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수입으로 인건비도 못대
사업 부풀려 편법 국비 수혜
살림 살찌울 대책 마련 시급
외부 도움 없이 자체수입으로 공무원 봉급조차 해결할 수 없었던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지난해 전체의 6분의 1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자체의 예산 중 정부나 광역지자체로부터 받은 교부금과 보조금은 무려 90% 안팎에 이르렀다. 30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지자체의 본예산을 분석한 결과, 전국 228개 기초지자체 중 38곳(16.7%)이 자체수입으로 인건비조차 충당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 처한 지자체는 시·도별로 전남이 11곳으로 가장 많았다. 전북과 경북이 각 8곳, 강원 5곳, 부산 3곳, 대구·광주·경남 각 1곳이었다.
전남 곡성군은 인건비가 자체수입보다 158%나 많아 재정상태가 가장 심각했다. 인구가 지난해 말 3만1332명인 곡성군은 자체수입이 190억원에 불과해 지방살림을 혼자 힘으로 꾸릴 수 없었다. 이에 따라 본예산 2017억여원의 90%를 국고보조금과 도비보조금, 교부금에 의존해야 했다. 전남 함평·강진·신안·고흥·구례·영광군과 경북 영양·예천·군위군, 전북 남원시 등 10곳도 인건비가 자체수입보다 120∼140% 많았다. 반면 경기 용인시는 11.7%로, 재정상태가 가장 좋았다.
이렇다 보니 예산을 타내기 위한 꼼수도 판을 치고 있다. 지자체의 한 관계자는 “돈이 없다 보니 꼼수를 써 국비를 타내야 하는 실정”이라며 “예컨대 국가지원 지방도를 건설하는 경우 원래 건설비는 국가, 관리비는 지자체가 맡는데, 관리·유지비를 건설비에 포함시켜 정부 지원금을 받아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국지방세연구원 김필헌 연구위원은 “체납 지방세 관리 강화와 비과세 재고, 지방소비세 인상, 주세의 지방세 전환과, 지자체의 예산낭비·지방채 발행 등을 통제할 재정준칙 마련을 통해 지방살림을 살찌워야 한다”고 말했다.
재정 자립 요원한 지자체
함평군 예산 2218억 중 郡費 8%뿐… 홀로서기 꿈도 못꿔
지방세 거둬도 직원 월급 주고나면 ‘마이너스’
교부세·보조금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지난해 전남 함평군은 인건비가 자체수입의 1.4배나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건비나 사업비 부족분을 교부세나 보조금으로 충당했다. 지난해 함평군의 본예산 2218억여원 중 군비는 8.1%에 불과했다. 나머지 91.9%는 중앙정부와 전남도에서 내려온 돈이다. 군은 산업단지와 농공단지를 조성해 자체수입 비율을 올릴 계획이지만 전망은 낙관적이지 않다.1995년 민선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 16년이 지났지만 지자체들의 완전한 재정자립은 요원하다. 정부와 시·도 도움 없이는 무엇 하나 할 수 없는 ‘식물 자치단체’가 수두룩하다. 이들 지자체가 돈 되는 사업을 확대하고 인건비 절감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재정자립 목표 달성은 쉽지 않아 보인다.
◆자체수입 늘리기 수익사업 안간힘 ‘역부족’전남 강진군은 자체수입이 인건비의 72% 수준이어서 모자란 액수는 의존수입으로 충당했다. 군 예산 중 정부나 도에서 받은 보조금과 교부세 등 의존수입이 90%를 차지했다. 군은 화물 공영차고지를 만들어 정부에서 유류세를 지원받고, 자체수입을 늘리고자 전원마을을 조성하는 등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경북 영양군은 인건비가 222억원으로 자체수입의 1.3배였다. 교부금을 1000억원 가까이 받아 인건비와 사업비를 메웠다. 지방세는 재산세와 자동차세 위주로 고작 28억원에 불과하다. 문화관광 인프라마저 취약하고 큼지막한 수익사업도 없어 상황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전북 장수군은 고령화가 심해 복지수요가 늘고 있지만 세금 징수 대상자는 줄어 재정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수군은 농기계임대사업 등을 통해 수익을 올리고자 노력하고 있는데, 직원을 채용해야 하고 농민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남는 게 별로 없다. 군 관계자는 “세입 증대 차원에서 귀농자 마을을 조성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정부와 도의 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간외 수당 축소 허리띠 졸라매기전북 진안군은 인건비가 296억원인데 자체수입은 259억원에 불과했다. 그래서 시간외 근무수당(법정시간 월 최대 67시간)을 45시간으로 줄이고 연가보상비도 최대 21일에서 11∼13일로 낮추며 허리띠를 졸라맸다. 군 관계자는 “정부가 지방으로 이양한 사회복지사업이 많은데 전체 사회복지사업비 279억원 중 국비 54.2%, 도비 11.5%이고 나머지 34.3%는 군비여서 군의 재정 부담이 큰 만큼 정부가 지원을 늘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인건비(174억원)가 자체수입(147억원)보다 27억원 많은 경북 울릉군은 정부와 도에서 지원받은 돈이 본예산의 90%에 근접했다. 더구나 지방세수가 워낙 적게 걷혀서 인건비가 지방세의 무려 8.5배로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다. 군은 시간외 근무수당을 40시간만 지급하는 등 직원 복지를 후순위로 미뤘다. 군 관계자는 “관광객을 유치해 수입을 늘리려면 관광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데 돈이 없어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 진도군은 인건비가 지방세의 97.5%였다. 세금을 거둬도 봉급과 수당을 주면 남는 게 거의 없는 셈이다. 군은 야근비와 특근비 등으로 편성한 예산을 지난해 10월 모두 써버려 나머지 두 달은 주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지방재정 튼실하게 하려면
세제 분야 개편 통해 지방세 확대해야
전문가들은 지방재정을 튼실하게 하는 방안으로 국세의 지방세 전환, 지방소비세 확대, 세원 개발 등 세제 분야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비 대응 지방비 증가로 지자체 살림에 큰 압박을 주는 국고보조사업과 사회복지사업 등의 정부 이양이나 국고 보조율 상향 등을 제시했다.
