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25일 수요일

희망의 나라는 어디인가

“일본 노래의 잔재는 운동권 노래까지 오염시킬 만큼 질긴 생명력을 갖고 있다.” 우리가 즐겨 부르는 노래 속에 담긴 사연을 알고 나면 정말 허탈해지는 경우가 있다. 특히 그 노래가 친일의 노래라는 것이라면. 현제명 곡의 '희망의 나라'의 경우 '배를 저어' 찾아가는 희망의 나라는 '광복된 조선'이 아니라 '일본의 대동아 공영권'이라는 것을 알고 나면 허탈감을 넘어 자괴감까지 든다. 

 

‘국치 100년 기억 친일음악제’가 열린다는 소식이 있어 옮겨놓는다. 경향신문 2010년 8월 25일자 배명제 기자의 기사 “일제찬양 친일파 노래, 제대로 알자”라는 기사다.

 

‘아침바람 찬바람에 울고가는 저 기러기…’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 ‘학교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어린 시절 목 터져라 불렀던 대표적 동요들이다. 그러나 이 동요들은 일본의 동요나 민요에 우리말 가사만을 붙인 노래였다.

특히 광복절이나 3·1절 식장에서 단골로 연주되는 ‘희망의 나라로’(현제명 곡), ‘선구자’(조두남 곡) 등 애창 가곡이 일본 제국주의를 찬양한 대표적 친일 노래였다는 사실을 아는 이가 얼마나 될까.

‘희망의 나라로’ 가사에 등장하는 ‘배를 저어’ 찾아가는 희망의 나라는 ‘광복된 조선’이 아니라 ‘일본의 대동아 공영권’을 간절히 염원하는 희망곡이었다. 이 노래는 일본에 당당하려 했던 고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장에서 연주돼 참석자들을 황당케 만들기도 했다. ‘선구자’도 우리 민족의 기상을 노래한 것이 아니라, 일본의 만주국 건설을 위해 나선 사람들을 칭찬했다.

이런 부끄러운 역사를 바로 알리기 위한 음악회가 오는 28일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시청 야외음악당에서 열린다. 이름하여 ‘국치 100년 기억 친일음악제’.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부와 지역 클래식 음악 동호회 ‘광장음악회’가 3개월여 동안 준비했다. 한일병합 100년째인 29일을 앞두고 국권 상실과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친일음악회가 열리기는 처음이다.

두 단체는 일제 강점기에 널리 불려졌던 친일노래와 친일음악가가 작곡한 가곡·동요 등 20곡을 골라 이날 들려준다. 이 가운데 ‘희망의 아침’(홍난파 곡), ‘혈서 지원’(박시춘 곡), ‘애국일의 노래’(임동혁 곡)는 일왕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노래다.

분위기를 바꿔, 일제에 항거한 작곡가의 노래도 곁들인다. 중국 근대 3대 음악가로 추앙받는 광주 출신 음악가 정율성의 ‘흥안령에 눈꽃 날리네’, 채동선의 ‘고향’ 등 3곡이 준비된다. 두 주먹을 불끈 쥐게 하는 ‘압록강 행진곡’ ‘신흥무관학교 교가’ 등 독립군가를 익힌 후 합창하면서 3시간의 음악회는 막을 내린다.

김순흥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부장(광주대 교수)은 “일본 노래의 잔재는 운동권 노래까지 오염시킬 만큼 질긴 생명력을 갖고 있다”면서 “일제 때 나온 노래라고 지금부터 부르지 말자는 것이 아니고, 노래에 담긴 사연이라도 알고 부르자는 뜻에서 음악회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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