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835211&code=11131300&sid1=soc
주요 대학에서 인문한국(HK)교수 인사 문제를 둘러싼 내홍이 깊다. 대학 내 기존 인문학 교수들이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인사상 불이익을 주고 있다는 불만이 HK교수 사이에서 터져 나오며 교원소청심사를 청구하는 사례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인문학 위기 극복을 위한 국가지원 사업이 ‘신구(新舊) 세력 간 파벌싸움’으로 얼룩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일보 취재 결과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지난달 ‘서울대 A교수에 대한 재임용 기간 단축 처분을 취소하라’는 취지의 결정을 내린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서울대 측이 HK교수인 A교수 재임용 심사에서 규정을 위반해 재계약 기간을 단축했다는 것이다.
A교수 사건은 지난 6월 서울대 인사위원회가 재임용 심사에서 ‘3년 재계약’만 통보하면서 불거졌다. A교수는 당시 심사에서 대상 기간인 지난 5년2개월 동안 쓴 논문 5편과 연구서 1권을 제출해 재임용 필수조건을 충족했다. 그러나 인사위는 사전 설명 없이 통상의 재계약 기간 ‘6년’을 3년으로 줄였고, 이에 대한 소명 기회도 제공하지 않았다. 서울대 규정에는 부교수 재임용 때 ‘6년 이내에서 정하는 기간’으로 계약하게 돼 있지만 2010년 이후 교수 재임용에서 필수조건이 충족됐는데도 재임용 기간이 단축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판례상 재임용 계약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종전 임용 계약과 동일한 직위와 임용 기간 등을 전제로 한다’는 게 소청심사위 측 설명이다.
인사위원으로 참여한 한 교수는 “연구 실적이 조금 적다고 느껴져 독려하는 의미에서 그렇게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같은 단과대학의 한 교수는 “그 정도면 절대적으로도 적은 양이 아니다”고 했다. 다른 교수는 “‘HK교수가 재임용 돼 정년퇴임하는 모습은 못 보겠다’는 말도 나왔다”고 했다.
올 초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다(국민일보 9월 5일자 13면 참조). 서울대 본부는 지난 8월 인사위원회가 김시덕 HK교수를 재임용에서 탈락시키려 했다가 규정을 어긴 정황을 확인하고 결정을 뒤집었다. 서울대에서 재임용 불이익을 받은 이들 교수는 모두 ‘비서울대’ 출신이다.
HK교수를 둘러싼 갈등은 다른 대학에서도 목격됐다. 부산대는 올해 HK교수 일부를 두고 “고용 승계를 하지 못하겠다”고 반발해 한국연구재단에서 지난 7월 경고 처분을 받았다. 2014년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에서도 한 HK교수가 재임용에서 탈락했다가 소청심사위에서 구제받았다.
최근 모 대학의 HK교수 재임용 심사에 참여한 한 교수는 “인문학 위기가 심화되면서 각자 자리 경쟁이 치열해지니 다들 ‘파벌 싸움’에 몰두하는 꼴”이라고 털어놨다. 실제 서울대 HK연구소의 한 보직 교수는 “예전에는 서울대 국문학과나 국사학과 정도면 일자리를 찾기가 비교적 쉬웠는데 요즘은 이들도 어렵다”며 “그러니 다들 자기 사람 챙기기에 급급해지는 것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또 다른 교수는 “인문학의 입지가 좁아져도 HK교수들 인사권만큼은 자기들이 쥐고 있다는 걸 과시하려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노명호 서울대 국사학과 명예교수는 “HK교수들의 실적이 기성세대 학자들 눈에 차지 않는다면 그건 제도와 환경의 문제이기도 하다”면서 “소모적인 갈등보다는 인문학의 미래를 위한 생산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
국민일보 취재 결과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지난달 ‘서울대 A교수에 대한 재임용 기간 단축 처분을 취소하라’는 취지의 결정을 내린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서울대 측이 HK교수인 A교수 재임용 심사에서 규정을 위반해 재계약 기간을 단축했다는 것이다.
A교수 사건은 지난 6월 서울대 인사위원회가 재임용 심사에서 ‘3년 재계약’만 통보하면서 불거졌다. A교수는 당시 심사에서 대상 기간인 지난 5년2개월 동안 쓴 논문 5편과 연구서 1권을 제출해 재임용 필수조건을 충족했다. 그러나 인사위는 사전 설명 없이 통상의 재계약 기간 ‘6년’을 3년으로 줄였고, 이에 대한 소명 기회도 제공하지 않았다. 서울대 규정에는 부교수 재임용 때 ‘6년 이내에서 정하는 기간’으로 계약하게 돼 있지만 2010년 이후 교수 재임용에서 필수조건이 충족됐는데도 재임용 기간이 단축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판례상 재임용 계약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종전 임용 계약과 동일한 직위와 임용 기간 등을 전제로 한다’는 게 소청심사위 측 설명이다.
인사위원으로 참여한 한 교수는 “연구 실적이 조금 적다고 느껴져 독려하는 의미에서 그렇게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같은 단과대학의 한 교수는 “그 정도면 절대적으로도 적은 양이 아니다”고 했다. 다른 교수는 “‘HK교수가 재임용 돼 정년퇴임하는 모습은 못 보겠다’는 말도 나왔다”고 했다.
올 초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다(국민일보 9월 5일자 13면 참조). 서울대 본부는 지난 8월 인사위원회가 김시덕 HK교수를 재임용에서 탈락시키려 했다가 규정을 어긴 정황을 확인하고 결정을 뒤집었다. 서울대에서 재임용 불이익을 받은 이들 교수는 모두 ‘비서울대’ 출신이다.
HK교수를 둘러싼 갈등은 다른 대학에서도 목격됐다. 부산대는 올해 HK교수 일부를 두고 “고용 승계를 하지 못하겠다”고 반발해 한국연구재단에서 지난 7월 경고 처분을 받았다. 2014년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에서도 한 HK교수가 재임용에서 탈락했다가 소청심사위에서 구제받았다.
최근 모 대학의 HK교수 재임용 심사에 참여한 한 교수는 “인문학 위기가 심화되면서 각자 자리 경쟁이 치열해지니 다들 ‘파벌 싸움’에 몰두하는 꼴”이라고 털어놨다. 실제 서울대 HK연구소의 한 보직 교수는 “예전에는 서울대 국문학과나 국사학과 정도면 일자리를 찾기가 비교적 쉬웠는데 요즘은 이들도 어렵다”며 “그러니 다들 자기 사람 챙기기에 급급해지는 것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또 다른 교수는 “인문학의 입지가 좁아져도 HK교수들 인사권만큼은 자기들이 쥐고 있다는 걸 과시하려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노명호 서울대 국사학과 명예교수는 “HK교수들의 실적이 기성세대 학자들 눈에 차지 않는다면 그건 제도와 환경의 문제이기도 하다”면서 “소모적인 갈등보다는 인문학의 미래를 위한 생산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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