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5일 화요일

‘월간 정여울’ 프로젝트 / 김유진 경향신문 기자

한 명의 작가가 한 출판사에서 한 달에 책 한 권씩 내는 일이 가능할까. ‘무모한 도전’에 가까워보이는 이 프로젝트가 실제로 선보인다. 
출판사 천년의상상은 내년 1월부터 정여울 작가와 손을 잡고 매달 책 한 권씩, 총 열두 권을 출간할 계획이다. 이름하여 ‘월간 정여울’이다. ‘당신의 감각을 깨울 12개월 프로젝트’라는 부제가 붙은 월간 정여울은 매달 의성어나 의태어 하나를 중심으로 정여울이 쓴 에세이들을 담고 있다. 내달 18일 출간되는 첫번째 책의 제목은 <똑똑-수줍은 마음이 당신의 삶에 노크하는 소리>다.
월간 정여울 기획은 출판사와 작가가 고민을 함께 나누던 중에 탄생했다. 선완규 천년의상상 대표는 “스마트폰 때문에 독자들이 읽는 텍스트의 양이 늘었지만 책은 갈수록 읽지 않고 있다”며 “책이라는 미디어가 너무 무거워진 것 아닌가란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독자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면서도 깊이와 완성도를 놓치지 않으려면 정여울 작가의 글이 적격이었다. 선 대표는 “인문적 소양과 여행가적 감수성을 갖춘 작가이기 때문에 요즘처럼 상실감이 큰 시대에 공감을 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독자들에게 1년간 함께 읽을 책을 권하는 의미가 있다”고도 했다. 
정여울 작가도 기획 취지에 적극 동참했다. 정여울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지만 오프라인에서 글을 통해 독자들과 가까이 소통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아날로그적인 잡지에 대한 노스탤지어가 있었다”며 “일반적인 책은 주제나 형식 면에서 통일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데 잡지의 ‘잡스러움’ 또는 하이브리드적인 의미를 추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의성어나 의태어를 고르기로 한 것도 자유분방한 글쓰기에 대한 욕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여울은 “의성어나 의태어는 말인데도 그림이나 음악처럼 느껴진다. 말의 한계를 뛰어넘는 실험이다”고 말했다. 1월의 ‘똑똑’에 이어 콜록콜록, 까르륵까르륵, 와르르, 달그락달그락, 옥신각신, 어슬렁어슬렁, 팔딱팔딱, 와락, 후드득후드득, 덩실덩실, 으라차차 등이 차례로 이어질 예정이다.
천년의상상은 이달말까지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텀블벅에서 정기구독자를 모집하고 있다. 1년 동안 ‘월간 정여울’을 정기구독하는 독자에게는 매달 책과 함께 신진작가의 그림 한 장을 배달할 예정이다. 1월은 꽃을 소재로 한 그림을 주로 남긴 한국화가 안진의다. 정여울은 “작은 힘들이 모여 큰 울림을 내는 현악 사중주처럼 글과 그림이 어우러져 오롯이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월간 정여울은 판형 4x6판, 분량 140쪽의 자그마한 단행본으로 출간된다. 정가는 9900원이다. 정여울은 2018년 한 해 동안 낼 열두 권의 책 원고 중에서 절반 정도를 써놓았다. 정여울은 “다 쓴 글을 재탕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며 “정여울의 작품세계를 확장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선 대표는 “대표 포함 3명 뿐인 작은 출판사에게는 마라톤같은 기획이다. 우리의 목표는 완주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12051435001&code=960205#csidxa34bdf0b4d998c4b07d8d741af44c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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