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2957819&code=13150000&sid1=cul
“1980년대 초엽 이래 아이들은 실제 우리 사회의 문화적 주인공으로 부상되어 오고 있다. 그 이전에는 유아는 글을 읽을 줄 모른다는 생각 아래 도서관이란 장소와는 상관없는 존재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오늘날 유아들은 어린이 책읽기에 대한 연구, 나아가 책읽기에 관련된 총체적인 문제에 이르기까지 변화를 이끌어 내는 주역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과연 그렇다. 출판계 전반이 침체에 빠져 있지만 어린이 책 분야만큼은 활기를 띠고 있다. 어린이라는 주제는 도서관계에도 혁신의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어쩌면 어린이라는 이 작고 신비롭고 명랑하고 귀여운 존재는 한국 사회를 바꾸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어린이는 TV를 장악했고, 가정·여가·소비·문화 생활의 중심이 되었으며, 육아 교육 의료 복지 노동 등과 관련된 사회·정치적 이슈로 부상했다.
‘행복한 책읽기 1’은 책과 도서관 세계에서 어린이라는 주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다룬 책이다. 저자는 평생을 어린이 책 사서로 살아온 팔십 가까운 프랑스 여성이다. 즈느비에브 파트는 프랑스 최초의 어린이도서관인 ‘즐거운 시간’ 연수 경험을 통해 어린이를 위한 사서의 길을 선택했다. 지금은 문화재가 된 어린이도서관 ‘책을 통한 기쁨’을 1960년대 중반 파리 근교 클라마르에 설립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어린이 책 연구자이기도 하다.
‘책과 어린이, 그리고 도서관에 관한 인문학’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어린이 책과 도서관에 대한 유용한 정보로 가득할 뿐만 아니라, 어린이-책-도서관-어른이 주고받는 관계와 영향에 대한 심층적 연구이기도 하다.
저자는 책과 도서관이 유년기에 주는 의미를 ‘질서 있는 공동체로 유년 세계의 문을 열어준다’는 문장으로 정리하면서 발견의 기쁨, 각자의 개별성에 대한 존중, 함께 살 수 있는 정신 등을 고양한다고 설명한다. 그는 미디어의 정보 과잉과 너무 바쁘고 피곤한 부모들의 현실을 거론하면서 “자기가 쏟아 놓는 여러 가지 질문에 대답을 듣지 못하는데 익숙해져 버린다면, 아이는 질문을 억누르고 더 이상 꺼내 놓지 않게 된다”고 우려한다. 또 통제와 획일화를 특징으로 하는 학교의 문제에 대해 “수업 후에 아이들로 하여금 활기찬 정신적 활동을 통해 자유롭고도 풍성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에는 학교 자체로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다”라고 분석한다.
도서관은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저자는 도서관을 “많은 미디어 가운데 아이에게 알맞은 것을 선택하고, 자기 방식으로 읽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법을 도와주고, 그리고 도서관 또한 여러 규율에 따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장소임을 깨우쳐 주는 곳”으로 정의한다. 도서관은 ‘호기심의 집’이고 ‘아주 특별한 마을’이며, “‘최선을 다한다면’ 어린이 도서관은 살아있는 따뜻한 가정이 된다.”
특히 북미 대도시의 도서관들이 “처음 도착한 이민자들이 언어와 문화, 전통이 다른 새로운 현실에 적응할 수 있게 도와주고 동시에 그들이 고유한 문화적 근원을 되찾을 수 있게끔 도움을 주는 기관”이었다는 얘기나, 부모가 하루 종일 집에 없는 아이들에게 ‘어른들의 조력이 있는’ 도서관이란 존재가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 설명하는 대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책과 도서관은 어른들이 아이들과 교류하는 한 방식이기도 하다. 그 의미를 논하는 몇몇 페이지들은 이 책에서 가장 탁월한 부분을 이룬다.
“아이의 손을 잡고 강을 건네주는 뱃사공이나 지혜를 깨쳐 주는 선지자 역할을 한다고 자처하지만 사실 우리 어른들이란 아이와의 관계를 통해 느껴지는 근원적인 기쁨에 기대어 살아가는 존재인 것이다.”
어쩌면 그런 것인지 모른다. 어른이 아이를 돌보고 키우는 게 아닐 지도 모른다. 어른이 아이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림책이나 이야기책을 앞에 두고 있는 순간만큼은 직장에서의 골치 아픈 문제나 일상의 하찮은 고민을 잠시 접어두고 아이와 함께 동심으로 돌아가 다시 한 번 즐거운 인생을 살 수 있는 은총을 허락받는 시간이다.”
책 속에서 저자는 세계에서 이름난 아동문학 작가들과 그들의 그림책, 소설, 시집, 사진첩, 다큐멘터리 등 수백 종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도서관과 사서의 자세나 장서 기준, 도서관의 미래에 대해서도 유용한 조언을 제공한다.
“기술적 진보가 지속되는 세상에서 도서관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또 서로 알아가고 생각하고자 하는 기본적인 필요에 답해주는 인간 커뮤니케이션과 사람들과의 관계, 그 터전으로서의 가치를 강조해 나가야 한다.”
