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13일 07시 15분에 '아이엠피터'께서 올린 블로그 글을 여기 옮겨 놓습니다. 현 정부의 무상보육 정책의 허실을 신랄하게 꼬집고 있는 내용입니다. 원 제목은 대통령의 뻔뻔한 '무상보육'에 엄마가 뿔났다 입니다. 옮겨오면서 조금 편집을 하였습니다.
------------------------------------------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은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아이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맞는 얘기','정말 힘들어'라고 하겠지만, 아이를 키우지 않는 사람은 잘 모르실 것입니다. 특히 대한민국의 영유아에 관한 정책은 항상 뒷북 내지는 현실성이 없습니다. 오늘은 두 아이의 아빠로 도대체 정부가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무엇을 해주고 있는지를 심각하게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 2세까지 무상보육? 도저히 받을 수가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신년 국정연설에서 "올해 2세 이하 아동에게 무상보육서비스를 제공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대통령을 좋아하는 분들은 이제 대통령이 정신 차리고 아주 좋은 정책을 펼친다고 말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일까요?
일단 0세부터 2세까지 무상보육의 원칙은 어린이집을 보낼 경우입니다. 아이를 공짜로 어린이집에 보낸다고 하면 좋은 거지, 또 왜 비판하느냐고 하시는 분에게 설명을 해 드리겠습니다.
○ 갓난아기를 엄마에게서 떼어 놓으렵니까?
아기가 태어난 직후부터 2살까지는 아기의 발달과정에서 부모와의 애착이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그래서 OECD에서도 가정양육을 권고하고 있고,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가정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해줍니다. 그런데 이런 양육의 원칙을 무시하고 무조건 어린이집에 갈 경우에만 무상보육을 실시한다는 것은 갓난아기를 엄마에게서 떼어 놓게 하는 일입니다.
○ 어린이집을 갈 수 없는 아이들
제가 사는 제주도 중산간 지방에는 유치원이 9곳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우도를 제외한 8곳은 제가 차로 20분을 운전해야 갈 수 있는 유치원이 7곳이고, 집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유치원이 1곳입니다.
제 딸아이는 만 1세입니다. 그래서 대통령이 말한 0-2세 무상보육에 해당하지만, 제가 사는 어느 곳에서도 제 딸아이가 갈 수 있는 어린이집은 없습니다. 최소 만 3세부터 유치원에서 받아주기 때문입니다.만약 아이를 무상보육에 해당하는 어린이집에 보내려면 최소 30분을 운전해서 40킬로 떨어진 곳까지 가야 합니다. 저희 동네가 완전 산골이냐고요? 아닙니다. 제주에서 읍으로 따지면 큰편에 속하고 인구도 제법 됩니다. 그런데 읍내를 가도 어린이집은 아예 없습니다.
정책은 모든 국민이 골고루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데 아예 어린이집이 없는 지역에 사는 아이들은 어떻게 합니까?
■ 현실성 없는 영유아 정책
저희는 영유아 양육수당을 매달 15만원씩 받고 있습니다. 저소득층이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이거 작성하면서 무슨 서류가 많은지 그리고 현실성이 없는지 확실히 느꼈습니다.
처음 양육수당을 신청할 때 저는 해당이 되지 않는다는 통지를 받았습니다. 이유는 25만킬로를 주행한 1997년식 아반떼 차량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보험사에서도 보험가액이 80만원 밖에 안되는 차량인데, 그것도 자가용이라고 재산으로 계산했기 때문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노점상이 생계를 위해 100만원만 내고 할부금으로 1톤 트럭을 구입해서 살고 있다면 그도 양육수당 대상자가 안 될 수 있습니다. 이토록 정말 없는 사람은 각종 서류를 내고 겨우 받는 양육수당을 명의만 변경해서 뻔뻔하게 받는 사람도 많습니다. 조부모 명의로 차량과 집을 바꾸는 수법으로 매달 양육수당을 받는 사례는 찾으면 얼마든지 나옵니다.
제가 사는 구좌읍은 인구수가 2만 명이고 마을만 60개가 있는 제주에서는 제법 큰 행정도시입니다. 그런데 이런 곳에 소아과는 한곳도 없습니다. 보건소에 가도 아이를 진료해주는 의사들이 없습니다. 단순히 열만 재주고 그저 큰 병원에 가라고 합니다. 그런데 대학병원을 함부로 가지도 못합니다. 감기와 같은 단순 증상으로 가면 병원비 할증제도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도시는 어떠합니까? 정작 어린이집에 가야할 아이들인 만3세부터는 오히려 혜택을 받지 못하고, 국공립 유치원이나 시설 좋은 어린이집을 보내려면 새벽부터 대기하고,애타게 결원이 나오기만을 기다립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도시에 사는 사람이나 농촌에 사는 사람이나 모두가 나름의 불편함과 힘든 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의 정책은 언제나 모든 국민이 골고루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의 영유아 정책은 늘 뒷북을 치거나 현실성이 없는 정책만 펼칩니다.
부모는 아이를 조금이라도 더 예쁘게 키우고 싶습니다. 그리고 몸에 좋은 음식을 먹이고 싶어합니다. 그리고 아이가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기 원합니다. 그런데 이런 모든 일이 부모만의 노력으로 가능할까요? 나라에 세금을 내는 이유는 이렇게 아이를 키우는 일에 국가가 도움을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오히려 아이를 낳기조차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잘 사는 사람들은 무상보육,양육수당, 이런거 신경도 안 씁니다. 돈이 많기에 사설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백만원이 넘는 돈을 내고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 집 한달 수입 ㅠㅠ)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말부터 수차례 무상보육 발언을 꺼내면서 "국가가 0~5세 아이들에 대한 보육을 반드시 책임진다는 자세로 당과 잘 협의해서 예산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라. 보육문제는 고령화 사회 속에서 국가 성장잠재력,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 국가의 운명"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이는 우리의 미래입니다. 그들을 위한 투자는 전혀 아깝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투자가 말도 안 되는 정책과 일부에 그친다면 그것은 단순한 립서비스에 지나지 않습니다. 매일 새벽에 글을 마무리할 때마다 제 딸아이는 제 책상 옆에 올라와서 저를 방해합니다. 오늘도 여지없이 제일 먼저 일어나 제 옆에서 놀고 있습니다. 부모는 아이를 위해서는 목숨까지 내어 놓는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 투표 하나가 별거 아니겠지만, 그 투표용지에 우리 아이의 미래가 달려 있습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