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인구 70만명의 히말라야 소국 부탄을 알리는 만화 동영상이 소리소문없이 화제다. 유튜브에서 ‘GNH’(Gross National Happiness·국민총행복)를 치면 나오는 3분29초짜리 동영상으로, 우리말로 자막 처리된 것도 있어 보기가 어렵지 않다.
동영상은 1972년 즉위한 지그메 싱기에 왕추크 국왕이 부탄의 국가 발전 지표로 국내총생산(GDP) 대신 국민총행복을 개발하고 운용하는 과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국민총행복은 ‘행복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는 신념 아래 지속 가능한 개발, 문화 진흥, 환경 보전, 좋은 통치를 4대 핵심으로 삼는다. 농업, 교통, 무역 등 모든 정책은 ‘국민 행복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라는 관점에서 검토된다.
이런 철학이 40년간 지속돼온 부탄의 성적표는 어떨까. 13일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놓은 지난해 국가별 1인당 국내총생산 자료를 보면, 부탄은 1978달러로 세계 122위다. 4만7284달러인 미국(9위)의 24분의 1에 불과하고, 한국(34위)의 2만591달러에도 크게 못 미친다. 돈의 잣대로 보면 형편없이 후진 나라다. 하지만 부탄은 2006년 영국 레스터대학의 에이드리언 화이트 교수가 작성한 ‘세계행복지도’에서 당당히 8위를 차지했다. 미국은 23위, 한국은 102위였다. 또 2009년 영국 신경제재단(NEF)이 생활만족도, 기대여명 등을 토대로 만든 ‘행복지수’(HPI) 조사에선 17위에 올랐다. 반면 한국은 68위에 그쳤다. 이 나라에선 교육과 의료가 무상이라고 한다.
이쯤 되면 한국과 부탄 국민 어느 쪽이 삶의 질이 높은지 헷갈린다. 경쟁과 무조건적인 1등주의에 치여 모두가 갈수록 불안해지는 한국 사회에서 부탄의 ‘발상의 전환’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개인의 행복도 국가와 사회의 지향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정재권 논설위원 j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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