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노컷뉴스가 시리즈물로 '특고'라고 불리는 특수고용근로자 문제를 다루고 있다. 주목할 만한 기사. 이 시리즈물의 편집자는 이렇게 지적하고 있다.
최근 국내 노동시장에는 겉으로는 자영업자이나 실질적으로는 근로자인 '특고'(특수고용근로자)라는 변종 직업군이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 특고는 법적으로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근로자가 받는 일체의 보호를 못 받기 때문에 비정규직보다 심각한 폐단을 안고 있다. CBS는 반듯한 일자리 창출이 국정의 화두로 떠오른 올해 각 직군을 막론하고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특고라는 이름의 비틀린 일자리의 실상을 긴급 점검했다.
(1)교수가 자영업자라니…한국 노동시장 묘해지고 있다
기존에는 근로자였던 사람들이 사용자측의 필요나 편의에 따라 잇따라 ‘특고’, 즉 특수고용직 근로자로 바뀌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특고’라는 명칭은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속성을 동시에 갖고 있어 붙은 이름이다. 법률적으로 정의돼 있는 개념이 아니어서 특수형태 근로자라고도 불린다. (중략)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04년 8월 통계청 경제활동인구로 추산한 특고 인구는 71만 명 정도였다. 그런데 최근 고용노동부가 박호환 아주대 교수팀에게 용역을 의뢰해 조사한 결과 특고 추정 종사자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250만 명을 넘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여기에는 도급제 종사자, 치기공사 및 안경렌즈 가공사, 우유 신문 등 배달원 등 9계 직종의 종사자 숫자가 빠져 있는데다 국내에 유독 많은 개인사업자들 가운데 특고로 분류할 만한 자영업자들이 많은 것으로 보여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2)사내 왕따, 협박 문자, 월급 60만원…그들의 이름은 '특고'
법적으로는 개인사업자이면서 실제로는 노동자인 '특고'(특수고용근로자)들은 자신이 특고라는 사실을 미처 자각하지 못하고 있거나 근로자이면서도 단결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박봉에 과중한 업무에 내몰리거나 심각한 인권침해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중략) 사실 특고는 기업이 근로자의 사회보험과 부가임금을 내지 않기 위해 고안해 낸 개념으로, 아직 제도화되지 않은 탓에 호칭부터 생소하다. 특고의 명칭이 어쨌건 특고는 이미 부지불식간에 매우 빠르고 광범위하게 서비스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3)같은 일을 하면서도 보수는 50배 차이…'특고' 사장님의 비애
국내 재벌 계열사의 카드모집인으로 9년째 일하고 있는 한 모(52) 씨는 자신이 ‘직원’인지 ‘사장’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한 씨는 정해진 시간에 회사에 출근하는 ‘직원’이지만 실적에 따라 수입이 정해지는 ‘개인사업자’기도 하다. 한 씨는 “지시도 받고 교육도 받고 하죠. 따라서 회사에 소속이 돼 있다는 게 강하죠. 그렇다고 내가 자영업이라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최근에는 카드 영업 사원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비용 부담도 커졌다. 카드 가입자 수를 늘리기 위해 고객용 사은품을 자비로 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녀는 “서로 과당경쟁을 하는데다 사은품은 불법이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부담해야 하니까 어렵죠”라고 털어놨다. 카드회사에 소속돼 있는 직원은 맞지만 같은 회사의 정직원들과는 달리 해당 재벌의 계열사 제품을 할인받는 등의 혜택은 전혀 누릴 수 없다.
특고에 대해 노동계에서 ‘개인사업자로 위장된 직원’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위장된 특고는 이외에도 많다. 화물운수사업의 경우, 가장 극단적인 ‘위장 사장님’으로 꼽힌다. 화물트럭 운전기사들은 화주-물류회사-지입사로 이어지는 물류운송 체계 속에서 형식상으로는 지입사에 지입만 한 자영업자지만 사실은 모든 통제를 받고 있다. 특히 지입사 뿐 아니라 화주로부터도 2중 통제를 받는다.말로만 사장일 뿐 두 세명의 ‘시어머니’의 감시와 관리를 받는 사실상의 종속된 근로자다. 최근까지 8톤 트럭을 가지고 국내 대표 할인매장의 물류를 운송했던 이 모(47)씨는 “유명 대기업이라고 해서 기대를 하고 입사했지만 입사 첫날부터 그런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고 말했다.
(4)학습지 팔아 재벌된 그회사, 초고속 성장 비밀은?
