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병두 | 책따세 대표·서울 숭문고 교사
ㆍ‘제대로 읽기’ 위한 쓰기 전략 꿰뚫기
▲ 삼국유사 글쓰기 감각 | 고운기·현암사
나는 일연의 <삼국유사>를 한마디로 길 위의 책이라 하였었다. 스스로의 눈으로 보고, 스스로의 귀로 듣고, 스스로의 몸으로 닿아서, 스스로 냄새를 느끼고, 스스로 맛본 다음에 기록한 것들의 총화이다. 거기서 거둔 인문학적 성과는 화려하지 않을지언정 참으로 웅숭깊다. 그런 그가 ‘세상의 모든 권력에 맞서서 창조적인 삶을 지속시키는 노력’으로서 ‘<삼국유사> 저술’에 임했을 때, 결과는 좀 더 폭넓은 정치적 감각의 바탕에서 이루어졌다. 다른 한편 신라를 온전히 그리자면 불교만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경우에 따라 불교를 비판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37~39쪽)
<삼국유사>는 우리 민족의 숨결과 느낌, 생각들을 담은 영원한 한민족(韓民族)의 장경각이다. 그래서 몇 번이고 달리 붙잡으며 꼼꼼하게 읽고 싶은 책 가운데 하나가 바로 <삼국유사>다. 저자는 <삼국유사>를 오랜 세월 천착하며 꾸준히 성과를 발표해 온 전문 연구자. 눈이 어둡고 일상에 쫓겨 채우지 못하는 나의 욕망을 명쾌하고 풍부하게 풀어주는 고마운 존재다. 그는 <삼국유사>를 저술한 일연 스님의 글쓰기 전략을 현장 감각과 정치적 감각, 균형 감각으로 새롭게 정리한다. <삼국유사>의 내밀한 가치를 풀어가는 즐겁고 근사한 또 다른 관점과 시각이다.
아울러 이렇듯 쓰기 전략을 찾아내 읽기 전략으로 제시하는 자세는 가장 기본적이다. 하지만 우리 독서 현장에서는 여전히 낯설고 미흡하기에 저자의 책은 대단히 소중하다. 저자는 독자들이 제대로 읽을 수 있도록 자신의 쓰기 전략을 가다듬고, 독자는 저자를 정확히 읽기 위해 저자의 쓰기 전략을 꿰뚫어야 한다. 그저 내키는 대로 책을 읽고 막연히 글을 써서는 곤란하다. 쓰기란 내가 세상과 삶, 사람들을 새롭게 손 끝으로 읽는 행위이며, 읽기란 내가 또 다른 저자로서 새롭게 눈과 머리, 가슴으로 쓰는 행위다. 나는 <삼국유사>를 언제나 새롭게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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