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문화 발전과 시민의 요구에 역행하는
작은도서관진흥법 일부개정안을 즉각 철회하라
김성찬 의원(국방위소속, 대표발의) 외 9명의 국회의원들(심윤조, 이노근, 김진태, 김태호, 강기윤, 송영근, 김영주(새), 정희수, 서상기)이 2013년 9월 17일 작은도서관에 학습센터를 설치, 운영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의 작은도서관진흥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하였다.
중·고등학생들의 학습공간이 부족하고, 전국의 3,951개 작은도서관의 대다수가 운영이 제대로 안 되고 있는 실정임을 감안하여, 작은도서관이 학습센터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개선하여 작은도서관에 중․ 고등학생을 위한 학습센터를 설치․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몇 개의 작은도서관별로 관리교사를 두거나 학습센터에 보조교사를 둘 수 있도록 하여 작은도서관 ...활성화와 학습환경 조성에도 기여하고자 한다는 것을 주요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작은도서관진흥법 일부개정안은 공공도서관으로서의 작은도서관에 대한 역사와 기능 및 역할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작은도서관진흥법이 시행된 지 겨우 1년이 지난 시점에 행해지는 이번 작은도서관진흥법 개정 움직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작은도서관’의 개념을 만들고 정책화하는 데 앞장서온 우리는 기존의 도서관이 대학입시를 비롯 각종 시험공부를 위한 독서실 위주 서비스에 치중했던 것을 비판해왔다. 2007년 정부와 국립중앙도서관, 민간의 작은도서관운동 주체 등은 “작은도서관은 접근이 용이한 생활친화적 소규모 문화공간으로서 주로 독서 및 문화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스럽게 지역공동체가 형성되는 곳이다.”는 개념을 완성하기도 했다.
책을 통해 지식과 정보를 접하고 책 속의 문화를 누리며, 지역주민을 위한 평생교육의 내용을 제공하고, 크고 작은 지역내 독서와 교육 공동체의 성장을 지원하는 역할을 해왔으며, 이러한 활동 속에서 기존 공공도서관의 ‘독서실’ 적 성격을 변화시키는 견인차가 되기도 했다.
이번 법률 개정안은 작은도서관을 포함한 우리나라 도서관의 역사를 다시 퇴행시키려 하는 조치이기에 다음의 이유로 반대 성명을 낸다.
1. 작은도서관에 중고등학생을 위한 학습센터를 설치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은 그동안의 도서관의 기능과 역할을 개선하고 발전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수포로 돌리는 일이다.
23만권의 장서를 가지고 있고 연간 3만5천명이 이용하는 모 도립도서관의 연간도서대출 권수가 5천여권이라는 통계는 우리나라 도서관의 현실을 말한다. 도서관에 좋은 정보와 수많은 책을 두고도 그 책을 읽지 않고 집에서 가져온 수험서를 놓고 공부하다 가는 곳임을 증명하는 예이다. 그렇게 우리나라 도서관은 입시경쟁을 보조하고 부추기는 공간이 되었다. 그러다보니 시험공부로부터 소외된 노인, 주부, 장애인, 노동하는 사람들, 대학입시를 치를 형편이 되지 못하는 청소년들로부터 멀어졌다. 작은도서관은, 도서관은 특정한 목적을 가진 이들이 아닌 모두에서 문턱이 낮아져야 함을 강조해왔다. 도서관은 경쟁사회를 부추기는 시험공부가 아니라 마을의 주민들이 책을 매개로 꿈꾸고, 문화를 누리고, 공동체를 구성해나가는 성장의 공간이어야 한다.
시험공부를 위한 ‘독서실’로도 모자라 아예 시험공부를 위한 ‘학습센터’가 된다는 것은 그동안 진행되어온 도서관운동의 모든 노력을 되돌리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2. 작은도서관에 ‘학습센터를 두고 정년 및 명예퇴직 교사와 대학생을 채용, 순회 관리교사제를 두어 일자리 창출을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 인력이 도서관을 활성화시킬 인력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들 고용인력을 통해서는 작은도서관의 어떠한 전문성이나 발전을 기대할 수 없으며 공공도서관으로서의 작은도서관의 위상을 깎아내리는 일이다.
