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18일 수요일 경향신문 박주연 기자의 보도, 세종문화회관 사장 “난 박원순 시장의 코드인사 아니다”
ㆍ박인배 사장, 산하·민간예술단 경선제 도입 밝혀
“제가 세종문화회관 사장에 임명된 것을 두고 여러 말이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낙하산 인사 또는 코드인사가 아니냐는 것과, 저의 경력이 진보 쪽에 너무 기울어져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죠. 그러나 코드인사라는 주장은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고 생각하고, 누가 적임자인가에 대한 판단은 임명자의 몫입니다. 또 그동안 제가 마당극과 현장예술을 주로 한 인물이라서 세종문화회관의 정체성과 안 맞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아는데, 저는 대극장 연출도 많이 했습니다.”
박인배 세종문화회관 신임 사장(59·사진)은 17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간 일궈온 전문성을 살리고 생활권 내 문화창작활동을 확대하는 데 적합한 곳이라고 판단해 세종문화회관 사장 공모에 응모했다”고 밝혔다.
그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 이후 공약사항과 정책 철학을 주요 시정에 담아내는 정책자문위원회 문화·환경 분과위원장이었다. 노동문화운동과 민족극 운동의 주역으로 오랫동안 활동해온 데다 민족예술인총연합 상임이사 출신인 그가 세종문화회관 사장에 임명되자, 보수진영에서 코드인사 논란이 불거졌다. 그러나 그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경영능력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표했다. “경영능력을 경영 효율성이라고 얘기할 때, 경영 효율성이란 것은 수익을 얼마나 올렸느냐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산하 예술단 단원들이 극장의 목표를 이루는 데 함께할 수 있도록 얼마나 잘 독려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죠. 이는 제작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고선 불가능합니다. 제가 평생을 해온 일이기 때문에 예술단을 잘 이끌어 단원들이 자신의 활동에 의미를 두고 제대로 활약할 수 있도록 할 겁니다. 또 극단 제작자로, 대규모 작품을 직접 제작해본 경험도 경영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합니다.”
박원순 시장과는 오랜 인연이 있다고 했다. 운동권 출신으로 서울대 물리학과(71학번)를 16년 만에 졸업한 그는 “1975년 오둘둘사건에 함께 연루된 인연”이라고 말했다.
“당시 서울대에서 긴급조치 9호에 반대하는 데모가 있었습니다. 5월22일 일어났다고 해서 오둘둘사건이라고 하죠. 저는 이미 그해 4월에 관악캠퍼스 데모로 구속돼 영등포구치소에 있었고, 5월22일 데모대는 주동자만 잡힌 게 아니라 현장에서 잡힌 50명 전원이 구속됐어요. 그때 서울대 1학년이던 박 시장도 잡혀 구치소에 들어왔어요. 하지만 각 방에 분산돼 있어 명단으로만 아는 것이지 얼굴을 본 적은 별로 없었어요. 개인적 인연은 제가 안성 남사당 바우덕이 풍물단 예술감독으로 있던 2007년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였던 박 시장이 전국 각지를 순회하며 지역문화 연구를 하겠다고 해서 만난 거예요. 안성축제 이야기와 희망제작소 문화 프로젝트를 놓고 오랜 시간 토론을 벌인 기억이 생생합니다.”
박 사장의 섬세한 성향은 작은 부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당장 세종문화회관이 정규직과 경비·청소원 등 용역업체 직원에게 관례적으로 차등 지급해왔던 설 떡값을 통일했고, 비서를 타이핑 등 단순 업무 능력이 아닌 정책역량을 가진 사람으로 교체했다.
박 사장은 이날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세종문화회관 운영 목표와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산하 9개 예술단과 서울시의 25개 자치구 문예회관의 상생을 통한 예술생태계 구축을 강조하고 경선제 창작과정을 도입해 민간예술단에도 문호를 활짝 열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산하 예술단의 공연계획은 서울시 자치구 문예회관과 연계해 수립하고 공동기획과 창작을 통해 세종문화회관과 각 문예회관에서 잇따라 공연할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선제 작품개발은 산하 예술단은 물론 민간단체 등 여러 그룹에 실험적 창작을 맡긴 뒤 그 단계적 성과물들을 평가해 장기공연으로 제작할 작품을 선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원 개인에 대한 오디션제에는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대신 “1년에 4번에 걸친 상시평가를 할 생각인데 이는 노조와 단체협상에서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오는 3월 임기가 끝나는 서울시오페라단 단장 연임문제는 “아직 검토가 끝나지 않은 상태”라면서 “정은숙 전 국립오페라단장도 후보 중 한 명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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