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11일 수요일

독고탁 만화시리즈-이상무/ 박근형 | 극작가·연극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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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형의 내 인생의 책](3) 독고탁 만화시리즈-소년 시절, 내 가슴속의 영웅
박근형 | 극작가·연극연출가
▲독고탁 만화시리즈-이상무

어릴 때 내게 제일 좋은 쉼터는 골목길과 만화 가게였다. 만화 가게는 내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사설 도서관 구실을 했다. 연탄난로가 한가운데 놓였고 긴 나무의자에 앉아 쥐포와 ‘쫀디기’를 구워 먹으며 만화책을 보고, 또래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는 그 시간은 황홀경의 세상이었다.

나는 그때 이상무의 만화를 보기 시작했고 ‘독고탁’을 만났다. ‘독고탁’은 내가 세상에 태어나 처음 만난 문학작품 주인공이다. 까까머리 소년 ‘독고탁’ 만화는 상황과 설정만 조금 다를 뿐 이야기의 전개와 캐릭터는 대체로 비슷하다. 불굴의 의지로 역경을 헤치고 결국 세상과 사람들로부터 인정받는 해피엔딩이다. 가난한 집 자식으로 태어나 외롭고 인정받지 못하는 ‘독고탁’은 ‘숙’을 짝사랑하지만 ‘사마준’의 시기와 질투로 오해받고 좌절하고 방황하고, 그래도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고, 결국 그런 ‘독고탁’에게 ‘숙’은 돌아오고….

나는 만화를 보고 나면 마치 ‘독고탁’이 된 양, ‘숙’ 같은 소녀를 그리워하기도 하고, 나를 괴롭히는 ‘사마준’ 같은 아이들에게 복수를 꿈꾸고, 내 인생도 앞으로 해피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집으로 갔다.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이제 보니 ‘독고탁’은 남자버전 ‘캔디’였다. 이상무는 내 가슴속 최초의 소설가이자 예술가, 영웅이고 우상이었다. 호주머니에 찰랑거리는 동전 몇 푼이 들어올 때마다, 이상무 선생의 신간이 나왔길 기대하며 만화 가게에 들어섰다,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주인의 말을 듣고 허전한 마음으로 털레털레 발길을 돌렸던 소년이 어디 나뿐이겠는가. 가끔 메이저리그 류현진의 경기를 보면, 코흘리개 시절 내 가슴을 울렁이며 마구를 뿌려대던 야구선수 ‘독고탁’의 모습을 다시 만나는 듯해 어릴 적 생각이 더욱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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