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년 전에는 잠수함에 토끼를 태웠다. 토끼는 산소가 조금이라도 부족해지면 예민하게 반응하는 동물이다. 사람이 산소 결핍을 느끼는 시점에 잠수함이 곧바로 수면 위로 출발한다고 해도 이미 때가 늦게 된다. 그래서 토끼의 상태를 살펴 일종의 경보기 역할을 하게 했던 것이다.
'잠수함 속 토끼'는 시인이나 예술가에 종종 비유된다.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현실의 불합리를 가장 먼저 감지하고 저항하기 때문이다. 중앙대에서는 지금 이런 잠수함 속 토끼들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두산그룹이 재단을 인수한 이후 학내 민주주의가 위태로워졌고, 문제의식을 빠르게 공유한 이들이 모여 진정한 대학의 의미를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중앙대 '잠수함 토끼들', '두산함'에 경보를 울리다
잠수함 토끼들의 일원인 곽동건(중앙대 신문방송학과)씨는 "대학의 커리큘럼이 취업 준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에 반대하는 차원이다. '자기교육'은 '자기계발'에 맞서는 개념"이라며 슬로건의 취지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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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에서는 두산그룹의 재단 인수 이후 추진된 기업형 구조조정을 둘러싸고 본부와 학생들이 첨예하게 대립해 왔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학과가 통폐합되었고, 이를 반대하며 고공농성한 학생은 퇴학 처분을 받았다. 재단에 비판적인 교지는 예산이 삭감되었고 본부에 의해 강제 수거되는 등 학내 민주주의와 학생 자치 훼손 문제가 심각한 수준으로 대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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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교체 이후 대학 문화가 흔들리고 비판적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졌다.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저항하기는 했지만 결국은 고공농성을 한 학생이 퇴학당했고, 구조조정도 일단락되면서 학생들 사이에는 (자치 회복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가 널리 퍼져 있다. 그렇지만 분명 숨어있을 저항의 뿌리를 엮어 내고, 사람이 모이는 것을 통해 희망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어서 기획하게 됐다."
최철웅(대학원 문화연구학과)씨의 말이다. 중앙대는 전통적으로 '의에 죽고 참에 살자'는 교훈을 중심으로 한 비판적 지성이 강하기로 유명했다. 그러나 일련의 '중앙대 사태'를 거치며 신자유주의적으로 구조조정한 대표 모델로서 중앙대를 인식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10월 고려대는 중앙대의 구조조정을 컨설팅했던 경영컨설턴트 업체에 경영진단을 의뢰했다. 제2의 중앙대 사태가 곧 고려대에서도 발생할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중앙대 사태는 우리 사회 전반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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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 토끼들은 인적 구성이 참신하다. 학부생 넷, 대학원생 넷이 함께 어울리는 것이 특이하다. 대학원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최철웅씨는 "중앙대 사태는 단지 학부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대학원도 머지않아 구조조정이 되고 말 것"이라며 연대의식을 드러냈다. 마치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는 정규직을 보는 느낌이다.
"뒷받침해줄 '배후'가 없는데 상당한 규모의 강연회를 여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최 씨는 대학원생의 역할을 언급했다.
"이런 강연을 열 때 학부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은 기획과 섭외다. 우리 기획단에는 대학원생들이 있어 학부생과 교수 사이에서 다리를 놓아줄 수 있었다. 대학원생도 캠퍼스의 일원이므로 학부생과 함께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의욕만 앞선 아마추어리즘에 빠지지 않고 훌륭한 프로그램을 내놓을 수 있었던 비결이다.
트위터로 지저귀다 기획... '무한 RT' 등 홍보도 트위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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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문캠프는 홍보도 트위터로 하고 있다. 이미 트위터는 140자 단문 메시지가 가진 파급 효과를 극대화하는 매체로서 마케팅, 선거 전략, 여론 결집 등의 수단으로 사용되며 많은 가능성을 보여 왔다.
기획단 계정(@re_univ)에서 보낸 자유인문캠프 개최 소식에 대한 메시지는 진보신당의 노회찬 대표(@hcroh)와 프리미어의 허지웅 기자(@ozzyzzz) 등 유명인을 포함해 하루만에 100회 이상 리트윗되며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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