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직지(Le Jikji) 동영상
프랑스 국립도서관(BnF, Bibliothèque nationale de France)이 인류 문화사의 가장 중요한 발명이라 할 인쇄술을 조명하는 전시,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Imprimer! L'Europe de Gutenberg)를 2023년 4월 12일부터 7월16일까지 미테랑도서관(Bibliothèque François-Mitterrand) 제2전시실에서 개최하고 있습니다.
이 전시에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서양 판목인 프로타 판목(Bois de Protat)이나 유럽 최초의 활판 인쇄물인 ‘구텐베르크 성경’(독일, 1455년경), 독일 마인츠 구텐베르크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인쇄용 압착기 등 중요 소장 자료를 전시하는 가운데, 금속활자로 인쇄된 것으로 가장 오래된 책인 ‘직지’(한국, 1377년)를 50년 만에 대중에게 공개한다고 하여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직지’가 처음 일반에 공개된 것은 1900년 프랑스에서 열린 파리 만국박람회 한국관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후 1972년 열린 ‘세계 책의 해’ 기념 전시와 1973년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열린 ‘동양의 보물’ 전시입니다. 이번 전시의 특징은 구텐베르크 이전의 인쇄술까지 거슬러 올라가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을 당시의 역사적 맥락 속에서 짚어보고자 한다는 데 있습니다. 이런 역사적 맥락(구텐베르크의 유럽) 속에서 ‘직지’는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전시와 함께 Bnf는 ‘르 직지(Le Jikji)라는 동영상을 제작하여 공개(2023. 4. 12.)했는데, 그 동영상의 내용은 이러합니다.
----------------
1. 직지 Le Jikji
‘직지(直指)’는 금속활자로 인쇄된 책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운(白雲)이라는 승려가 엮고 한자로 적은 이 책은 중국 선종 불교의 선사와 고승들의 가르침을 담고 있다. 1377년 청주(淸州) 흥덕사(興德寺)에서 상하2권으로 간행되었다. 이 책은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어떤 놀라운 여정을 거쳐 이곳까지 오게 되었을까?
2. 불교의 가르침에 대한 지침서 Un guide pour L'enseignement du bouddhisme
1351년 고려의 53세 승려 백운은 선지식을 찾기 위해 원나라로 유학을 떠나 깨달음을 얻고자 했다. 백운은 스승의 후계자가 되었고, 부처에 귀의하여 깨달음을 얻었다. 그로부터 3년 뒤 스승이 열반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스승은 백운을 후계자로 지명하고, 중국 선종의 전법을 전했다. 백운은 세상이 변하는 것을 경험했고, 이생에서의 삶의 끝이 다가옴을 느꼈다. 그는 모든 중생에게 선사들의 가르침을 전하고 싶었다. 그리하여 73세였던 1372년 성불산에서 지내며 직지를 편저했고, 2년 뒤 1374년에 여주 취암사(鷲岩寺)에서 입적했다. 제자인 석찬과 달잠이 스승의 종지를 후세에 전하고 존경하는 스승님께 헌정하고자 이 책을 인쇄하기로 결심했고, 묘덕이라는 부유한 비구니가 시주했다. 그렇게 해서 원나라 선광7년(宣光七年) 7월 즉 정사년(丁巳年) 1377년 마침내 직지가 간행되었다.
3. 고려의 목판인쇄술과 활판인쇄술 Xylographie et typographie en Corée
8세기부터 신라인들은 목판인쇄술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당시 신라에 불교가 전파되면서 오랜 전통을 지닌 목판인쇄술이 발달했다. 이 기술 덕분에 수백 권 이상의 책을 대량으로 인쇄할 수 있었고, 목판을 보관할 수 있어서 추후 재인쇄도 가능했다. 보다 빠른 인쇄를 위해 처음에는 나무로, 그 다음에는 금속을 녹여 만든 이동식 활자를 사용하면서 11세기 중국에서 실험적인 형태로 개발된 기술인 활판인쇄술을 이용했다. 그런 다음 활판을 각수(刻手)에게 보내 최고의 목판 간행물들을 인쇄했다. 13세기부터 고려는 목판인쇄술과 활판인쇄술의 상호보완적인 두 가지 기술을 병용했지만 목판인쇄술이 주요하면서도 보관 가치가 있는 기술로 오랫동안 남아 있었다. 1377년부터 목판본과 금속활자본으로 직지가 간행되었다.
4. 한국과 유럽: 인쇄술의 두 가지 경로 Corée et Europe: deux voies de l'imprimerie
그로부터 78년 뒤인 1455년, 구텐베르크는 금속활자를 발명해 이른바 ‘구텐베르크 성경’을 인쇄했다. 그의 또 다른 발명품인 압착기 덕분에 인쇄 작업을 기계화할 수 있었던 반면, 고려에서는 활자판에 한지를 놓고 밀대를 사용하여 탁본의 형식으로 여전히 인쇄하고 있었다. 구텐베르크는 구리를 녹인 합금 주형을 사용했고, 고려인들은 밀랍이나 주물사 주조법을 사용했다. 활자를 만드는 금속재료 및 합금도 달랐다. 그렇기 때문에 구텐베르크와 고려의 금속활자는 서로 별개의 것이다. 각자 고유한 방식으로 발명되었으며 시간적 가치가 다르다.
5. 콜랭 드 플랑시의 뜻밖의 발견 La découverte inattendue de Collin de Plancy
19세기 말, 서울 주한대리공사 빅토르 콜랭 드 플랑시의 손에 고서 한 권이 들어왔다. 마지막 페이지의 간기를 통해서 이 책이 구텐베르크보다 78년 앞선 1377년에 금속활자로 인쇄되었다는 것을 플랑시는 알게 되었고, 그 사실을 향후에 제작된 책 표지에 수기로 기록했다.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장 한복판에 그는 자신의 수집품 중 가장 멋진 소장품들과 함께 직지를 전시했다. 1911년 그의 고서들과 골동품들은 경매를 통해 팔렸다. 이후 보석상 앙리 베베르가 180프랑에 직지를 구입해 소장하고 있다가, 자손에게 유언을 남겨, 1950년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기증했다. 직지는 현재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상권은 현존하지 않지만, 백운이 입적한 취암사에서 보관하고 있던 목판으로 인쇄한 1378년 목판본은 완전한 형태로 선본으로 소장되어 있다. 이 목판본은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과 국립중앙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다.
6. 직지의 마지막 미스터리 Les derniers mystères du Jikji
오늘날 한국과 프랑스의 학자들은 활자 주조법과 인쇄에 어떤 기술을 사용했는지, 종이와 먹의 재료는 무엇이었는지, 14세기~19세기에는 어느 곳에 보관했는지 등 직지의 마지막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함께 연구하고 있다. 책 상단에 수액 또는 송진으로 생긴 갈색 얼룩이나 번진 자국을 볼 수 있는데, 이 기이한 현상은 복장물(腹藏物)로 불상 안에 들어 있었던 시간이 길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불교 전통에 따르면, 불상을 만들 때 불상의 몸속에 불경이나 불교 상징물을 넣는 복장의식을 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불상을 조각한 나무에 계속해서 공기가 통하고, 수액도 흐른다. 그렇기 때문에 직지는 직사광선과 세월의 흔적을 피해 수세기 동안 그곳에 보존되어 있었을 것이다. 너무 잘 보존된 나머지 거의 파손되지 않은 상태로 우리에게 전해졌고, 우리에게 부처에 귀의하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