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에 대한 '엇갈린' 두 개의 전망. 하나는 세계일보 인터넷판에 2011년 12월 30일에 올려져 있는 기사, 정승욱 선임기자와 김은진 기자의 보도, 우울한 한 해... 출판사 10곳 중 8곳 '빨간불' 또 하나는 경향신문 인터넷판 2012년 1월 9일자 주영재 기자의 보도, 인문 정치서적 열풍, 전자책 성장 이어질 듯 이라는 기사. 함께 묶어 놓고 읽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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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출판계 결산
“내년에는 더 큰 위기 온다” 긴장하는 모습 역력‘팔리는 책’ 만 팔려 양극화 현상 갈수록 심화
올해 출판계는 우울한 한 해였다. 연초부터 경제 전반에 암운이 드리워지면서 독자들은 책 사보는 데 주저했고, 이 때문에 출판사들은 살얼음판의 1년을 보냈다. 내년에는 더 큰 위기가 올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면서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SNS소셜미디어의 확산으로 종이책의 인기가 예전만 못했다. 종이책에서 전자책으로 넘어가는 ‘과도기’라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책 사는 데 인색한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 된 것 같다. 그나마 자금력을 앞세운 중·대형출판사가 베스트셀러 몇 종을 냈으나, 80% 이상의 대다수 출판사들은 적자 경영에 근접해 있거나 팍팍한 실정이다.
중견 편집자들이 자주 모여 담론을 벌이는 서울 홍대 부근 카페들이 한산한 것도 이런 척박한 현실을 반영한다. 출판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정부나 대형 기업들이 매년 독서캠페인을 벌여왔으나 올해는 이런 연례 행사도 없다.
지난 2월 아동서적 전문 총판인 평화당이 부도를 냈고, 6월 중순엔 홈플러스에 책을 납품하는 대형총판 KG북플러스가 문을 닫았다. ‘생각의 나무’ ‘이레’ ‘문이당’ 같은 중규모 출판사들도 부도를 냈다. 대형 서적 유통사들이 잇따라 부도를 낸 여파다.
출판계의 양극화는 더 심해지고 있다. 대형 출판사들은 인기있는 책들을 만들어 그나마 먹고살 만하다.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의 사망으로 민음사가 낸 ‘스티브 잡스’ 전기의 경우, 첫 판을 10만부나 찍어 팔았고 지금도 열기는 이어지고 있다. ‘정의란 무엇인가’(마이클 센델·김영사), ‘아프니까 청춘’(김난도·쌤앤파커스) 등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정의…’ ‘아프니까…’ 이 두 권은 내용이 좀 빈약했으나 마케팅 내지 제목 덕분에 인기를 끌었다는 등 논란이 이어졌다. 소형 출판사는 죽을 맛이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판매량이 지난해보다는 조금 늘었다지만 ‘팔리는 책’만 팔리는 양극화 현상이 그것이다.
교육·정치 관련 사회적 이슈와 함께 쏠쏠하게 팔렸던 책들은 ‘변방의 사색’(이계삼·꾸리에), ‘닥치고 정치’(김어준·푸른숲),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리더스북) 등이 꼽혔다. 변방의 사색은 대학입시에 목을 매는 일선 교육 현장을 개탄하고, 탁상공론에 매몰된 교육 당국자들을 비판하면서 미래 교육 개혁을 제시한 현직 교사의 에세이다. ‘시골의사…’는 자기 개인의 성공을 바라는 종래의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모두를 위한 자기혁명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번역물로는 ‘웃음(베르나르 베르베르)’이, 전집물로는 민음사의 ‘사기’ 전 6권이 눈에 띈다. 이밖에 오프라인 서점의 잇단 폐점,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창비)’ 등 국내 문학작품의 해외 수출, 중국 관련 책들의 인기 등이 올해 출판계 이슈로 나왔다.
지상사 최봉규 사장은 “올해는 소셜미디어의 대표격인 스마트폰 보급이 어느 해보다 늘었기에, 출판계에 미치는 영향도 그에 비례했다”면서 “경제적 어려움으로 출판 불황에 빠졌지만, 종이책 독자가 태블릿PC로 상당수 옮아간 과도기인 측면도 있다”고 풀이했다. ‘꾸리에’ 강경미 대표는 “올해엔 소셜미디어가 확산했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양서 위주의 책 판매보다는 감각적이고 쉽게 읽히는 책들이 팔리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늘졌던 일반 출판 시장과 달리 아동·청소년 물에는 ‘스크린셀러’(영화와 베스트셀러가 조합된 신조어) 바람이 거셌다. 출간 이후 100만부 넘게 팔린 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사계절)은 2011년 최고 화제작이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동명영화 흥행에 따라, 원작동화가 베스트셀러 순위에 재진입하는 것은 물론 애니메이션 그림책까지 출간돼 높은 사랑을 받았다.
엄마들의 입소문을 따라 꾸준히 팔리는 스테디셀러가 주도하는 유아 책 분야에서는 ‘우리 아빠가 최고야’(킨더랜드)의 앤서니 브라운, ‘구름빵’(한솔수북)의 백희나, ‘괜찮아’(웅진주니어)의 최숙희 등 인기작가들의 그림책이 수년간에 걸쳐 변함없는 사랑을 받았다.
청소년 분야는 ‘EBS 공부의 왕도’(예담프렌드) ‘17세의 공부법’(들녘) 등 EBS 방송과 관련한 공부법 도서들이 상반기에 관심을 모았다. ‘불량가족 레시피’(문학동네) 같은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도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고 있다.
