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극복은 인구정책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페미니즘을 통해 적극적인 양성평등이 이뤄질 때 변화가 시작된다. 한국의 출산율 감소는 정도를 넘어선 것처럼 보이지만, 이대로 한국이 사라지도록 한국인들이 두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인들이 의지만 갖는다면 그 변화는 순식간에 온다”
세계 최고의 통계석학으로 불리는 한스 로슬링 카롤린스카 의학원 교수는 지난 2일 경향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의 저출산 상황이 그대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한국의 미래는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수의 인구학자들이 한국의 저출산에 따른 인구감소를 기정사실화하면서 연금과 복지정책 수정을 요구하는 것과는 다른 의견이다. 통계청의 인구추계를 보면 한국은 2017년부터 생산가능인구(15세~64세)가, 2030년부터 전체 인구감소가 시작된다.
로슬링 교수는 2012년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100인으로 2012년 BBC는 그의 강의를 10대 테드(TED) 명강의로 선정하기도 했다. 로슬링 교수는 통계를 이용해 미래를 예측하는 강의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데, 향후 2년치 강의가 이미 예약된 상태다. 로슬링 교수는 통계청이 마련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스페셜 콘서트에 강연하기 위해 방한했다.
-한국의 저출산이 심각한 수준이다. 어떻게 보나
“한국은 1950년대 여성 1명이 6명의 아이를 낳고 이중 1명의 아이가 죽었다. 그래서 어마어마하게 인구가 늘어났고, 이들이 노동시장으로 진입하면서 빠른 성장을 이뤄냈다. 지금은 여성1명이 아이 1명만 낳는데 이제는 목표선을 지나쳐 버린 것 같다. 전세계 평균이 2명이다. 한국과 같은 이같은 급격한 출산율변화는 인류역사상 없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낳은 아이의 수)는 1.2명으로 스웨덴(1.9명), 프랑스(2.0명)은 물론 일본(1.4명)보다 낮다.
-한국 저출산을 받아들여야 하나
“지금 추세라면 언젠가 한국이 사라질 것인데, 그건 말도 안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은 또 변한다. 사람도 나라도 변화하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게 한국이고, 한국은 분명 변화할 것이다”
-한국정부는 저출산을 막기위해 많은 돈을 지출했지만 흐름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인구정책으로 안된다. 페미니즘을 통해서 변화가 온다. 저출산은 다른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지만, 다른 문제가 일으킨 결과이기도 하다. 과거의 여성과 달리 지금 여성들은 일도 잘해야하고 가정일도 잘해야한다. 이런 부담을 지워서는 출산율이 높아질 수 없다. 스웨덴은 인구정책이 아니라 양성평등과 관련된 변화에서 출산율이 반전됐다”
-한국에서도 가정일을 돕는 남편이 많아지고 있다.
“내가 말하는 양성평등은 남편이 아내와 일을 나누는 수준 이상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역할의 파괴다. 소젖은 남자가 짜야하나 여자가 짜야 하나? 스웨덴에서 소젖은 여자가 짜지만 소말리아에서 낙타젖은 남자가 짠다. 즉 육아와 부모 봉양은 아내 일이라는 전통적인 사고를 버려야 한다. 아내가 일을 하고, 남편이 가정에서 아이를 돌볼 수도 있다. 젊은세대가 당연히 어르신을 모셔야한다는 생각도 바꿔야 한다. 내 어머님 같은 경우는 독립적으로 사시는 것을 더 원하셨다. 남녀역할이 유연해 질 수록 사회전체의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
-가정내 성역할이 파괴되면 저출산이 해결될까?
“결혼과 이혼에 대해서도 좀더 너그러워져야 하고, 사회가 지원해야한다. 스웨덴에서는 싱글맘이나 그 아이들에 대한 낙인이 없다. 동성애에 대한 생각도 바꿔야 한다. 스웨덴은 2명의 장관이 동성애자고 주교도 동성애자다. 얼마전 내 아이 생일에 아이친구 20여명이 왔는데 2~3명은 엄마가 둘이거나 아빠가 둘인 동성애자 커플의 아이들이더라. 결혼에 대한 관념이 유연해져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변화가 있어야 아이키우는데 부담이 없어지고, 그래야 출산율도 높아진다”
-너무 급격한 변화하닌가.
“스웨덴도 급격히 변했다. 1970년 중반만 해도 남편이 아내출산을 지켜보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낳는 자리에 남편이 있어보니 남편도 행복감을 느꼈다. 이런 인식이 퍼지니 2000년간 금기되던 것이 한순간에 달라졌다. 1970년대는 동성애도 낯설었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스웨덴보다 40년 정도 뒤떨어져 있다고 본다. 하지만 한국이 다른 분야에서도 그랬든 순식간에 그 변화를 받아들일 것으로 본다. 한국도 아내가 출산할 때 남편이 동석하는게 몇년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 등 아시아는 유교문화권이라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변화가 어려울 수도 있다.
