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창록 씨(법무법인 율촌 대표변호사)가 <한국경제> 2010년 8월 25일자 '한경에세이'로 쓴 글, '인문학으로의 초대'를 여기에 옮겨놓는다.
"소크라테스와 점심식사를 함께할 수 있다면 우리 회사의 모든 기술을 그것과 바꾸겠다. "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말이다. 우리 인생에 있어 철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좋은 예다. 대기업 CEO를 지낸 친구로부터 "지위가 높아질수록 인문학적 소양이 깊은 사람이 일을 더 잘하더라"는 말도 들었다.
필자에게 법률가를 꿈꾸는 학생들이 진로에 관해 조언을 구할 때가 있다. 그때마다 "법률지식은 어디까지나 기본적인 소양이다. 법률이 규율하고자 하는 사회 현상 중에서 자신이 궁금해 하는 분야를 찾아서 관심을 가져보면 좋겠다"고 조언하곤 한다.
필자 회사에서는 직원들의 전문지식과 업무적인 소양을 향상시키기 위해 '목요상설강좌'라는 사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법률 전문 지식을 강의하기도 하지만 인문 · 사회 분야의 주요 강사를 모시고 특강을 듣기도 한다. 최근에는 유명 다국적 광고대행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초청해 '창의성과 일상'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퇴근시간 이후였는데도 많은 직원들이 참석했다. 강사는 로펌과 광고회사가 얼핏 보면 전혀 다른 세계의 일 같지만 사실 두 업종 모두 고객의 필요를 중심으로 생각해야 하며 논리성과 창의성 모두를 요구한다는 공통점을 발견했다고 한다. 한번 더 뒤집어서 생각할 줄 아는 그의 열린 사고가 돋보였다.
2년 전 서울대 인문대 최고지도자 인문학과정(AFP:Ad Fontes Program)에 다닌 적이 있다. 'Ad Fontes'는 르네상스 인문주의 시대를 이끈 에라스무스가 주창한 구호로 라틴어 'Ad'(~을 향해서)와 'Fontes'(샘)를 합쳐 '원천으로 돌아가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당시 현장체험학습 차원에서 동료 수강생들과 3박4일간 일본 오사카,나라,교토를 방문한 적이 있다. 한 · 일 관계의 역사적 사실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현실을 헤쳐나갈 지혜를 배우자는 목적 의식이 있는 여행이었다. 우리 조상들이 아스카,나라,교토로 건너가 철기문화와 한자문화 등을 전파했고,일본은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문화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현장에서 직접 들으니 새롭고도 신선했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구나,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구나,아직도 배우고 느껴야 할 게 무궁무진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 전부터 경제 · 경영 분야에 불기 시작한 인문학 열풍은 최근 사회 각계각층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노숙인,저소득층이 인문학을 통해 삶의 가치를 깨닫고 자립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다. 참으로 잘된 일이다. 인문학이라는 것이 결국 인간과 사회 본연의 문제에 대해서 탐구하고 고찰하는 것이 아니던가. 일상에 매몰돼 인간과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깊이 성찰하지 못한 지난날을 반성하면서 좀 더 풍요로운 인생을 위해 인문학 열풍에 나를 맡겨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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