대 국학연구원 인문한국사업단 편. 에코리브르·2만1000원
사회인문학과의 대화 
연세대 국학연구원 인문한국사업단 편
에코리브르·2만1000원 

사회인문학(Social Humanities)은 인문학의 사회성 회복을 통해 ‘하나의 인문학’, 곧 통합학문으로서의 인문학 본래의 성격을 오늘에 맞게 창의적으로 되살리려는 것이다. 학문의 분화가 심각한 현실에 맞서 파편적 지식을 종합하고 삶의 총체적 이해와 감각을 기르는 인문학의 수행은 또한 사회의 인문화를 이룩하는 촉매가 될 것이다.”
백영서 연세대 국학연구원장 겸 인문한국사업단장은 사업단이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2008년 11월부터 10년 기획으로 추진하고 있는 ‘21세기 실학으로서의 사회인문학’ 과제 설정 취지를 이렇게 얘기하면서, “학문 분과의 경계, 대학이란 제도의 안과 밖을 넘나들며 뜻을 같이하는 모든 사람들”과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사업단의 사회인문학총서 제4권 <사회인문학과의 대화>가 연대 대상으로 삼은 사람은 한국문학 연구자 임형택 교수, 문화인류학자 조한혜정 교수,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중국문학 연구자 첸리췬 교수, 쑨거 중국사회과학원 문학연구소 교수, 다카하시 데쓰야 도쿄대 대학원 교수, 테사 모리스스즈키 오스트레일리아(호주) 국립대 태평양아시아학부 교수 등 7명이다. 책은 이들 7명을 연세대 인문한국사업단의 최기숙, 김영선, 박영도, 조경란, 백영서, 김항 교수와 최혜월 호주 국립대 한국학연구소 교수 및 연구소장이 각기 따로 만나 인터뷰하며 대화하는 형식을 취했다.
인문학은 사회와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백 교수는 쑨거 교수와의 인터뷰에서 중국문학을 전공했으나 비교문학을 공부했고 다시 일본에서 다케우치 요시미 등의 정치사상에 천착한 뒤 현실 사회문제를 연구 주제로 삼고 있는 그의 작업을 사회인문학 연구의 전형으로 꼽았다. 쑨거 교수는 자신이 분과학문의 틀을 깨게 된 동기를 이렇게 밝힌다. “우선은 사회상황이었지요. 중국 사회는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격렬한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저로 하여금 문학 연구에서 걸어나오게 한 가장 큰 계기라면, 사회변화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효과적인 도구를 찾고 싶다는 열망이었을 겁니다. 지금 이 사회에서 이와 같은 변화들이 발생하고 있는데, 나는 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분석할 것인가?”
조한혜정 교수 식으로 얘기하면, “인문학이라는 게 결국 소통이고 더 나은 사회 변화를­사회는 끊임없이 변하니까­끌어내는 것이고, 실천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며 핵심은 “정말 진실이 뭐냐라는 질문을 누구와 어떻게 나누느냐”는 것이다. 하자센터와 인터아시아 문화연구 등을 만들어 활동해 온 조한 교수 역시 이를 위해 제도교육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비시장적인 시공간을 만들어, 연구자들을 닦달하지 말고 그들에게 “빈둥거리는 시간”, 즉 거미줄이 진득하게 나올 때까지의 숙성과정을 거치도록 해줘야 한다고 얘기한다.
사할린의 아이누족, 재일동포, 북한 인민 등 주변부에서 역사에 접근하는 독특한 연구방식으로 인문학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온 테사 모리스스즈키 교수도 자신의 체험을 토대로 제도교육에 얽매이지 말라고 얘기한다. “일반적인 방식으로 학계에 들어오지 않더라도 학술계 안에서 더없이 흥미진진하고 즐거운 삶을 누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젊은 학자들에게 전하고 싶어요. … 학술계는 대학 캠퍼스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식민지배와 침략전쟁과 관련해 “정의라는 것을 철저하게 잘라버리고 문제의식 자체를 기피하고 있는” 일본 사회에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해 온 다카하시 데쓰야 교수는 실패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민주주의는 영구혁명이라고들 하고, 그런 의미에서 탈구축도 끝없는 과정이라고 하니, 탈구축이란 바로 끊임없이 실패하는 것이겠지요. 실패하면서 끝없이 계속해가는 것이니, 그건 오히려 인간 자체가 아닐까요?”
김동춘 교수는 국가관료 체제조차 기업의 외주업체처럼 전락한 현대 기업사회는 예언자적 비판이 더는 통하지 않는 시대라며, 이런 시대의 공적 지식인은 엄격한 책임윤리만이 아니라, “과학적 기반 위에서 정부의 입장을 반박하며 진실을 규명”할 수 있는 전문성을 지녀야 한다고 얘기한다.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출처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622275.html?_fr=mt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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