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해자익징
[정의]
『설문해자(說文解字)』의 잘못되었거나 미진한 점을 보완한 책.
[편찬/발간 경위]
박규수(朴珪壽)의 동생이며 고종 연간의 문신인 박선수(朴瑄壽)가 편찬한 것을 김만식(金晩植)이 교열하여 1905년경에 완성하였다. 최남선(崔南善)이 운영하던 광문사(光文社)에서 1912년에 간행하였다. 완성되기까지는 형인 박규수를 비롯한 당대의 많은 명사들이 토론에 참여하고 함께 의문을 풀었다고 한다.
[서지적 사항]
14권 6책. 석판본. 국립중앙도서관·규장각 도서·계명대학교 도서관 등에 있다.
[내용]
『설문해자』는 중국의 허신(許愼)이 편찬한 14편 540부 총 9,353자의 한자에 대한 해설집이다. 동한(東漢)의 화제(和帝) 때인 100년(영원 12)에 완성된 뒤 지금까지 2,000년래 제일의 문자서(文字書)로 전해지고 있다.
허신은 자신이 설정한 부수(部首)에 의거해서 한자를 분류하여 수록한 뒤, 그 글자의 원시 의의(原始意義), 즉 본의와 자형(字形)의 결구(結構), 당시의 독음(讀音)을 해설하였다. 각 글자의 다양한 자형을 연구하여 정확한 뜻을 이해하려고 하였는데, 이사(李斯)가 정리했다는 소전(小篆)을 표제어로 내세워 해설하였다. 그리고 그 이전에 쓰이던 주문(籒文)이나, 주문에 앞서 쓰이던 고문(古文)이 전해지는 경우 해당하는 표제어의 해설 뒤에 수록하였다.
『설문해자』에서 한자를 일정한 부수에 소속시키는 방식으로 분류하여 해설한 것은 이전에 없던 획기적인 것으로서 후세의 자서 편찬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원시 문자의 진적을 잃은 것이 많아 글자 원래의 본의를 잃은 경우도 많으며, 그 해설에 많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되기도 한다. 특히, 가장 방대하다는 『설문해자주(說文解字注)』가 청대의 단옥재(段玉裁)에 의해 이루어질 때까지 고문에 앞선 종정문(鐘鼎文)을 고증의 대상으로 삼지 못했다는 것이 큰 약점으로 꼽힌다.
이 책의 편찬자인 박선수도 당우(唐虞) 삼대까지는 문자 본래의 뜻을 잃지 않았으나 그 뒤 자체가 점점 간단해지면서 본지를 잃게 되어 형태가 비슷한 것은 서로 혼동하고 있다고 하였다. 또, 허신이 『설문해자』를 편찬할 때도 땅속에 묻힌 은주(殷周)시대의 종정문이 모두 발견되지 않아 오로지 공벽서(孔壁書)의 과두문자(蝌蚪文字)만을 중요한 자료로 삼았기 때문에 이사가 정리하였다는 소전체나 그 이상의 사주문의 범주에 고증이 머물렀고, 그 뒤 한의 학자들은 스승의 설을 묵수하여 오류가 계속되었다고 지적하였다. 그러므로 이 책에서는 자체가 가장 명확한 종정문을 자료로 글자의 원래의 형태로부터 의미를 파악함으로써 허신이 제대로 밝히지 못한 것을 바로잡아 밝히고, 종정문이 남아 있지 않은 글자의 경우라 하더라도 남아 있는 다른 글자를 토대로 추론하였다.
이 책은 그 앞머리에 한말의 사상가인 김윤식(金允植)의 서문을 실었고, 말미에 김윤식과 김만식의 부설(附說), 그리고 허신의 『설문해자』 원래의 서문을 수록하였다. 본문은 『설문해자』 원래의 체재를 따라 가면서 필요한 경우 편찬자의 연구 내용을 덧붙인 것이다. 각 부수 별로 우선 속문(屬文)·중문(重文)의 숫자 및 편찬자가 인증(引證)하여 보완한 글자의 숫자를 기재하였다. 이때 속문이란 그 부수에 속하는 글자로서 『설문해자』에 표제어로 설정된 글자를 말하고, 중문이란 표제어로 설정된 것과 같은 글자이면서 사주문·고문 등 다른 형태로 전해지는 것으로서 역시 『설문해자』 원본에 수록된 글자를 뜻한다.
인증한 글자의 숫자를 따로 밝힌 까닭은 편찬자가 인증한 것이 없는 글자에 대한 『설문해자』의 내용은 이 책에 수록하지 않았기 때문이지만, 전증(全證)이라 하여 그 부수에 속하는 글자를 모두 인증한 곳도 많다. 대상 글자의 수 뒤에 해당하는 부수에 대한 해설을 붙여 놓았는데 이것은 대체로 『설문해자』 원본과 동일하다.
이하 그 부수에 소속된 글자에 대해서 편찬자의 설명을 붙여 놓은 것들이 이 책의 중심 내용을 이룬다. 이 부분은 종정문이 전해지는 경우, 소전의 표제어 밑에 그것을 크게 내세우고 그 밑에 문장으로 자신의 주장을 펴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인증한 글자마다 여러 개의 종정문이 수록되어 있는 경우가 일반적이며, 필요한 경우 수록된 종정문의 전거를 밝혔다. 다만 많이 확인되는 종정문에 대해서는 따로 전거를 밝히지 않았다.
본문에는 이해를 돕기 위한 많은 부호들이 기재되어 있으며, 난외에 본문의 인증한 부분을 부연하여 설명하는 내용이 길게 붙어 있기도 하다. 이것은 김만식이 교열한 내용인 것으로 판단된다.
[의의와 평가]
방대한 분량과 치밀한 고증은 논외로 하더라도, 이 책은 선학들이 이용하지 못한 새로운 자료인 종정문을 근거로 연구하였다는 점에 가장 큰 특색과 의미가 있다. 다만, 오늘날에는 종정문보다 이른 시기에 사용되던 글자로서 이 책이 이루어진 뒤에 발견되고 있는 갑골문(甲骨文)까지도 한자 연구의 자료로 삼고 있기 때문에, 현대에 그대로 학문적 가치를 지니기에는 우선 이용 자료 면에서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책은 좁게는 한자에 대한 과거 조선 문자학의 내용과 수준을 보여주고 있으며, 나아가 조선 후기 이래 한국 고증학의 학문적 성격과 방법을 전해주는 자료이기도 하다.
일찍이 박규수가 중국에 사신으로 갔을 때 완성되지 않은 상태로나마 이 책을 당시 청나라 설문학(說文學)의 대가들에게 보여 큰 경탄과 기대를 모았다고 한다. 특히, 박선수가 박지원(朴趾源)의 손자이고 개화사상의 지도자인 박규수도 이 작업에 깊이 참여하였다는 점이나, 김윤식 등이 여기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북학사상(北學思想)의 귀결점이나 개화파의 학문적 성격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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