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의 칼럼을 읽었습니다.
2010년 5월 4일 전주지방법원이 국민소송단이 제기한 영산강 사업 공사중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한 뒤, 이에 대해 "4대강 사업 같은 특별한 사안에서는 법원이 선진국의 법원과 같이 원고 자격을 너그러이 해석하고, 자연의 생태적 기능과 아름다움 및 경관적 가치를 소송으로 보호할 법익으로 인정해 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아직은 그러한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칼럼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김창완 박사라는 분의 이야기입니다. 한때는 '자연친화적 하천정비'에 대해서 연구하던 이가 정부와 연관된 연기기관이기 때문에 자신의 연구주제와는 180도 달라진 연구결과를 내놓을 수밖에 없었음을 이상돈 교수는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상돈 교수가 지적하듯, 오늘날 전문가는 전문가가 아닙니다. 연구용역을 수행하는 사람일 뿐입니다. 연구용역의 본질은 연구비를 준 기관 및 단체의 입장을 전문가라는 사람의 '권위'을 빌려주면서 자료를 덧붙여 논리를 세워 놓은 것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 연구기관이 정부 연구기관이라 하더라도 정말 지금 시기가 '오욕의 세월'일 수밖에 없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덧붙여서, 임혜지 박사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이자 강 복원공사를 담당했던 책임자였던, 이자강 재자연화공사의 총감독을 맡은 슈테판 키르너(Stephan Kirner) 씨와 인터뷰한 내용을 고리(링크)를 연결시켜 놓습니다.
4대강, 법관, 그리고 전문가
지난 4일, 전주 지방법원은 국민소송단이 제기한 영산강 사업 공사중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 남한강 소송에 이어서 영산강 소송에서도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것이다. 행정처분의 위법성과 공익재량 위반 여부를 다루는 본안(本案) 소송과 달리, 가처분 신청 사건은 공사를 계속하면 원고에게 회복하기 피해가 발생하는가 하는 문제가 핵심이다. 서울행정법원과 전주지방법원은 4대강 사업이 야기하는 엄청난 생태피해는 원고인 인근 주민이 입는 피해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즉, 4대강 사업은 하천 주변에 사는 원고의 생명, 건강 및 재산에는 하등에 심각한 피해가 없다고 본 것이다. 4대강 공사로 농사를 짓지 못한다고 해도 그것은 금전 보상으로 해결될 수 있기 때문에 회복할 수 없는 피해가 되지 못한다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법원의 논리는 하천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의아하게 들릴 것이다. 온 국민의 자연자산이고 문화유산인 우리의 4대강이 이렇게 무참하게 파헤쳐져도 회복할 수 없는 피해가 없다니 말이다. 4대강 사업 같은 특별한 사안에서는 법원이 선진국의 법원과 같이 원고 자격을 너그러이 해석하고, 자연의 생태적 기능과 아름다움 및 경관적 가치를 소송으로 보호할 법익으로 인정해 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아직은 그러한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1심 법원이라도 필요에 따라선 이 같은 새로운 해석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런 소신을 펼만한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지 못한 것 같다.
1969년에 미국 의회가 제정한 환경정책법(NEPA)은 환경영향평가를 도입한 법률로 유명하지만, 이 법에 규정된 추상적인 환경영향평가 조문을 엄격한 법적 의무로 해석해서 환경정책법에 ‘이빨’을 심어준 사람은 연방항소법원의 스켈리 라이트(J. Skelly Wright : 1911-1988) 판사였다. 뉴올린스 출신으로 케네디 대통령에 의해 연방법원판사로 임명된 라이트는 많은 판결을 남겼지만, 그 중에도 환경정책법에 강제적 효력을 부여한 캘버트 클리프 판결이 역사를 바꾼 판결로 평가되고 있다. 나는 우리나라에도 언젠가는 스켈리 라이트 판사가 탄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4월 초 부산지방법원 심리에 정부측 전문가로 나왔던 박재광 교수는 독일 이자 강은 보(洑)가 많아서 물이 맑다고 주장했는데, 임혜지 박사는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면서 이자 강 복원공사를 담당했던 책임자와 인터뷰를 한 결과를 국민소송단에 보내주었다. 사진으로는 보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낙차공이며, 그나마 그것도 점차 철거하는 과정에 있다는 소식이다.
4대강 소송에서 정작 정부측 전문가로 나와야 할 사람은 김창완 박사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자원 연구실의 연구위원이던 김창완 박사는 정부가 엄청난 돈을 들여 만든 ‘4대강 마스터플랜’의 연구책임자였다. 김창완 박사는 4대강 사업이 첫 삽을 뜰 즈음이던 작년 가을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을 사임했다. 김창완 박사는 건설기술연구원에서 2000년대 중반까지 ‘자연친화적 하천정비기법’에 대해서 연구했다. [김창완 박사의 연구결과를 정리한 발표문(2004년 : pdf 파일)은 아래의 첨부를 클릭하면 볼 수 있다.] 김창완 박사는 하천을 자연상태로 되살리는 연구를 했었으니, 원래 전공이 ‘4대강 마스터플랜’과는 180도 다른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건설기술연구원에서 김창완 박사만 ‘자연친화적 하천정비’를 연구한 것이 아니다. 2000년대에 건설기술연구원에서 나온 연구보고서 중에는 ‘보 철거를 통한 하천복원’이나 ‘하천 모래톱의 생태적 가치’ 같은 것들이 많다. 그런 연구를 하던 건설기술연구원이 하천 바닥을 파헤치고 모래를 들어내는 4대강 사업을 합리화하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직장을 그만둔 김창완 박사를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니, 많은 공무원과 정부 전문가들에게 요즘은 ‘오욕(汚辱)의 세월’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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