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의 꽃은 사람이다. 사람들로 사건이 생기면서 광장은 펼쳐지고, 비어 있기에 담겨진 곳으로 존재하는 곳. 최소한의 디자인이라는 기본적이고 정석적인 품위를 갖출 때 그 공간은 광장이라는 자랑스러운 이름을 지닐 수 있다. 몇 년 전 런던의 트라팔가 스퀘어에서는, 젊은이들이 한구석에 늘어져 잡담을 하고 철도 노동자들은 파업 시작을 알리는 흰색 풍선을 하늘 높이 날리고 있었다. 몇 달 전 독일의 포츠담 광장 한가운데에서는 해괴망측한 복장을 한 밴드 그룹이 음악 실험을 하고 있었고, 그 옆에서는 미국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주위를 빙빙 돌았다. 그리고 붉은악마가 보여준 거대한 함성과 최근의 촛불은 우리 광장만의 카타르시스적 기억이다. 이렇게 광장 디자인은 사람들의 행위, 이야기, 사건으로 완성되는 생성적 디자인의 대표 사례이다. 그렇기에 그 자리를 꽃과 박제 조형물로 가득 채운 광화문광장은 그 의도의 불순성으로, 조형적 가치를 논하기조차 불가능한 조야한 장소로 기록될 수밖에 없다.
--조현신(국민대 테크노디자인 전문대학원 교수), '불순하기에 조야한 광화문광장 디자인', <시사in>2009년 8월 15일자(제100호) 83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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