◆“세원 발굴 통해 지방세 확대해야”한국지방세연구원 김필헌 연구위원은 ‘지방, 과연 자치제인가? 바람직한 지방세 확대 방안’ 연구논문(2011년)에서 2009년 기준으로 지자체가 지역 발전에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가용재원이 전체 예산의 평균 27.6%에 불과하고, 47곳은 20% 미만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2009년 기준으로 지방정부가 적정규모를 달성하는 재정을 확보하려면 지방세 재원을 15조원 추가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방세 확대 방안으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많이 받는 취·등록세를 국세로, 양도소득세나 유류세를 지방세로 전환하고 새로운 세원을 조금씩 발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지방세연구원 이상훈 연구위원은 지방소비세를 부가가치세의 20%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되면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2010년 78대 22에서 74.8대 25.2로 늘고, 지자체 재정자립도는 2011년 51.9%에서 2016년 55.8%로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고 그는 분석했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구정태 전문위원은 “정부가 부동산시장을 활성화한다며 국세인 양도세는 놔두고 지방세인 취득세를 50% 삭감했다가 지자체가 반발하자 감면분을 보전하기로 했다”며 “정부의 이런 주먹구구식 세정운영으로 지자체가 피해를 본다”고 말했다. 그는 “지자체가 교부금을 받아 쓰다 보니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빠진 부분이 있다”며 “8대 2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대 3, 내지 6대 4로 조정한 뒤 지자체에 강력하게 (재정운용에 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고보조사업 예산보조율 상향 필요”국고보조사업이 너무 늘어 지방재정에 압박을 주고 있는 점도 문제다. 국고보조사업은 2008년 35조원에서 지난해 48조6000억원으로 연평균 11.6% 증가했다. 반면에 지자체의 본예산은 2008년 125조원에서 지난해 141조원으로 연평균 4.1% 느는 데 그쳤다. 게다가 국고보조사업의 정부 보조금은 2008년 22조8000억원(65%), 지난해 30조1000억원(62%)으로 연평균 9.7% 늘었지만 지방비 대응액은 2008년 12조2000억원(35%)에서 지난해 18조5000억원(38%)로 연평균 14.9%나 증가했다. 즉, 들어온 돈보다 나간 돈이 많은 셈이다.
한국지방세연구원 임상수 연구위원은 국고보조사업 축소와 보조율 상향을 제안했다. 그는 소규모 지자체를 통합해 규모의 경제 이점을 얻고, 지역경제 활성화 중장기 전략 수립으로 자체 세입을 늘리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회복지사업 정부 부담 확대해야”정부는 2005년 149개 사업을 지방에 이양하면서 필요 재원을 보전하고자 분권교부세를 신설했다. 지방이양 국고보조사업에는 이 분권교부세와 지방비가 들어간다. 그런데 지방비 부담 증가가 지자체로선 골칫거리다. 한국지방재정연구원 서정섭 연구위원의 ‘지방자치단체 사회복지지출의 영향분석과 구조개선 방안’ 연구분석(2011년)에 따르면 67개 사회복지사업비는 지방이양 전인 2004년 국비와 지방비 비율이 47%대 53%였으나 2005년 분권교부세와 지방비가 33%와 67%로, 2009년에는 30%와 70%로 지방 부담이 급증했다. 게다가 고령화와 저출산 등으로 복지수요 증가하면서 다양한 사회복지사업이 생겼다. 지방재정에서 사회복지 비중은 1991년 5.5%에서 2004년 11%로 13년새 5.5%포인트 늘다가, 지방이양 후인 2005년(12%)에서 2011년(20.2%)까지 6년새 8.2%포인트 급증했다. 어떤 지자체는 사회복지비가 전체 예산의 60%나 차지했다.
서 연구위원은 “사회복지정책의 책임은 분권화하되 재정책임은 중앙정부가 분담하고, 지방이양 사회복지사업 중 국민이 최소수준의 서비스를 받아야 할 사업, 국가 복지정책계획에 따라 관리가 필요한 사업 등은 정부 환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자체 자체수입이란
지방세와 세외수입(경상·임시 세외수입)을 합한 것이다. 경상 세외수입에는 도로·하천사용료, 수수료, 증지수입, 사업수입이 포함되며 임시 세외수입으로는 지방채발행 수입, 재산매각대금, 체납처분 수입, 과태료·범칙금수입이 있다.
지방세와 세외수입(경상·임시 세외수입)을 합한 것이다. 경상 세외수입에는 도로·하천사용료, 수수료, 증지수입, 사업수입이 포함되며 임시 세외수입으로는 지방채발행 수입, 재산매각대금, 체납처분 수입, 과태료·범칙금수입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