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hankookilbo.com/v/531ba3263fac4da280537e22e7e22a2c
2014년 12월 11일, 한국일보, 최연진 기자
방과후 '꿈의 교실'… 언니·오빠 선생님들이 진로상담까지
"교육 기여로 빈곤 대물림 없도록" 삼성 사회봉사단의 '드림클래스'
젊고 능력 있는 대학생 교사 선발해 저소득층 학생들에 영어·수학 교육
서울 망우1동에 위치한 영란여중 3학년생 일부는 수업이 끝나도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지난 4일 오후 4시반, 총 6개 교실에 걸쳐 약 60명의 학생들이 10명씩 흩어져 찾아간 곳은 삼성의 후원을 받는 드림클래스다.
이 곳은 가정 형편 등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 때문에 학원을 가기 힘든 학생들을 위해 삼성 사회봉사단이 마련한 방과 후 교실이다. 예전에는 기업들이 소외 계층을 위해 장학금 전달 등 금전적 지원에 그쳤지만 요즘은 방법이 달라졌다. 직원들이 직접 나서 방과 후 교실을 운영하면서 갈수록 벌어지는 계층간 교육 격차를 메우기 위한 희망의 사다리를 놓고 있다.
원래 영란여중은 학년별로 6개 학급의 방과 후 교실을 운영했다. 그런데도 기업이 후원하는 방과 후 교실을 따로 신청한 데는 이유가 있다. 이유근 영란여중 연구부장은 “삼성이 수업 외에 학생복지를 위한 별도 지원을 하기 때문에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고, 특별한 선생님들이 찾아오기 때문에 학생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특별한 선생님들이란 바로 방과 후 교실에서 영어와 수학 수업을 진행하는 대학생들이다. 이들은 치열한 경쟁과정을 뚫고 선발돼 월 30만~40만원의 보수를 받는다. 영란여중의 방과 후 교실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권나영(21ㆍ한양대 정책학과 2년)씨는 “선배들에게 드림클래스 이야기를 듣고 지원했다”며 “등록금에 보탬이 되면서 아이들에게 좋은 일을 할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삼성이 드림클래스 교사들을 대학생 중에 뽑는 이유가 있다. 학생들과 나이 차이가 많지 않아 고민 상담을 해주는 등 소통이 잘 되기 때문이다. 홍기령(14) 양은 “대학생 선생님들은 고교를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고교 진학에 필요한 실질적인 도움말을 많이 해준다”며 “언니 오빠 같아 진로 상담도 자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만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니다. 드림클래스에 참여하는 대학생 교사들도 학생들을 가르치며 여러 가지를 배우고 느낀다. 강승희(21ㆍ경희대 한약학과 2년)씨는 “고교시절에는 공부만 하느라 어려운 환경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존재를 몰랐다”며 “드림클래스 활동을 하면서 빈부 격차가 교육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에 눈을 떴다”고 했다.
권 씨는 교사를 하며 진로도 바뀌었다. 그는 “원래 행정에 관심이 많아 정책학과에 진학했다”며 “드림클래스 활동을 하면서 교육의 문제점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교육정책 쪽에 관심이 커졌다”고 털어 놓았다.
이들에게 배우는 중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우선 부족한 학습을 보충할 수 있다. 임유정(15)양은 “아무래도 혼자 공부하면 흐트러질 수 있고, 교육방송 시청 만으로는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대학생 선생님들이 친절하고 편하게 설명해 줘 수업이 재미있다”고 말했다.
오후 8시20분에 끝나는 드림클래스 수업이 심야까지 이어지는 학원 수업보다 낫다는 목소리도 있다. 홍 양은 “학원 다니는 아이들은 학원에서 숙제를 많이 내줘 정작 학교 수업 시간에 학원 숙제를 하느라고 정신이 없거나, 밤늦게 끝나는 학원 수업 때문에 피곤해 학교 수업 때 졸고 있는 아이들이 많다”며 “드림클래스는 짧은 시간이지만 대학생 선생님들이 열성적으로 가르쳐줘 학교 수업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전했다.
더 나아가 드림클래스 학생들에게 대학생 선생들이 역할 모델이 되기도 한다. 홍 양과 임 양 모두 드림클래스의 대학생 선생들을 보며 교사가 될 결심을 했다. 임 양은 “머리에 쏙쏙 들어오도록 가르치는 모습을 보면서 수학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결심을 굳혔다”고 말했다. 홍 양도 “역사선생님이 꿈”이라며 “꼭 모교로 돌아와 후배들을 가르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드림클래스에 참여하는 학생들과 대학생 교사들은 서로 배우고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을 최대의 장점으로 꼽았다. 권 씨는 “이런 활동을 하지 않았으면 아이들의 생각과 생활을 알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서로 통할 수 있게 된 점이 가장 좋다”고 강조했다. 강 씨도 “힘들지만 아이들의 성적이 오르면 덩달아 성취감을 느낀다”며 뿌듯해 했다.
한편으로는 아직도 도움을 필요로 하는 많은 아이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지 못하는 점을 아쉬워한다. 권 씨는 “아이들과 이야기 해보면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가는 친구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며 “되도록 많은 학생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드림클래스 같은 기업의 지원이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 씨는 “학생들의 학력 편차가 커 교재를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이 있는 반면 너무 쉬워서 흥미를 잃는 경우도 있다”며 “학생들 실력에 맞는 다양한 수준의 교재를 개발하면 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조언을 덧붙였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