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무언가 내려놓는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나는 쉽게 무언가를 내려놓지 못한다. 그래서 그 무언가를 내려놓은 사람들을 바라볼 때 부럽다. 그리고 부러움과 함께 걱정이 든다. 농사를 짓겠다고 길을 떠난 후배를 볼 때 그러했다. 또 넌지시 술자리에서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이민을 가겠다던 친구를 볼 때 그러했다. 그건 청춘의 어떤 시절, 아주 낭만적이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아주 결사적이어야 했던 결단 앞에 나 자신을 세워놓고 다른 사람을 보았을 때 그러했다. 부럽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던 것이다.
잘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철암어린이도서관의 '해리포터' 김동찬 씨가 지역아동센터를 내려놓고 오로지 어린이도서관만으로 운영을 해보겠노라는 결정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사실 한편으로 그 젊음과 열정이 부럽기도 했지만 걱정이 들었다.
그 결정이 이해되지 않는 바가 아니다. 최근 지역아동센터에 대해서 정부가 이러쿵저러쿵 평가를 한다고, 지원비를 어쩌겠다고 한다는 소식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하지만 철암이야말로 도서관도 공부방도 다 필요한 것 아닌가. 현실은 구차하고, 어두운 터널이나 막장과 같아도 어쩔 수 없이 뚫고 나가야 할 현실이 아닐 것인가? 조심스럽고 어렵다.
어느 인터넷 게시판에 "저를 후원해주십시오"라고 말할 수 있는 '해리포터'의 그 용기가 가상하기도 하지만 나는 차마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마음속으로는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정말 걱정된다. 사는 것, 살아가는 것은 너무 엄혹하다. 2004년인가? 태백역에 내려 여러 사람을 만나던 날 밤, 서울로 돌아올 계획을 미루고 황재형 화백의 집에서 긴 이야기를 나누고 광산지역사회연구소에서 하룻밤을 지새던 때가 떠오른다. 그리고 그 뒤 철암의 어느 밥집에선가 '해리포터'와 함께 국밥을 먹던 그 밤이 생각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멀리서, 아주 멀리서 그 용기와 결심에 찬사를 보내고 격려를 보내고 하는 것일 뿐이리라. 하지만 자꾸만 십 년 뒤를 생각하고 또 십 년 뒤를 생각하고야 마는 것을 어쩌랴. 미안한 느낌이다. 잘 견디시기를. 잘 이겨내시기를. 두 딸내미,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예쁜 딸내미들, 따뜻하게 안아주실 수 있기를.
'해리포터 김동찬 씨의 저를 후원해 주십시오' 바로가기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