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공공도서관 활동(상)
동아일보 1960.06.23 기사(칼럼/논단)
미국의 공공도서관 활동
- 그 운영을 중심하여(상)
이춘희
현대 미국의 공공도서관을 책이나 많이 보관해 두고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빌려주는 곳이라고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오늘의 미국의 시민으로서 그러한 관념만을 가지고 도서관에 찾아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그들은 도서관을 문화생활에서 오는 여러가지 그들의 의문을 해결해주는 인포메이션 쎈터나 혹은 독서지도를 해주는 하나의 교육기관으로 보고 있다. 또한 도서관은 그들에게 좋은 문화영화를 보여주는 영화관이기도 하며, 레코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음악감상실이기도 하며 혹은 훌륭한 회화를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장이기도 하다. 그럼으로 도서관에서는 도서뿐만 아니라, 문화 전반에 걸친 도서 이외의 많은 문화자료를 수집 정리 보관하고, 일반의 요구에 응하고 있다. 도서 이외로 도서관에서 빌려볼 수 있는 자료로는 각종의 영화필름, 마이크로필름, 슬라이드, 사진, 회화, 레코드, 지도 등을 들 수 있다.
제반 문화의 발달은 도서관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도서류만을 보관해두는 도서관은 매스커뮤니케이션의 현대사회에서는 더 그 기능을 발휘할 수 없게 되었다. 일례를 들어 어느 독자가 수년 전에 나온 모 신문의 어떤 기사를 보여달라고 도서관에 요구해왔을 때 만일 당 도서관에 현대식 마이크로필름에 옮겨놓은 신문이 없다면 정확한 연도와 일자를 모르기 때문에 수년 전의 신문을 일일이 다 조사해야 됨으로, 굉장한 시간을 낭비해야 한다. 그러나 마이크로필름이 있는 도서관에서는 프로젝터를 통하여 간편한 방법으로 독자가 요구하는 기사를 짧은 시간 내에 찾아낼 수 있다.
공공도서관은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방향으로 자기의 위치와 목적을 재검토하고 그 달성에 필요한 새로운 방법과 활동을 취하여왔다. 1887년 멜빌 듀이에 의해, 콜럼비아대학에 처음으로 도서관학교의 창설을 보게 된 것은 이 사회적 요구의 첫 반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로부터 여러 대학에 도서관학과가 설치되고, 도서관에 대한 연구를 학문적으로 다루게 됨으로써 현대 도서관 발전의 기초가 되었다. 1876년에 조직된 미국도서관협회는 전국도서관의 단결과 통일을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특히 공공도서관의 연구와 그 발전에 큰 공헌을 하여왔다. 제2차세계대전 후 미국도서관협회에서는 카네기재단의 원조를 얻어 20만불이나 되는 거액의 연구를 사회과학연구조사원에 보내어 공공도서관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를 하게 하고, 전후 미국의 공공도서관 발전에 더욱 공고한 기초를 닦아놓았다. 미국의 공공도서관은 1) 교육 2) 인포메이션 3) 미적 감상 4)조사연구 5)오락 이상 다섯 가지에 목적을 두고 전국민의 문화향상에 노력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공공도서관을 자유공공도서관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어느 도서관에서도 요금을 받는 곳은 없다. 공공도서관에는 국립, 주립, 시립, 군립의 네 종류가 있으며 시립과 군립 도서관은 각각 그 산하에 많은 분관을 두고 있다. 예를 들면 로스안젤레스의 시립도서관은 그 시내에 52개의 분관을 두고 있고, 로스안제레스의 군립도서관(county library)은 그 군내에 104개의 분관을 두고 있다. 현재 로스안젤레스 시의 인구는 약 230만이며 군의 인구는 약 530만이다. 이 숫자 상으로도 미국 내에 얼마나 많은 도서관이 있는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각 도서관은 서로 긴밀한 연락을 가지고 있어 상호대출 활동이 조직으로 잘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면 한 군립도서관에서 독자가 요구하는 책이 없을 경우에는, 곧 주립도서관에 연락하여 요구되는 책을 빌려 받는다. 만일 그 책이 주립도서관에도 없을 경우에는, 주립도서관에서는 국립도서관인 의회도서관에 연락하여 그 책을 빌려받게끔 한다.
주립도서관과 의회도서관 사이에는 테레타이푸가 장치되어 있어 상호대출하는 데 많은 시간을 절약하고 있다. 의회도서관에서는 각 주립도서관뿐만 아니라 각주에 있는 큰 대학도서관 때로는 해외의 도서관들과도 상호대출 활동을 한다.
상기한 바와 같이, 각 시립과 군립도서관은 많은 분관을 두고 있으나 분관에서도 멀리 떨어져 사는 주민들의 편리를 위하여, 문고자동차가 매일 일정한 시간에 각 동 내를 순회한다. 문고자동차는 또한 직장의 시간관계로 도서관을 이용하기 곤란한 시민들을 위해 큰 공장 백화점 등에도 순회한다. 문고자동차는 보통 4천권의 도서를 싣고 다닐 수 있으며 차내는 공기조절장치가 잘 되어 있다.
미국의 공공도서관 성인교육의 중심기관이 되어 있다. 사회생활에 바쁜 시간을 보내는 성인들에게는, 좀처럼 책과 가까이 할 수 있는 기회가 적다. 이들에게 계속적인 교육의 기회를 열어주고 자극을 주는 곳이 도서관이다.(성대도서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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