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원경(대구교육청 장학관)이 <매일신문> 2010년 5월 18일자에 쓴 칼럼. 제목은 '북스타트와 공공도서관의 변화' 입니다.
공공도서관은 지역 독서 운동의 베이스캠프이자 문화 활동의 기본 공간이다. 그래서 이웃 일본의 경우에는 걸어서 10분 이내에 도서관이 없으면 주민이 시위를 한다고 한다. 우리는 차를 타고 30분을 가도 공공도서관을 이용하기 힘든 곳이 많다. 어쩌다 도서관을 하나 세우면 그것을 ‘기적의 도서관’이라 부른다. 슬프게도 우리는 도서관을 세우면 기적이 되는 나라에 살고 있다. 도서관을 세우기도 어렵지만, 이미 있는 도서관도 인력, 예산 등이 부족한 상태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런 여건에도 불구하고 2007년부터 대구지역의 9개 공공도서관에서 북스타트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운동을 시작할 때 ‘한 살밖에 안된 아기가 책을 볼 수 있느냐?’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시행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아 ‘그림책을 보는 아기의 눈빛이 달라졌다.’, ‘아기가 좋아하는 그림책이 생기기 시작했다.’ 등의 여러 가지 긍정적 변화가 일어났다. 북스타트 시작 후 아기와 함께 도서관을 이용하는 부모의 수가 눈에 띄게 증가하였으며, 덩달아 아동도서의 대출량도 크게 증가하였다. 외부 기관과 연계한 찾아가는 북스타트, 북스타트 홍보, 다문화가정 북스타트 등도 시행되고 있다.
종전에는 공공도서관에서 아동도서보다 일반도서가 많이 대출되었다. 2007년 북스타트 시행 첫해에 일반도서의 대출 증가율이 전년 대비 7%인데 비해, 아동도서의 대출 증가율이 15%로 나타났다. 증가율로만 보면 2배를 넘는 수치이다. 상대적 대출 증가율로 인해 아동도서의 대출량이 일반도서를 앞지르는 역전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런 역전 현상과 연동하여 도서관의 도서의 구입 비율도 바뀌었다. 종래에는 일반도서와 아동도서의 구입 비율이 7대 3이었으나, 북스타트 시행 이후에는 6대 4의 구입 비율로 바뀌었다.
북스타트는 가방꾸러미 배부와 더불어 연령대별로 다양한 후속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북스타트가 시행된 2007년부터 3년간 280종의 프로그램이 3천77회 운영되어 부모와 영유아가 6만6천21명이 참여하는 등 도서관을 아기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터이자, 부모의 공동 육아 공간으로 바꿔 놓았다.
나아가 찾아오는 이용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지난날의 도서관 서비스에서 벗어나 홍보하고, 찾아가는 능동적인 도서관 서비스와 마케팅을 하고 있다. 도서관 접근이 어려운 원거리 지역과 취약 계층의 아이를 위한 틈새 프로그램인 찾아가는 북스타트를 시행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2007년부터 3년간 어린이집, 보육원, 지역아동센터, 병원 등 48개 기관을 찾아가 영유아 5천763명에게 가방꾸러미를 배부하였다. 방문 독서프로그램 운영, 작은 도서관 만들어 주기, 그림책 집단 대출, 그림책 기증 등의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또, 국제결혼이주여성 지원 민간단체, 다문화가족 지원 센터 등과 연계하여 다문화가정 북스타트도 실시하여 결혼이주여성과 자녀들의 한글 문해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밖에도 북스타트로 인해 이용자와 도서관 직원들의 소통이 활발해지고, 유대 관계가 좋아지는 등 공공도서관이 변화하고 있다. 이른바 도서관이 지역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살아 있는 평생 교육의 체험 학습장이자, 소통의 공간이 되고 있는 것이다.
싱그러운 5월 가정의 달에, 오전 시간대에 아기와 함께 책을 보는 엄마들로 가득한 공공도서관 북스타트 방으로 가보자!
한원경 (대구시교육청 교육과정담당 장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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