1500일 가까이 노사분규를 겪고 있는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들은 대표적인 특고(특수고용근로자) 직종이다. 이들 학습지 교사들은 처음에는 특고가 아닌 정규직 직원이었다. 그러나 90년대에 접어들면서 학습지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학습지업계에 '위탁계약제'라는 이름의 특고제도가 도입됐다. 업계에서는 전환 배경에 대해 교사의 60%이상이 기혼여성이고 방문 시간이 오후인 점 등 전일제 근무가 불가능한 상황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동계에서는 ▶ 실적에 따른 수당지급을 미끼로 한 학습지 보급 확대 ▶ 증가하는 교사들의 효율적인 관리 ▶ 교사들의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노조에 대한 대응 등을 그 이유로 보고 있다. 실제로 대교의 경우 88년 노조가 설립된 이후 교사들을 위탁계약제로 전환했고 재능교육은 89년, 구몬도 92년 각각 교사들이 노조를 설립한 후 위탁계약제를 도입했다. 노동계는 학습지 업체들이 교사들을 개인사업자로 전환하면서 노동비용을 대폭 절감했다고 주장한다. 현재 약 1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는 학습지 교사의 1인당 월평균 사회보험 비용을 십 만원으로 가정하면 학습지 업체는 한해 평균 100억 원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퇴직금과 시간외수당, 유급휴가비용까지 더하면 학습지가 비용절약을 통해 내는 수익은 이보다 훨씬 증가한다. 특히 1년마다 이뤄지는 재계약을 위해 교사들은 각종 불합리한 영업에 내몰리고 있다는 게 학습지 교사들의 주장이다. 한 학습지 교사는 ▶ 가짜회원 입회 ▶ 휴회홀딩 ▶ 자동충당제를 학습지 교사를 옥죄는 3대 악질 영업행태라고 소개했다.
(5)"내 인생은 침몰한 배"… 노동자의 삶 파괴한 '대기업 특고'
일을 시작할 때는 사업자 지위로 계약을 맺는다는 것의 의미를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고를 당하고 보니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었다. 근로자라면 기본으로 가입하는 산재보험도 그에게는 예외였다. 이 씨는 "산재만 가입돼 있었어도 월급의 70%가 나오고 치료비와 간병비까지 지원된다고 들었는데, 국가에서 (산재)가입 자격 자체를 안 줬다"고 말했다. 개인보험도 들어 놓은게 있었는데 보험비가 부담돼서 해약했다. 사고가 나기 불과 15일 전이었다. 결국 병원비는 고스란히 개인 부담이었다. 사고 직후 지금까지 들어간 병원비만 1억2천만 원에 가깝다. 가족들 생활비 때문에 상속받은 재산도 다 날리고 8천만 원 빚도 졌다. 이 씨는 자신을 "침몰한 배"라고 표현했다. 사고를 당하던 그 순간 "내가 통증 아프고 그런 걱정보다 나 때문에 연관된 가족이...애 엄마나 애나 나 때문에 막막해진 것이 가장 걱정이었다"고 말했다. "책임있는 가장으로 행동을 못하고 있는게 서럽다"고 말하는 순간, 새어나오는 울음을 막으려 그는 어금니를 물었다.
(6)50원 때문에 파업했다고 구내식당 밥값을…
그의 왼쪽 가슴에는 우체국 마크가 선명했다. 걸려오는 휴대전화를 받을 때도 “네 우체국입니다”라고 응대했다. 우체국 택배원 김모(40) 씨. 사람들은 그를 우체국 직원, 그러니까 공무원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외부 관리업체와 위탁계약을 맺은 개인사업자다. 그는 다름 아닌 특수고용 근로자(특고)다. 자영업자에 해당되지만 사실상 우체국의 직원과 다르지 않다. 일하는 것도 집배원과 비슷하다.
(7)"칼이 머리로 날아와도 보상 없어"...단역배우 실상은?
수많은 단역배우들이 등장하는 액션 장면에서는 관객의 눈으로 볼 때 분명 배우들이 다쳤을 것으로 여겨지는 때가 많다. 주연배우들의 경우는 위험한 신에서는 대역배우를 쓴다지만 이름 없는 단역배우들은 몸으로 때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단역배우들, 다치면 어떻게 될까?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산재 보상을 받지 못한다. 이들은 근로자가 아닌 특수고용근로자(특고)라는 이름의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이다. 현재 공중파 TV에 방송중인 유명 사극에 장군으로 출연중인 단역배우 오 모씨도 칼을 들고 달리다보면 다치는 일이 많다고 했다. "내가 부주의로 당할 수도 있고 설정상 안 다칠 수 없는 경우도 많죠. 넘어져서 이빨 깨진 사람도 보고 칼 휘두르다가 칼이 머리로 날아온 적도 있고... 어르신들은 다치면 이빨이 깨지기도 하죠. 다리를 다쳐가지고 나간 사람들도 있고" 단역배우들은 출연 회수에 따라 보수를 받는 '특고'다. 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산재보험에 가입이 안 돼 있다. 따라서 스스로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8)반듯한 일자리 운운하더니…MB정부 어디갔어?
26일 오후 과천 정부청사 안내동 1층의 택배 배송센터에 택배 기사들의 몸놀림이 분주했다.
이곳에는 하루에도 수많은 택배 물건이 도착하고 접수된다. 그런가하면 퀵서비스 기사들의 경우는 청사 로비까지 들어와 공무원들에게 물건을 전달한다. 이들은 모두 특수고용근로자. 낮은보수와 장시간 근로, 소속회사의 횡포에 시달리면서도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노동관계법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과 매일 마주하는 정부청사 공무원들, 특히 노동관련 업무를 관장하는 고용노동부조차 이들의 처지를 외면하고 있다. 때로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고용노동부는 특수고용근로자인 대리운전사, 퀵서비스 기사, 학습지 교사에게 노동3권중 하나인 노조설립은 허가해 노동자임을 인정했지만 어인일인지 단체행동권과 교섭권은 제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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