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이사 가도 찾아오는 소중한 공간…문 닫으면 안돼"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동네 주민들과 다문화가족들이 어울리는 사랑방 구실을 해 온 도서관 문을 닫아야 합니까?"
5년 전 국내 첫 다문화어린이도서관으로 문을 연 뒤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의 따뜻한 다문화 사랑방으로 자리 잡은 '모두'(이하 모두도서관)가 재정난으로 문을 닫을 위기에 놓여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설립 때부터 주요 후원자였던 STX그룹이 경영난으로 내년부터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지만, 아직 새 후원자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모두도서관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이곳의 연간 운영 예산은 1억원이지만, 내년에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긴급 인건비 지원 2천만원과 한 기업의 후원금 1천만원을 합쳐 3천만원밖에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 도서관은 당장 1월부터 월세도 내기 어려운 형편이다. 다른 지역의 다문화어린이도서관들이 공공건물에 입주해 임대료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과 달리, 이문동 모두도서관은 개인 소유 건물을 임차해 쓰고 있어 꼬박꼬박 적지 않은 월세를 내야 한다.
이 도서관은 '국내 첫 다문화어린이도서관'이라는 상징성을 지녔을 뿐 아니라, 지역 주민과 다문화가족 및 이주민들이 이곳에서 자녀 교육을 위해 서로 돕고 소통하며 따뜻한 공동체를 꾸려온 모범 사례로 여겨져왔다.
165.28㎡(50평)으로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이지만, 국내도서 1만2천890권과 네팔, 몽골, 러시아, 방글라데시, 베트남, 이란, 인도네시아, 일본, 중국, 태국, 필리핀, 캄보디아 등 12개국의 도서 7천634권을 갖춰 지난 5년간 다문화가정 및 일반 가정 어린이 교육에 크게 기여했다.
아이들뿐 아니라 결혼이주여성과 이주민, 지역 주민들까지 사랑방처럼 이 도서관을 애용해 월별 평균 이용자수만 1천300명, 연간으로 따지면 1만5천600명이 이 도서관을 다녀갔다. 다문화가족회원 206명을 포함해 누적회원수가 1천89명에 이른다.
특히 엄마의 모국어로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이에게 소중한 유산이자 자산이라는 가치와 엄마의 역사와 문화를 엄마의 언어를 통해 이해해 나가는 경험의 소중함을 다문화가정에 전파한 것은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2009년부터 매년 6월 연 세계동화구연대회는 다문화가정과 이주민, 그 이웃들이 서로의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이고 소통하게 했다.
서울시가 주최하는 북페스티벌에 참가해 시민에게 다양한 나라의 책을 소개하고 이주여성이 직접 만든 북아트, 다문화인형극을 소개해 다문화에 관한 인식 개선을 돕기도 했다.
두 자녀와 함께 이 도서관을 4년 동안 이용하며 자원봉사활동도 하는 이해자(40) 씨는 "모두도서관은 다문화가정이든 아니든 동네 아이들과 아이들이 모여 한데 어울리고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 같은 곳이다. 이 도서관이 좋아서 멀리 이사를 왔는데도 계속 다닐 정도로 소중한 공간"이라며 "후원이 끊겼다는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는데, 빨리 좀 좋은 후원기관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문동 모두도서관 문종석 관장은 "우리 도서관에서는 아이들이 다양한 문화를 차별이 아닌 차이로 받아들이며 어울리고 함께 꿈을 키워왔고, 엄마들은 이곳에서 서로 친구가 되면서 공동 육아를 실현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선 지금 당면한 긴급한 상황만 넘기면 확보된 기간에 자립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도움을 호소했다.
도서관 측은 또 지역사회 안정과 지역민들을 위한 평생교육 차원에서라도 서울시나 동대문구가 최소한의 대책을 마련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후원 문의는 도서관(☎02-965-7530)이나 사회복지공동모금회(☎02-6262-3055)로 하면 된다.
출처 http://www.yonhapnews.co.kr/politics/2013/12/23/0503000000AKR2013122316690037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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