‘행복한 책읽기’는 올 상반기 출간 예정인 2권으로 완결된다. 2권에서는 디지털 시대의 독서문화를 다룬다.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과연 그렇다. 출판계 전반이 침체에 빠져 있지만 어린이 책 분야만큼은 활기를 띠고 있다. 어린이라는 주제는 도서관계에도 혁신의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어쩌면 어린이라는 이 작고 신비롭고 명랑하고 귀여운 존재는 한국 사회를 바꾸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어린이는 TV를 장악했고, 가정·여가·소비·문화 생활의 중심이 되었으며, 육아 교육 의료 복지 노동 등과 관련된 사회·정치적 이슈로 부상했다.
‘행복한 책읽기 1’은 책과 도서관 세계에서 어린이라는 주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다룬 책이다. 저자는 평생을 어린이 책 사서로 살아온 팔십 가까운 프랑스 여성이다. 즈느비에브 파트는 프랑스 최초의 어린이도서관인 ‘즐거운 시간’ 연수 경험을 통해 어린이를 위한 사서의 길을 선택했다. 지금은 문화재가 된 어린이도서관 ‘책을 통한 기쁨’을 1960년대 중반 파리 근교 클라마르에 설립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어린이 책 연구자이기도 하다.
‘책과 어린이, 그리고 도서관에 관한 인문학’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어린이 책과 도서관에 대한 유용한 정보로 가득할 뿐만 아니라, 어린이-책-도서관-어른이 주고받는 관계와 영향에 대한 심층적 연구이기도 하다.
저자는 책과 도서관이 유년기에 주는 의미를 ‘질서 있는 공동체로 유년 세계의 문을 열어준다’는 문장으로 정리하면서 발견의 기쁨, 각자의 개별성에 대한 존중, 함께 살 수 있는 정신 등을 고양한다고 설명한다. 그는 미디어의 정보 과잉과 너무 바쁘고 피곤한 부모들의 현실을 거론하면서 “자기가 쏟아 놓는 여러 가지 질문에 대답을 듣지 못하는데 익숙해져 버린다면, 아이는 질문을 억누르고 더 이상 꺼내 놓지 않게 된다”고 우려한다. 또 통제와 획일화를 특징으로 하는 학교의 문제에 대해 “수업 후에 아이들로 하여금 활기찬 정신적 활동을 통해 자유롭고도 풍성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에는 학교 자체로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다”라고 분석한다.
도서관은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저자는 도서관을 “많은 미디어 가운데 아이에게 알맞은 것을 선택하고, 자기 방식으로 읽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법을 도와주고, 그리고 도서관 또한 여러 규율에 따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장소임을 깨우쳐 주는 곳”으로 정의한다. 도서관은 ‘호기심의 집’이고 ‘아주 특별한 마을’이며, “‘최선을 다한다면’ 어린이 도서관은 살아있는 따뜻한 가정이 된다.”
특히 북미 대도시의 도서관들이 “처음 도착한 이민자들이 언어와 문화, 전통이 다른 새로운 현실에 적응할 수 있게 도와주고 동시에 그들이 고유한 문화적 근원을 되찾을 수 있게끔 도움을 주는 기관”이었다는 얘기나, 부모가 하루 종일 집에 없는 아이들에게 ‘어른들의 조력이 있는’ 도서관이란 존재가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 설명하는 대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책과 도서관은 어른들이 아이들과 교류하는 한 방식이기도 하다. 그 의미를 논하는 몇몇 페이지들은 이 책에서 가장 탁월한 부분을 이룬다.
“아이의 손을 잡고 강을 건네주는 뱃사공이나 지혜를 깨쳐 주는 선지자 역할을 한다고 자처하지만 사실 우리 어른들이란 아이와의 관계를 통해 느껴지는 근원적인 기쁨에 기대어 살아가는 존재인 것이다.”
어쩌면 그런 것인지 모른다. 어른이 아이를 돌보고 키우는 게 아닐 지도 모른다. 어른이 아이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림책이나 이야기책을 앞에 두고 있는 순간만큼은 직장에서의 골치 아픈 문제나 일상의 하찮은 고민을 잠시 접어두고 아이와 함께 동심으로 돌아가 다시 한 번 즐거운 인생을 살 수 있는 은총을 허락받는 시간이다.”
책 속에서 저자는 세계에서 이름난 아동문학 작가들과 그들의 그림책, 소설, 시집, 사진첩, 다큐멘터리 등 수백 종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도서관과 사서의 자세나 장서 기준, 도서관의 미래에 대해서도 유용한 조언을 제공한다.
“기술적 진보가 지속되는 세상에서 도서관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또 서로 알아가고 생각하고자 하는 기본적인 필요에 답해주는 인간 커뮤니케이션과 사람들과의 관계, 그 터전으로서의 가치를 강조해 나가야 한다.”
‘행복한 책읽기’는 올 상반기 출간 예정인 2권으로 완결된다. 2권에서는 디지털 시대의 독서문화를 다룬다.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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