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코리아> 2010년 11월 19일자. 대학생 송혜림 씨가 쓴 기사. 읽은 책에 밑줄 긋고 함께 나눠보면
“저는 책 187쪽의 세 번째 줄부터 다섯 번째 줄까지의 문장이 참 마음에 와 닿았어요.”
“어? 저도 그 부분에 공감이 갔는데 비슷하네요.”
“전 34쪽에 있는 두 번째 문단의 첫 문장이 참 좋았어요. 이 부분은 특히 주인공의 심리를 아주 잘 묘사한 것 같아요.”
11월 15일 월요일 오후 7시 서울시 마포구 평생학습관 4층 토론실. 주민들은 각자 미리 읽어 온 책 ‘안동 장씨, 400년 명가를 만들다’에 그어온 밑줄을 이야기하면서, 밑줄 친 이유와 책 내용 중 공감했던 부분이나 의미 있다고 느낀 부분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들은 평생학습관에서 운영하고 있는 2010년 독서문화프로그램인 ‘밑줄낭독회 독서동아리’ 회원이다.
밑줄낭독회는 서로 자신이 밑줄 친 부분을 이야기하면서 자유롭게 책에 대해 소통을 하는 시간이었다. |
마포구 평생학습관에선 주민들의 지속적인 독서습관을 기르고 다양한 책 이야기를 여러 사람들과 나누며 지적능력과 소통의 기회를 늘릴 수 있도록, 11월1일부터 12월 20일까지 밑줄낭독회 독서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
참가자는 책을 좋아하는 지역주민 15명. 이들은 매주 홀수 주 월요일에 두 시간씩 프로그램에 참여해 EBS 라디오 ‘부모’ 독서멘토로 활동하고 있는 여희숙씨의 사회로, 책을 읽은 뒤 자신들의 밑줄 친 부분을 낭독하고 이야기하는 독후활동을 한다.
마포구 평생학습관 자료봉사과 밑줄낭독회 담당자 김진승씨는 “흔히들 책을 읽으면 혼자 생각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같은 책을 읽고 여럿이 모여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면 자신이 생각하지 못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며 “여러 사람들과 책을 읽으며 소통하는 법을 알려주기 위해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책을 읽은 후 자신의 느낀 점이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해보라고 하면 흔히들 이야기를 잘 못한다”면서 “독서 후 자신의 느낀 점과 깨달은 점들을 이야기하며 소통하는 기회를 주기 위해 밑줄낭독회를 구성했다”고 말했다.
밑줄낭독회에서 주민들은 강사와 함께 고른 책 5권을 읽는다. 한 번에 한 권씩 미리 읽고 밑줄을 그어온 뒤, 밑줄을 그은 이유와 공감했던 부분, 느낀 점, 깨달은 점들을 이야기한다.
강사 여희숙씨는 책의 내용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주민들이 서로 이야기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
이날 이들이 읽어온 ‘안동 장씨, 400년 명가를 만들다’는 과거 현모양처의 생활과 삶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책을 쓰는 작가가 꿈이라서 평소 독서에 관심이 많고 책을 많이 읽는다는 박성미(21·여)씨는 책의 227쪽 7번째 줄 문장을 읽으면서 자신이 밑줄 친 이유를 설명했다.
“‘의리는 무겁고 물질은 가볍다’라는 적혀 있는데, 이 부분이 와 닿았어요. 요즘 사람들은 너무 눈에 보이는 것, 관심 받는 것에 익숙한 것 같아서 속상했는데 책에서 이러한 문장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보이지 않는 것, 즉 의리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요.”
박씨의 이야기가 끝나자 옆에 있던 진민주씨(32·여)는 “밑줄 칠 부분이 많아서 책을 읽는 내내 행복한 고민을 했다”면서 자신이 밑줄 친 부분을 읽었다. 그녀는 43쪽 세 번째 단락을 읽으며 주인공인 장 주인의 천재적인 삶을 언급했다.
“말솜씨와 글솜씨 등 빼어난 지성과 지혜를 가지고 있었지만, 여성의 지위가 낮은 시대 때문에 자신의 장점을 숨긴 채 현모양처로 살아가야 했던 장 부인이 안타까웠어요. 지금이야 많이 나아져 직장인 여성도 많지만요. 과거에 여자들이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점이 속상해서, 이 내용을 함께 얘기하고 싶어 밑줄을 그었어요.”
이야기를 듣던 오미현씨(33·여)는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책에서 작가가 장 부인의 천재적인 지성과 지혜의 부분을 조금씩 표현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로 밑줄 친 내용들은 비슷한 부분 또는 전혀 다른 부분들로 다양했다. |
강사 여희숙씨는 주민들이 밑줄 친 부분을 이야기하고 서로 의견을 공유하고 나면 중간 중간 보충설명을 해줬다. 여씨는 “장 부인은 과거 정말 매력이 넘치는 여자였다”면서 “오씨의 말처럼 작가는 장씨의 매력을 최대한 표현하기 위해 책에 여러 부분에 장씨의 매력을 이야기해주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진민주씨는 “다시 한 번 장씨의 매력이 담긴 부분들을 읽어봐야겠다”면서 “혼자 읽을 때는 몰랐던 여러 이야기들과 내용들을 함께 소통하고 이야기하니 내용과 다양한 의견들이 더 쉽고 재미있게 다가오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함께 이야기를 하던 주부 이원옥씨(56)는 “장씨의 매력이 드러난 부분을 밑줄을 쳤다”면서 책의 115쪽과 159쪽을 이야기했다.
그녀는 “여러 생명들을 인간의 생명으로 환원하는 존재로 음식을 대하는 장씨의 태도에서 기품 있고 지성을 겸비한 여성임을 깨달았다”면서 “특히 159쪽에서는 어린아이에게 존댓말을 하며 겸손하게 대하는 태도를 보면서 감동적이었고, 나도 엄마로서 행동과 말을 조심하고 겸손하게 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서로 다른 밑줄 부분을 메모하거나 밑줄을 그었다. |
강사 여씨는 “혼자 책을 읽을 때는 자신이 관심이 있는 부분이나 한정된 부분에 치중하게 된다”면서 “이렇게 공감한 부분이나 느낀 점을 서로 이야기하고 소통하면 보다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사고도 두 배로 늘릴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밑줄낭독회에 참여한 주부 민정림씨(34)는 “여러 사람들의 밑줄 친 부분을 듣고 함께 이야기하니 각자의 관심분야와 가치관 등이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면서 “혼자 읽고 넘어갔더라면 몰랐을 내용이나 느낀 점을 함께 공유할 수 있어서 유익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사람들과 책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참여했다는 홍성자씨(40·여)는 “주부라서 주로 만나는 사람들이 비슷한 또래인데, 다양한 사람들과 책에 대해 이야기를 하니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어 좋다”면서“가족끼리도 같은 책을 읽고 함께 밑줄 친 부분을 이야기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한 권의 책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자신이 좋았던 점과 깨달은 점들을 이야기하면서 맞장구를 치기도 하고 다른 생각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앞으로는 독서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을 해보자. 자신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도 발견할 수 있는 독서의 또 다른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정책기자 송혜림 (대학생) bepinkbe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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