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제28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4월 23일이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로 제정됐다. 4월 23일은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에서 책 사는 이에게 꽃을 선물했던 산 호르디(성 조지) 축일(祝日)이자, 문호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가 1616년 세상을 떠난 날이다. 제정 결의안은 이렇게 밝힌다. ‘책은 인류의 지식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며 보존해왔다. 책 보급은 문화 전통에 대한 인식을 발전시키고 이해, 관용, 대화에 바탕을 둔 행동을 진작시킨다.’
‘세계 번역의 날’도 있다. 4세기 후반∼5세기 초 성서 번역과 연구에 일생을 바친 성 히에로니무스의 축일인 9월 30일을 택하여, 1991년 세계번역가연맹이 제정했다. 2017년 5월 24일 유엔 총회에서 9월 30일을 ‘세계 번역의 날’로 정하는 결의안이 통과됐다. 히에로니무스는 번역가, 서적상, 사서 등의 수호성인으로 일컬어진다.
미국의 ‘책 읽는 날(Read Across America Day)’은 3월 2일이다. 미국교육협회가 주관하여 1997년 시작된 이날에 미국 전역 학교에서 독서 관련 행사가 자율적으로 열린다. 3월 2일은 미국 초등학생들이 가장 즐겨 읽는 ‘초록 달걀과 햄’(1960년)의 작가 닥터 수스(본명 시어도어 수스 가이절)의 생일이기도 하다. 어린이들이 책 읽는 즐거움을 느끼며 책과 가까워지도록 하자는 취지다.
우리나라에는 대한출판문화협회가 팔만대장경 완간일을 택해 제정한 10월 11일 ‘책의 날’이 있다. 대한인쇄문화협회 제정 ‘인쇄문화의 날’은 한글 금속활자로 ‘석보상절’을 인쇄한 1447년 9월 14일(음력 7월 25일)을 따랐다. 2016년에는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서점에 진열된 책 모양을 떠올릴 수 있는 11월 11일을 ‘서점의 날’로 선포했다. 2017년에는 제지업계가 6월 16일 ‘종이의 날’을 제정했다. 1902년 6월 16일 현대식 초지기(抄紙機)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종이가 양산됐다.
이런저런 책 관련 기념일들은 책을 읽지 않으면 무의미하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는 뜻의 유묵을 남긴 안중근 의사에게는 매일매일이 책의 날이었을 것이다. 2017년 우리나라 성인 독서율은 2년 전보다 5.4%포인트 떨어진 역대 최저 59.9%였다. 몇 년 안에 50%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다. ‘책의 해’로 지정된 올해 내내 ‘책과 독서의 날’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기대하는 이유다.
표정훈 출판평론가
출처 http://v.media.daum.net/v/20180305030207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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