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과 더불어 1930년대 중·후반을 대표하는 시인으로 꼽힌 이용악(1914~1971)의 전집이 발간됐다.
20일 문학과지성사는 한국 근대시사에서 국내외 유이민의 현실적 질곡을 깊이 있게 통찰한 시인 이용악의 시전집이 출간됐다고 밝혔다.
앞서 1988년 동명의 책이 발행되고 1995년 증보판도 한 차례 나온 바 있다. 문학평론가인 윤영천 인하대 명예교수가 시전집의 책임 편집을 맡고 관련 자료를 추가해 완성시켰다.
이용악은 1914년 함경북도 경성에서 적빈한 가정의 아들로 태어났다. 일찍이 그의 아버지는 달구지에 소금을 싣고 러시아 영토를 넘나들던 중 객사했고, 그의 어머니는 다섯 형제 모두를 진학시키느라 어렵게 생계를 꾸려나갔다. 가난이 몸에 밴 이용악은 일본 조치대학에서 수학할 당시에도 온갖 품팔이 노동꾼으로 일하며 학비를 조달했다. 방학 때마다 간도 등지를 몸소 답사하며 만주 유이민의 참담한 삶을 주시했다.
이용악은 유이민의 침울하고 패배적인 생활사를 묘사함에 있어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동원해 탁월한 역량을 발휘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자칫 빠지기 쉬운 과장과 감상성을 걷어내고 아버지의 주검을 객체로 바라볼 정도로 냉정한 시선을 유지함으로써 당시의 비극적 실상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바로 이러한 점이 이용악 시 세계의 고유한 특징으로 손꼽힌다.
문학과지성사는 "시전집 최초 출간 30년 만에 새롭게 선보이는 책"이라면서 "이 시전집을 통해 '월북시인 이용악'이라는 그간의 일면적 이해를 넘어 1930년대 중후반을 대표하는 그의 시 세계를 폭넓은 관점으로 조망할 수 있게 됐다"고 소개했다.
월북 전 작품으로는 시집 '분수령'(1937), '낡은 집'(1938), '오랑캐꽃'(1947), '이용악집'(1949)의 수록작 및 시집 미수록작이 담겼다. 월북 후 작품으로는 '리용악 시선집'(1957)의 수록작 및 시집 미수록작이 실렸다.
산문으로는 이용악이 쓴 인상기와 번역 후기, 논고로는 당대 문인들이 쓴 작품론과 윤영천 교수의 이용악론 등이 더해졌다. 582쪽, 3만2000원.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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