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한국작가회의(이사장 구중서)가 개최하는 ‘세계작가와의 대화’가 4~5일 오후 2시 대학로 책읽는사회문화재단에서 열린다.
이번 행사는 ‘내가 만난 세계문학, 내가 만난 한국문학’이라는 주제로 서경식 도쿄 게이자이대학 교수, 박노자 오슬로대학 교수, 한국문학 전공자인 와타나베 나오키 일본 무사시대학 교수, 팔레스타인 작가 아다니아 시블리, 김상봉 전남대 교수, 박경미 이화여대 교수 등이 참여한다. 지금까지 가라타니 고진, 아리엘 도르프만 등 세계 각국의 유명 작가들을 초청해 이야기를 듣던 기존 행사와는 달리 이번 행사는 국내외 작가와 진보적 지식인을 초청해 세계문학과 한국문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박노자 교수는 최인훈의 <광장>과 김영하의 <빛의 제국>을 통해 한국 사회의 과거와 현재를 진단한다. 박 교수는 “한국 근대의 경우 진정한 의미의 공공영역의 미발달이 근대적 의미의 이성적 개인 형성의 커다른 방해물이 됐다”며 “<광장>이 대한민국 건국 12년에 대한 ‘결산 보고서’라면 2006년 출간된 <빛의 제국>은 9년 동안 지속돼온 남한 사회의 신자유주의화에 대한 ‘결산 보고서’ ”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소통과 연대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사회의 기본 골격이 바뀌지 않았다는 것을 <빛의 제국>이 시사해준다”고 덧붙였다.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디아스포라’(경계인) 지식인인 서경식 교수는 ‘한국문학’에 대한 기존의 협소한 정의를 부정하고 ‘민족문학’이라는 개념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그는 “ ‘한국’이라는 나라의 틀을 뛰어넘는 조선민족의 문학이라는 의미에서 ‘민족문학’이라고 부르는 편이 적절하다”며 현대의 세계문학은 “글로벌자본주의가 석권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본주의의 보편성에 저항하는 쪽의 세계적인 보편성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의 젊은 작가 아다니아 시블리는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토지>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중반에 이르기까지, 한 가문의 이야기를 통해 봉건주의 시대에서 근대로 전환되는 과도기부터 계급과 정치투쟁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적 중요한 순간들을 생생하게 묘사한다”며 “<토지>는 한국인의 무의식을 느끼게 해주었다”고 말했다.
올해로 17회를 맞는 이번 행사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보조금 없이 진행된다. 지난 2월 예술위가 보조금 지급 대가로 ‘불법집회’ 불참 확인서를 요청했고, 이를 작가회의가 거부함에 따라 3400만원이 지급되지 않았다. 작가회의 관계자는 “문학이 다시 정치적 현실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도록 하는 이즈음의 한국사회에서 문학이 어떻게 존재해야 할 것인지 질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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