“유교의 문제가 아니다. 가부장제의 문제다. 스웨덴도 똑같았다. 내 증조할머니가 출산 직후 몸이 안좋아서 증조할아버지에게 식수를 좀 떠오라 부탁했더니 물을 떠와서는 집마루에 부어버렸다고 하더라. 당시 스웨덴에서는 물은 여성이 뜨는 것으로 돼 있었다.”
-오히려 한국은 ‘맘충’ ‘된장녀’ 등 여성혐오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다. 취업 등에서 어려워지니 박탈감을 느끼는 남성이 많아진 것 같다.
“헛소리다. 스스로 부끄러워 해야할 일이다. 스웨덴도 똑같았다. 단 50년전에 그랬다. 여성의 권익이 향상되면 남자도 살기 좋아진다. 남성의 어깨에 있는 짐을 일부내려 놓으면 남성도 편해진다. 페미니즘이 발달할 수록 남녀의 기대수명차이가 줄어드는 현상을 주목해라. 최종목표는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 아니다. 삶의 질을 개선해 더 나은 사회에서 다같이 살자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에 이르렀다. 저성장에서는 문화사회적 변화가 어렵지 않을까
“분명 경제가 좋을 때 변화하기가 쉽다. 출산율도 경기 불황기에는 낮고, 호황기에는 높다. 한국은 사교육비까지 높다고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변화는 가능하다. 결국은 한국인들이 ‘우리는 이런 삶을 원한다’라는 의지를 갖는게 중요하다. 특히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한다. 여기에 성패가 달려있다”
-적정한 인구란 얼마일까
“인구수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인구구조가 중요하다. 나는 이것을 ‘균형인구’라고 부른다. 유사한 숫자의 아이가 계속 태어나고, 유사한 규모의 순자가 노동시장에 진출해야 한다. 한국은 1970년전까지는 15세 이하 인구 증가가 컸고, 이들이 1990년대 노동시장에 엄청많이 진출했다. 그러다 15세 이하 인구가 줄어드니 노동인력은 부족해지고 고령인구만 많아졌다. 고령인구를 위해서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필요해진 반면 청년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서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지금 한국 사회는 아주 고비용사회가 됐는데 이런 식으로 계속 끌고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전세계가 저출산 기조로 가는 것 같다. 세계인구를 어떻게 예측하나?
“현재 인구구조를 ‘핀코드 1114’로 부른다. 10억명을 1명으로 할 때 아메리카에 1명, 유럽에 1명, 아프리카에 1명, 아시아에 4명 산다는 의미다. 2050년이 되면 아시아와 아프리카가 1명씩 늘어난다. ‘1125’가된다. 아시아는 2050년에서 인구성장이 멈춘다. 2100년이 되면 아프리카만 2배로 성장한다. ‘1145’가 될 것이다. 금세기 끝인 2085년 쯤 되면 전세계적으로 인구성장이 멈출 것이다. 과거 ‘서구’로 불렸던 유럽과 미국에 전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살았지만 2100년가면 10%도 안살 것이다. 주요 기업들이 아시아나 아프리카로 달려가는 이유다”
-세계적으로 인구가 늘기어렵다면 한국을 비롯 세계의 저성장은 불가피한 것일까
“한국은 이미 높은 성장을 했기 때문에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힘들다. 2만달러 국가가 2%성장하려면 400달러의 부를 늘려야 하지만 1000달러에서는 40달러의 부를 늘리면 된다. 상대적으로 부유할 수록 성장속도는 더뎌진다. 또 이미 갖춰진 것이 많아 큰성장을 견인하는 돌파구를 찾기도 어려워진다. 가난한 국가는 음식, 중간소득 국가는 상품, 고소득국가는 경험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를 기반으로 성장을 이뤄낸다. 한국도 지금처럼 빠른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균형인구를 확보하면 효율성을 끌어올리기 더 쉬워진다”
-이민정책은 저출산 위기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까?
“물론이다. 전통적 가치관 변화 중 하나는 이민허용이다. 특히 한국은 동남아와 장기적이고 강력한 유대가 필요하다. 미국 사례를 보면 이민이 사회를 어떻게 풍부하고 강력하게 만드는가를 알 수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최근 난민회의가 있었다. 우리는 난민을 환영한다.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가 겪어야 하는 변혁이다. 특정한 유전자, 특정한 장소에 사는 집단 의식을 유지하기보다는 이제는 변화해야한다고 본다. 성적취향이 다른 사람도, 종교나 국적이 다른 사람도 받아들여야 한다. 한국은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이 강하다. 하지만 사회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변할 수 있다. 한국이 그걸 보여줬다. 많은 나라들은 미국이나 유럽이 아니라 ‘무에서 유’를 일군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인들이 무엇을 원하느냐에 따라 한국사회는 변할 것이다. 스웨덴은 사회적, 문화적 변화를 자랑스러워 하고 있다. 한국도 전통적인 부분을 유지하되 바꿀 부분을 생각해보라”
원문보기: http://biz.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1510041332171&code=920100#csidx10f283e5f8e73fc918cff62767ba6c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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