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에도 도서관 세우자
동아일보 1965.04.13 기사(칼럼/논단)
농어촌에도 도서관 세우자
농촌의 근대화 없이 한국의 근대화 바랄 수 없다
제2회 도서관주간에 제의한다
엄대섭
1955년 도협이 창립된 이후 10년간에 한국의 도서관은 장족의 발전을 보아 총 1천1백71개(공공 48개, 대학 1백1개, 학교 9백50개, 특수 72개)의 도서관수를 헤아리게 되었다.
그런데 일정시 1935년 통계에도 전국에 61개, 남한에 41개의 공공도서관이 있었다는 사실로 미루어 해방 20년간에 공공도서관은 오히려 위축되고 있다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
도서관법 제정을 계기하여 한국의 도서관은 공공도서관 증설에 주력할 줄 믿는다. 아울러 운영방법을 개선하여 농어촌과 도시 변두리에 봉사의 중점을 두게 될 것을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만약 현재와 같은 운영이 계속된다고 하면 공공도서관이 10배, 100배로 증설된들 도서관 본래의 사명과는 거리가 먼 한낱 장식적인 존재를 면하지 못할 것이다. 그 까닭은 공공도서관이 아니라 도심지의 일부 학생들을 위한 공부방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공공도서관은 지역사회의 종합적인 사회교육센터이다. 학생보다도 일반에게, 도심지보다도 변두리에, 도시보다도 농어촌 위주로 봉사해야 한다.
한국의 근대화는 농촌의 근대화를 뜻하며 독서환경의 마련 없이는 농촌의 근대화를 바랄 수 없다. 그런데 한국의 실정은 모든 문화시설이 도시에 집중되어 농촌은 현대문명을 외면하는 전근대적인 환경 속에 놓여 있다.
농어촌에 대한 도서관 봉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그것은 도서관분관으로서의 마을문고 설치에 있다. 지금 농어촌 봉사에 주력하고 있는 도서관은 경주시립과 경기도 파주군립, 그리고 전남 강진군립도서관이다.
여타의 공공도서관이 관내 봉사로 현상유지하는 데 반하여 전기의 공공도서관은 변두리 농촌에 봉사의 주력을 두고 있다. 경주에 86개, 파주에 41개, 강진은 60개의 마을문고를 설치하고 그 모체로서 이들 문고를 육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땅의 식자층에서는 아직도 농민들이 독서할까 라고 반문한다. 무식한 말씀이다.
8.15후 학교교육의 보급과 문맹퇴치 운동의 성과로서 대다수의 농어촌 주민들도 독서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이들에게 알맞는 쉽고 재미있고 유익한 책을 마련할 수 있다면 훌륭한 독서인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능력과 의욕을 가지면서도 가난한 환경 때문에 독서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는 농어촌 주민에게 독서의 기회를 마련하는 일이 우리 공공도서관의 급선무임을 굳게 밎는다. (마을문고진흥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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