작은도서관은 ‘도서관’법 제2조 4호에 정의된 공공도서관이다. 2012년 제정된 ‘작은도서관 진흥법’ 제 2조에서도 그 부분이 강조되어 있다. 지역아동센터나 공부방, 사설 독서실 및 사교육시설과 엄연히 구별된다. 이미 작은도서관은 평생교육의 공간으로서의 자격을 가지고 있다. 경쟁사회를 부추기는 입시교육이 아닌 다양한 사람들의 지속적인 성장을 돕는 교육을 준비하고 운영하고 있는 작은도서관의 목적을 해하고, 공공도서관의 공공성을 해치는 제안이다.
또한 중고등학생들의 국, 영, 수를 가르치는 교사와 도서관의 전문가는 다르다. 만일 진심으로 작은도서관을 위한 정책을 입안하겠다면, 도서관의 기능과 맞지 않는 내용의 일자리창출을 끼워넣을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에게 맞춤하는 지식정보와 책과 문화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전문인력의 배치를 제안하고 지원해야 한다.
모든 공공도서관이 전문인력의 부족을 호소하고 있으나 예산의 부족 등의 이유로 번번이 무산되는 현실이다. 이러한 법안 개정안은 법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작은도서관을 포함한 공공도서관 현장의 목소리를 단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탁상행정의 정형을 보여준 결과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
3. 도서관과 학습센터는 본질적으로 다른 공간이기에, 작은도서관에 학습센터를 두는 것은 ‘전국의 3,951개 작은도서관의 대다수가 운영이 제대로 안 되고 있는 실정’에 대한 근본적 해결방안도 지원책도 아니다. 작은도서관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된 개정안을 마련하길 바란다.
이번 법률 개정안에서는 작은도서관 3,951개관 모두를 운영이 부실하다고 매도하고 있다. 작은도서관 3,951개관에는 수많은 허수가 존재하고 있다. 시설이 법적 기준에 미치지 않거나 운영의 공공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다. 이는 ‘작은도서관’을 그 개념이 만들어진 배경과 그 성격과 역사를 이해하지 않고 단순히 ‘규모가 작은 도서관’으로 이해하는 데에서 발생한 문제이자 현장에 대한 조사나 평가 없이 신고만 하면 되는 제도의 문제, ‘공공’의 기능을 하고 있음에도 전혀 정책적으로 지원되지 않았던 문제 등 여러 가지 과제들이 중첩된 문제이다.
올해 들어서야 전국의 작은도서관에 대한 기본적인 실태조사와 평가가 시작되었고, 지난 8월 문화관광부는 그 평가를 바탕으로 작은도서관의 시설기준을 강화하고 운영을 지원하겠다고 밝힌바 있으며, 작은도서관들 스스로도 공공도서관으로서의 역량강화와 전문성 확보를 위한 자구적인 노력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습센터’를 제안하는 것은 그야말로 ‘뜬금없는’ 일이다.
작은도서관진흥법을 개정한다면 개정 내용은 작은도서관이 공공의 이용 목적을 가지고 본래의 도서관의 기능과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의 개선과 지원 방안마련일 것이다(별첨자료 참고). 이 또한 작은도서관 현장운영자들 및 도서관 전문가들과의 성실한 논의를 통해 합의하고 제안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전국 곳곳에서 대가를 바라지 않고 지역주민의 책 읽는 공간으로, 마을 소통의 공간으로 작은도서관을 가꾸어 온 수많은 작은도서관 운영자와 봉사자들의 숭고한 뜻과 활동을 훼손하지 않길 바라며 다음의 요구를 한다.
- 다 음 -
하나. 일부 국회의원들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작은도서관진흥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라!
하나. 작은도서관의 공공성과 역사성에 반하는 행동에 사과하라!
하나. 독서문화 운동과 도서관 문화발전 운동을 파괴하는 행동을 즉각 중단하라!
2013년 9월 30일
한국어린이도서관협회, 서울시마을작은도서관협의회, 경기도작은도서관협의회, 광주작은도서관포럼터무늬, 대전마을어린이도서관협의회, 인천시작은도서관협의회, 청원작은도서관협의회, 춘천작은도서관협의회, 고양시작은도서관협의회, 부천지역작은도서관협의회, 성남시작은도서관협의회, 안산작은도서관협의회, 용인시작은도서관협의회, 파주시작은도서관협의회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