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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성장은 멈췄다특집-박근혜정부 2년, 농정성과 뒤집어보기
성과 1 - 소통과 설득의 쌀관세화, 농업 민감성 반영 FTA체결
성과 1 - 소통과 설득의 쌀관세화, 농업 민감성 반영 FTA체결
박근혜 정부 2년, 과연 농민들의 살림살이는 나아졌을까? 정부의 표현대로, 농업위기는 극복돼 도약의 기반이 마련됐을까? 농식품부의 화려한 수사를 전해들은 농촌현장은 코웃음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2년간 5개의 FTA가 타결됐다. 시장개방이 된 직접적인 농축산물 피해 뿐 아니라 물고 물리는 간접피해까지 감안하면, 농업기반 붕괴는 가속화 될 전망이다. 또 주식인 쌀 시장 개방문제를 기습 처리한 이후, 쌀값 21만원을 보장하겠다던 공약은 헛구호가 됐다.
▲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해 7월 18일 쌀 관세화 전면 개방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위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로 들어오고 있다. 이로부터 두달 뒤 이 장관은 쌀 관세율 513%를 확정 발표했다. 한승호 기자 |
① 소통과 설득의 쌀관세화
목표는 ‘쌀시장 전면개방’, 여론 무마에만 힘써
지난해 농업계의 큰 과제는 ‘쌀시장 전면개방’과 ‘한-중 FTA’였다.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해 7월 18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쌀 관세화 입장을 공식 발표했고, 두 달 뒤인 9월 18일 쌀 관세율 513%를 확정 발표했다. 이어 9월 30일 WTO에 쌀 수정양허표를 제출했다. 현재 WTO회원국 중 5개국에서 ‘관세율에 대한 이의’가 제기된 상태다.
이런 과정들을 정부는 “진정성 있는 소통과 설득”을 통해 “지난 20년간 지속되어 왔던 최대 농정과제인 쌀 관세화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달”이라고 표현했다.
말끔히 진행된 관세화 결정 과정인양 묘사되고 있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신정훈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농식품부 국정감사날인 지난해 10월 7일 “쌀관세화 결정, 언제 누구와 협의했나”며 정부를 몰아붙였다. 신 의원은 농식품부 대변인실이 6월 25일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언론활용 관세화 홍보계획이 나와 있으며 심지어 ‘네이버 지식인 질문·답변’ 이라는 구체적 추진내용까지 적혀있는 점을 들어 “정부가 농민들과 국민이 요구하는 협상은 하지 않고 국내 언론을 대상으로 여론 무마작업을 한 것”이라며 문제시했다.
신 의원은 또 “농식품부가 세운 쌀관세화 홍보계획 10가지 안 중 6월 26일부터 9월 28일까지 9가지를 모두 시행했고 마사회특별적립금 3억2,840만원, 농특회계 4,380만원 등 모두 3억7,220만원이 지출됐다”며 혈세까지 투입한 관세화 여론몰이 행태를 지적했다.
임종환 쌀전업농중앙연합회 회장도 “관세화 결정이 무난하게 진행된 것 절대 아니다”면서 “(정부는)관세화 결론을 지어놓고, 거기에 대해 설득작업을 해 왔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며 쌀관세화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았던 임 회장은 “결국 관세율을 얼마나 확보하느냐로 정부를 상대할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 입장을 되뇌었다.
관세화 발표 즈음에 소비자단체와도 자리를 마련했던 농식품부는 쌀관세화의 필연성만을 중점 설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YMCA전국연맹 관계자는 “당시 농식품부는 농민단체와 협의중이라고 말했고, 국제규약이므로 2015년부터 쌀관세화는 어쩔 수 없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쌀은 소비자들한테도 매우 중요한 문제다. 그래서 소비자단체들이 농식품부에 소고기 시장 개방에 무기력 했던 점을 반복하지 말아 달라, 쌀 내주면서 다른 음모 있는 것 아니냐 등의 얘기를 했다”고 기억을 되짚었다. 단지 쌀관세화의 필요성만을 전하는 자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관세율 500% 이상” 요구에 “관세화 하지 말란 얘기냐” 정부 반문
관세율 513%에 대한 결정 또한 정부의 입장변화가 급진적이다.
임종환 쌀전업농 회장은 “우리가 여러 경로를 통해 관세율이 500% 이상 가능하다는 내부 결론을 내서 정부에 수차례 얘기했지만, 당시 정부는 300% 안팎 정도로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무슨 소리냐, 관세화 하지 말라는 소리 아니냐, 는 답변을 듣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결국 관세율이 공식 발표되기 1시간 전, 임 회장은 513%라는 확정된 수치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불안한 쌀시장, 한치 앞도 못 본 ‘쌀산업발전대책’
쌀 관세화 확정 이후 정부는 ‘쌀산업발전대책’도 내놨다.
