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 세계 도서전을 가다
“독일에서 책읽는 것은 일상 생활입니다. 읽기 싫으면 읽지 않는다, 또는 반드시 읽을 필요는 없다는 게 아닙니다. 책은 사회의 기본입니다. 책에 대한 인식이 근본적으로 다른 나라 사람들과는 좀 다르지요.”
지난 11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메세 세계도서전 현장에서 만난 리트뮬러(65) 독일출판서적상협회 회장의 말이다. 리트뮬러 회장은 (재)한국출판연구소 김종수 이사장과 특별대담을 갖고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 세계 최대 책 축제로 발전한 배경을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초청으로 독일 서적유통의 현황 파악을 위해 프랑크푸르트 현지를 방문했다. 두 사람은 책 축제를 성공시킨 독일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출판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주로 김 이사장이 묻고 리트뮬러 회장이 답하는 형식이었다.
“우선 600여년 전 구텐베르크의 인쇄기 발명, 마르틴 루터 종교혁명, 나치즘의 극복은 독일 출판, 지식의 비약적 발전을 가져온 원동력이 되었지요. 지금은 출판경영자(출판)와 서점 주인, 유통업체 3자가 통합한 민간단체 ‘독일출판서적상협회’가 중심 역할을 합니다. 3자가 한집 살림을 하니 비즈니스의 가성비를 최고로 높일 수 있어요.”
김 이사장이 서적 배송과 유통 현황을 묻자 리트뮬러 회장의 답변이 이어졌다.
“100여만 종의 책을 보유한 물류센터의 배송작업은 신속합니다. 서점 주인이 인터넷 메일 등으로 저녁 6시까지 책을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 9시 이전에 책이 서점에 도착합니다. 도매유통 서적의 97%가 이렇게 배송됩니다. 효율적이고 조직적 공급시스템이 갖춰져 있습니다.”
책 대금 지불이나 재고 처리 방식에 대한 질문과 답변도 오갔다.
“서점은 책이 팔리든 안 팔리든 구입한 책 대금에 대해선 일단 현금으로 출판사에 지불합니다. 서점주인들은 팔릴 책인지 여부도 판단합니다. 마케팅 실력과는 별개지요. 출판사와 서점 주인은 물론, 유통책임자도 단순한 영업자가 아닙니다. 전문 지식을 쌓은 전문가들입니다. 독일에서 전문가란 책 저자만이 아닙니다. 실무적으로 시야가 넓습니다.”
리트뮬러 회장도 독일 전역에 20여개의 서점을 갖고 있는, 서점 분야의 큰손이다. 김 이사장이 독일 내 서적유통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설명을 구했다.
“책 유통을 위해 1820년대부터 출판사와 서점주인, 유통사 간 협회를 만들었고 법적문제나 다툼의 경우 조정하는 관행이 생겨났지요. 오늘날 독일출판서적상협회의 모태입니다. ”
김 이사장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성공 이유를 묻자 리트뮬러 회장은 독일의 경험을 전했다.
“세계 최대 책 축제의 성공에는 짧지 않은 역사가 배경으로 작용했습니다. 올해로 도서전 개최 70년을 맞습니다. 유럽의 한복판이라는 지리적 이점과, 특히 매니징(운영) 기술을 꼽을 수 있지요.”
모바일 기기의 번성으로 책 판매량이 줄고 있다는 김 이사장 말에, 리트뮬러 회장은 독일 현황을 설명했다. “서점의 쇠퇴는 세계적인 추세지만 독일은 좀 달라요. 스마트폰 등에 밀려 책 관련 사업이 쇠퇴하는 흐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여전히 책읽기가 일상입니다. 아마도 지식, 출판의 강국을 유지하는 배경이 아닌가 합니다.”
독일출판서적상협회 소속 2800개 서점 가운데 10%의 대형서점이 매출을 주도한다. 90%의 서점이 연매출 100만 유로 이하의 소형 서점들이기에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나서 서점을 지원한다. 그러나 독일 출판사들은 정부지원을 받지 않는다. 정부 지원을 받게 되면 사상이나 생각의 자유에서 종속받을 우려가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김 이사장은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전 세계 작가와 출판사, 서점주인 등 100여개국 22만여명이 참여해 열띤 토론과 더불어 비즈니스를 창출해낸다”면서 “전 세계가 책읽기 문화 확산을 위해 참고할 만한 독일의 경험은 매우 유효하다”며 특별 대담을 맺었다.
프랑크푸르트=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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