교육 관련 분야에서는 ‘아이의 자존감’(지식채널) ‘아이의 사생활’(지식채널) ‘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한국경제신문사) 등이 주목을 끌었다. EBS 프로그램 내용을 책으로 엮은 육아서인데 불안한 부모들에게 조언자 역할을 하며 자녀교육서 시장을 주도했다. 또 ‘엄마가 아이를 아프게 한다’(예담)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웅진씽크빅)와 같이 엄마와 아이들의 심리를 다룬 책들이 인기를 모았다.
정승욱 선임기자·김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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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전문가들이 본 2012년 출판계
새해 출판계 전망은 대체적으로 밝았다. 출판전문가들은 인문서적의 강세, 전자책 시장의 확대, 정치관련 서적의 붐을 올해 눈여겨 볼 흐름으로 꼽았다. 지난해 10%대의 성장세를 기록한 인문학 관련 서적은 올해에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전자책 표준화 작업 등으로 전자책 시장은 질적인 측면에서도 새로운 도약기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총선과 대선으로 정치·경제 면에서 다양한 이슈들을 다룬 책들도 붐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 인문학 서적 성장세 지속
교보문고의 경우 지난해 인문서의 판매권수는 전년 대비 12.3%, 판매액은 15.2% 증가했다. 이 같은 성장세는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출판계가 주목하는 인문서의 저자는 강신주, 가라타니 고진, 슬라보예 지젝, 에르네스토 라클라우 등이다. 지난해 ‘제자백가의 귀환’ 시리즈 1·2권을 낸 철학자 강신주씨는 올해 후속편을 잇따라 출간한다. 오는 4월 도서출판 b에서 나올 가라타니 고진의 <세계사의 구조>는 세계화한 자본과 국가에 대항하는 새로운 모델을 칸트의 ‘영구평화론’과 마르크스 이론 등에서 찾으려는 책이다. 2007년 출간된 같은 저자의 <세계공화국으로>의 본격 학술판이다. 인민을 정치적 주체로 새롭게 구성하는 과정에서 포퓰리즘의 역할을 본격 조명한 에르네스토 라클라우의 <포퓰리즘의 이성>(후마니타스)도 올해 주목할 철학서이다.
그러나 인문학 서적 출간이 독자 확대로 이어질지에는 전망이 갈린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비소설에 가까운 연성의 인문도서 판매가 약화되고 핵심독자가 찾아읽는 인문도서가 활발하게 출간될 것”이라고 인문학 시장 확대를 밝게 내다봤다. 그러나 이현우 도서평론가는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이후 인문 독자층이 넓어질 거라 예상했는데 이례적인 현상으로 그쳤고 인문이론서는 기본적인 독서수준이 필요해 독자층이 넓어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 전자책 시장 성장의 가속화
지난해 매출액이 5배 증가한 전자책 분야는 표준화 작업과 함께 단행본 출판사의 전자책 출판 확대, 대기업 진출 등으로 성장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남성호 교보문고 홍보팀장은 “올해 전자책 표준화 작업이 진행되면 디지털 콘텐츠 불법 복제를 막고 콘텐츠가 얼마나 판매됐는지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참여 출판사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수미 웅진씽크빅 본부장은 “지난해 말부터 주요 단행본 출판사들의 전자책이 대거 출시된 데다 주요서점의 베스트셀러 집계에 전자책이 합산될 예정이어서 감소된 종이책 시장을 대체할 만한 수준은 아니어도 의미있는 정도의 전자책 시장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국내 저작권법의 개정도 불가피해졌다. 법이 개정되면 저작권 보호기간이 기존 저자 사후 50년에서 70년으로 늘어나고, 그동안 출판과 컴퓨터프로그램에만 허용해 왔던 배타적 권리가 전자출판물에도 적용된다. 장기영 한국전자출판협회 사무국장은 “전자출판물에 대한 배타적 발행권 허용으로 전자출판물 콘텐츠에 대한 출판사, 유통사 간의 독점 권리를 획득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게 되었고, 저작권자는 출판사를 통하지 않고 전자책을 출간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정치 관련서 유행
굵직한 정치 행사들이 예정된 올해는 정치와 경제 면에서 다양한 이슈가 제기되고 관련 책들도 붐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주로 진보적 인사들의 책이 상종가를 올렸는데, 올해에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면서 “특히 대권 예비 주자들의 자서전이나 관련서가 사회 분야의 빅 타이틀로 부상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유재건 그린비 대표는 “정치적 이슈가 뚜렷한 해인 만큼 ‘나꼼수’의 인기가 계속될 것이고 정치적 격변기와 한·미 FTA 발효가 맞물려 ‘복지문제’, ‘반값 등록금을 포함한 교육문제’ 등 사회현실을 직접적으로 다룬 책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올해의 주목할 출판계 사건으로 ‘독서의 해’ 행사, 베이징도서전 등을 꼽았다. ‘독서의 해’ 행사에서는 책 읽기와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독서인구 확대에 중요한 전기를 마련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한·중 수교 20주년을 맞아 우리나라가 주빈국으로 참여하는 2012년 베이징 국제도서전은 한국 도서의 해외시장 진출과 관련하여 의미가 작지 않다. 전문가들은 또 올해 출판계의 특징으로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이 심화하면서 치유·명상서들이 붐을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또 책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영상미디어 콘텐츠의 결합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설문에 응해주신 분들(가나다 순)
김선식 다산북스 대표, 남성호 교보문고 홍보팀장,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 유성식 예스24 총괄이사, 유재건 그린비 대표, 이수미 웅진싱크빅 단행본본부장, 이현우 도서평론가, 장기영 한국전자출판협회 사무국장,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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