하지만 본격적인 수확기에 접어들면서 2014년산 쌀 가격은 급락했다.
이미 지난 2005년 밥쌀용 쌀 수입을 앞두고 쌀값 폭락을 경험했던 정부가 안일하게 대처하다보니 농민 피해가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2014년 공공비축미 우선지급금을 전년 보다 3,000원 낮춰 결정할 때부터 현장 농민들은 시중쌀값 하락을 우려해 ‘최소한 동결해야한다’는 목소리를 낸 바 있다. 뒤늦게 1년간 국민 쌀 소비량 400만톤 이외의 물량을 시장격리 시켰다지만, 쌀값은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농식품부가 뒷북행정으로 일관한 결과, 쌀 최다 생산지인 충남지역 농민들은 80kg 한 가마에 15만원 아래로 떨어졌다는 소식을 나누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근 쌀 소비확대 대책으로 농식품부는 쌀 수출카드도 꺼내들었다. 하지만 높은 쌀가격, 품질 등의 경쟁력 외에도 외국에 있는 교포들이 주 구매대상이기 때문에 수출시장이 그리 넓지 않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결국 쌀시장은 열렸고, 쌀값은 폭락했을 뿐 아니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쌀 고율관세는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점쳐지는 ‘쌀의 사면초가’야 말로 박근혜 농정 2년의 주목될 만한 결과다.
② FTA, 농업민감성 반영
5개국 FTA 체결, 물고 물리는 간접피해 속수무책
국내 종자 해외에서 재배돼 역수출
박근혜 정부 2년간 5개의 FTA가 속전속결로 체결됐다. 농민들이 결사반대하던 중국과의 FTA 뿐 아니라 영연방(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FTA 그리고 지난해 12월 체결된 베트남 FTA까지. FTA라면 지긋지긋한 농민들에게 농식품부는 “농업의 민감성을 최대한 발휘했다”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농업희생 없는 FTA란 불가능하다는 것이 결론이다. 특히 농식품부가 각각의 FTA 체결과정에서 ‘고려 못 한’ 부분과 품목별 대처가 ‘미흡한’ 부분은 심각한 피해가 예상된다.
익명을 요구한 농업계 전문연구자는 “한-중 FTA의 경우 백번 양보해 김치와 혼합조미료 외에는 개방이 안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우려했던 것 보다 조금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영연방 3개국과 베트남의 경우는 간과했던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영연방 FTA는 전체농산물이 한-미 FTA만큼의 개방 수준은 아니지만 축산물의 경우 비슷한 수준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수입축산물끼리 경쟁을 하는 구조가 돼 국내 수입되는 물량이 제한될 거라 판단하는데, 실제 시장상황은 낙관하기 어렵다. 수입축산물간의 출혈경쟁 등으로 국내 축산물가격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한-베트남 FTA의 경우 마늘, 생강 등의 양념채소류의 피해가 예상되는데, 이들 품목은 파쇄되거나 건조 혹은 냉장 품목 위주로 개방돼 국내 양념채소 시장을 또한번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요 농축산물이 아닌 경우의 피해를 간과했다는 평가다. 단적인 예가 ‘꿀’이다. 꿀이 시장개방 되면서 국내 양봉산업에 적잖은 피해가 발생하고, 결국 벌 생산 감축에 따른 수분활동 저하가 농업생산에 영향을 미치게 될 거란 전망이다.
당근의 경우도 최근 베트남산이 늘고 있다. 중국산 당근처럼 세척당근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국내에서 주로 소비되는 당근 품종이 베트남에서 재배돼 들어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 베트남산 신선당근 지난해 수입량은 4,660톤(농림축산검역본부 식물검역통계)으로 2010~2013년 연평균 수입량(47톤)의 100배에 육박하고 있다.
현재는 자국산 품종을 수출하던 FTA 체결국에서 한국산 품종을 들여와 생산하면서 국내 수입량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는 베트남산 당근 수입량 증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연구자는 “중국의 경우 산둥을 포함해 북경 근교 명절 시장에 ‘나주배’와 흡사한 배를 심심치 않게 보게 되는데, 국산 종자의 해외 수출은 그런 면에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으로 농식품부가 중점을 두는 골든시드 프로젝트가 맹점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품질 좋은 종자를 외국에 수출하는 것만 염두에 두고, 역공의 우려는 생각지 못한 단견, 지나온 FTA 협상에서 누락돼 왔던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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