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저를 오타쿠(특정 분야에 몰두하는 사람을 일컫는 일본어)로 알더군요. 한 출판평론가는 저를 ‘괴물’이라고 불러요.”
조금주 도곡정보문화도서관 관장(49)은 ‘도서관 외골수’다. 2005년 두 아이를 데리고 미국으로 가 뉴욕주립대학에서 문헌정보학(도서관 서비스) 석사 학위를 땄다. 틈나는 대로 사비를 털어 미국, 캐나다, 유럽, 아시아에 있는 도서관을 방문했다. 2013년 6월 ‘지미 카터 대통령 도서관’ 소개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도서관과 관련된 226개 글을 개인 블로그에 올렸다. 개인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게시된 도서관 사진만 300여개다. 지난 11월 30일 출간된 <우리가 몰랐던 세상의 도서관들>(나무연필)에서도 그녀의 외곬 인생을 엿볼 수 있다. 총 14개국에 위치한 48개 도서관을 책에 소개했다.
조 관장이 소개한 해외 공공도서관은 지역민에게 전문 연구공간을 마련해주고, 도시 재생의 교두보 역할을 한다. 조 관장은 “한국에서는 공공도서관을 ‘무료 독서실’로 인식하는 사람이 많다. 도서관에 좌석을 예약하는 키오스크(터치스크린 방식의 무인 정보 단말기)와 ‘개인물품 저장소’처럼 사물함을 사용하는 곳은 한국적인 특성”이라면서 “외국에서는 도서관이 전문자료를 열람하고, 책을 읽고 정보를 습득하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미국과 일본에 있는 도서관은 이용자에게 북쇼핑 카트를 제공할 정도로 장서 수가 많다. 개인당 대출이 100권까지 가능한 도서관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독서인구가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공공도서관 이용률도 떨어지고 있다. 올해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독서인구 비율은 54.9%로 2년 전에 비해 1.3%포인트 감소했다. 정부 기구인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에 의하면 공공도서관 1곳당 평균 이용자 수는 2012년 34만명에서 지난해 27만명으로 약 20% 줄었다. 조 관장은 “우리나라는 도서관에서 많은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밖에 없다. 실적을 위해서다. 전문인력이 없는 ‘작은도서관’조차 작가 초청 강연회, 독서토론회, 다양한 체험활동, 외국어 프로그램, 영화감상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운영된다”면서 “외국 도서관은 우리처럼 문화행사가 많지 않다. 시민들이 도서관에 자주 방문할 수 있도록 장서 수를 늘리고 도서관 인력을 확대하는 데 투자한다”고 말했다.
한 나라의 과거를 보려면 박물관을 가고, 미래를 보려면 도서관에 가보라는 말이 있다. 조 관장은 “청소년이 도서관에 오지 않는다. 외국에서는 10대를 위한 전용공간이 마련된 도서관이 늘고 있다.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스튜디오, 침대와 게임기가 있는 휴식공간까지 마련돼 있다”면서 “공공도서관이 잘 운영되려면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도서관의 기본 3대 요소는 건물, 장서, 사서다. 한국에 있는 공공도서관은 건물 규모나 사서와 장서 수 모두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국가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상빈 자유기고가 literature09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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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dept=115&art_id=201712191850441#csidx25b2add5952af1e93e9c535f5f4802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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