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정한 ‘함께 읽는 책의 해’이다. 25년 전(1993년)에 있었던 ‘책의 해’가 상대적으로 출판 호황기에 책의 위상을 드높이기 위해 출판계가 주도한 정부 지정 행사였다면, 올해는 그 반대다. 행사 내용과 추진은 민간 주도로 하고 있지만, 당초에 행사를 제안하고 예산을 확보한 것은 정부였다. 이번 사업에 대한 정부의 능동적 추진력과 정책 의지를 높게 평가할 만하다.
그렇다면 왜 ‘함께 읽는 책의 해’인가. 국민의 독서율, 도서관 이용률, 가계의 도서구입비 등 책과 관련된 핵심 지표들이 급격히 하락하며 출판시장 또한 악화되는 현실을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위기감이 정책 추진 배경에 있었다. 국민의 절반 정도가 1년에 책을 1권도 읽지 않는 현실에서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이 있을 것인가. 과학기술과 상상력을 기반으로 발전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책을 읽지 않고 어떻게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며, 읽고 생각하는 사회로 만들 것인지 아득한 현실이다.
매일 책을 읽는 인구 비율은 한국이 5%, 영국이 23%
최근의 조사 결과들에 따르면, 매일 책을 읽는 인구 비율은 한국이 5%이고 영국이 23%인 것으로 밝혀졌다. 만약 스포츠 경기였다면 더 이상 볼 것도 없는 이 커다란 차이를 어떻게 매울 것인가. 책을 습관적으로 읽고 지식과 상상력의 기반을 바탕으로 일과 직업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 시대에 우리 사회는 너무나 무방비 상태로 독서를 ‘개인의 취미’로만 여겨왔던 것이 아닌지 반성할 대목이다.
그래서 독서율을 끌어올리고 출판 수요를 창출하는 등 책 생태계 전반의 선순환과 확대 재생산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 책의 해의 의도인 셈인데, 이는 결코 단기간에 가능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 초석이라도 마련하며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결코 작지 않다. 이목을 끄는 행사나 사업도 필요하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책 생태계를 촘촘히 키워 나가는 지속적인 사업도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와 같은 취지의 사업 가운데 하나가 가칭 ‘전국책읽는도시협의회’를 책의 해에 결성해보자는 시도다. 독서문화진흥법 제정(2007년) 이후 ‘책 읽는 도시’를 표방하거나 독서문화 진흥 조례를 제정한 시군구가 전체 기초지자체의 35%에 이를 만큼 확산되고 있는데, 이의 확산을 더욱 촉진시키면서 상호 발전을 추동하기 위한 전국 단위의 조직적 기반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평생학습을 추진하는 도시들의 단체인 전국평생학습도시협의회(2004년 설립)가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 시민이 책으로 소통하고 그 활동을 지자체가 지원하는 ‘책 읽는 도시’가 모두 모여 정보 교류, 추진 역량 제고, 공동사업 등을 한다면 든든한 풀뿌리 네트워크로서 지속적으로 책 생태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민간단체들이 민관 합동으로 구성한 책의 해 조직위원회(공동조직위원장 도종환, 윤철호)는 이러한 취지를 전국 시군구에 알리고, 지난 8월 31일 경남 김해시에서 개최된 대한민국 독서대전에서 협의회 창립 준비위원회 발족식을 거행했다. 여기에 가입한 전국 지자체는 21개 도시(시군구)였다. 이어서 10월에는 전주에서 창립총회 준비회의를 통해 회칙 안을 정하고 초대 임원 추대 도시까지 결정했다. 드디어 오는 11월 28일 서울에서 가칭 ‘전국책읽는도시협의회’ 창립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2018 책의 해와 참여 지자체들이 만들어낸 귀중한 결실이 아닐 수 없다.
책으로 소통하며 행복감 커지는 지역을 만들기 위한 협업 필요
이 네트워크에 보다 많은 시군구가 능동적으로 참여해 주기를 소망한다. 협의회의 기능과 역할도 보다 많은 지자체들이 참여할 때 더욱 탄력을 받아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곧 ‘책 읽는 도시’를 추진하는 지자체의 미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지방분권 시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시민들이 책으로 소통하고 역량을 키우며 행복감이 커지는 지역을 만들기 위한 노력과 협업이 필요하다. 중앙정부 책의 해는 12월로 끝나지만 이제 지자체마다 더 단단한 풀뿌리 책의 해와 사업들이 새롭게 시작될 것이다.
백원근 2018 책의해 집행위원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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