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일본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바다출판사)이다.”
- 이유는.
“뒤늦게 <세번째 살인>을 봤다. 원래 좋아하는 감독인데, 감독이 어떤 생각과 가치관을 갖고 있는지, 그 영화를 만들어내는 정신적 토양이 궁금했다. TV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시작해서 문제의식을 발전시켜나가는 과정이 담겨서 좋았다.”
- 평소 즐겨 읽는 책은.
“사회과학 서적, 철학 등 인문서를 주로 읽는다. 얼마 전 미셸 푸코의 강연록 <담론과 진실>(동녘)을 읽었다. 고대 그리스어인 ‘파레시아’는 ‘진실 말하기’라는 뜻을 갖고 있는데, 최근 ‘미투(MeToo) 운동’과도 맞닿아 있었다. 진실을 말하는 행위가 어떤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됐다.”
- 언제 주로 책을 읽나.
“강연이나 글 쓸 때를 빼고는 계속 읽는다. TV는 거의 보지 않는다. 책 보다가 힘들면 영화를 보거나 살림을 한다. 글 쓰다가 집중이 안되면 책을 본다.”
- 글이 막힐 때 읽는 책은.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남는 구절에 밑줄을 긋거나, 좋은 문장이 있으면 다듬어서 노트에 옮겨 적는 편이다. 글이 잘 안 써지면 그 노트를 꺼내 읽고, 문장이 담긴 책을 다시 본다.”
- 생활인으로 살다가 작가의 길을 걷는 데 영향을 준 책은.
“니체 철학을 읽으면서 삶의 의지를 고양시키고 다른 가치관을 갖게 됐다. 내면화된 도덕 관념을 벗어나서 주체적인 시선을 가질 수 있었다. 평전 <니체: 그의 삶과 철학>(북캠퍼스)을 다시 읽고 있다.”
- 글쓰기 수업을 꾸준히 해 왔는데, 추천하는 책이 있나.
“매주 수업마다 책을 같이 읽고 토론한다. 사유의 기반을 닦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제 수업에서는 중국 소설가 위화의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문학동네)를 읽었다. 한 사람이 작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문학적 자서전을 좋아하는 편이다. 수강생 중에 다독가가 많은데,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글쓰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결정적인 한 권을 만나는 것, 한 작가의 세계를 깊이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성과를 내야 하는 속도사회에서 살고 있지만, 글쓰기는 그 반대 방향으로 가는 작업이다. 조금은 더디게, 빨리 지나치다가 놓친 생각을 들여다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경쟁하면서 책을 읽는 것은 반글쓰기적 행위라고 생각한다.”
- 성폭력 피해 여성들에게도 글쓰기를 가르쳤는데.
“피해는 계속 일어나는데 사람들이 너무 모르고 있어서, 피해자들의 언어로 성폭력 사건을 재구성하는 작업을 시도했다. 지금 여성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반갑다. 사회적으로는 성숙하게 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는 타인의 고통에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를 잘 모른다. (미투 운동이) 적절한 때에 일어났는데 앞으로 피해자를 보호하면서 계속 말하기를 이어나가는 방법에 관한 지혜를 모아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 새로 준비하는 책은.
“2016년 간첩조작사건 피해자들을 인터뷰한 책 <폭력과 존엄 사이>(오월의 봄)를 냈는데, 많이 읽히지 않았다. 조만간 출판노동자들을 인터뷰한 <출판하는 마음>(가제)이 나온다. 작가나 편집자 외에도 번역가, 마케터, 북디자이너, MD, 서점인 등 다양한 종사자들을 다룬다. 최근 실습생 등 청소년 노동자들의 죽음이 많았는데, 유가족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는 르포도 준비 중이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3021926005&code=960205#csidx55ff880533a866b977ca04a8b499338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