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혁명... 독서모임에서 부터 시작한다?
지난 20일, 서울신은초에서 독서교육연서 열려... "독서모임 만들겠다"▲ 지식정보화 시대 책모임 제안 백화현 대표는 '도라도란 책모임' 저자이면서 전국 지자체와 학교 등에 도서관을 늘리고, 책모임 운동을 벌이고 있다. | |
ⓒ 김광철 |
지난 20일, 혁신학교인 서울신은초등학교에서는 오후 4시부터 9시까지 '혁신신은교육포럼'과 '신은아버지회'가 주관한 독서교육연수가 열렸다. 서울신은초 학부모와 교사 6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강사로 나선 '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모임' 대표인 백화현 교사(국사봉중)는 자신의 두 아들이 책모임을 통해 발전한 경험담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연수에 참가했던 학부모들과 교사들은 늦은 시간까지도 자리를 뜰 줄 몰랐다.
백화현 대표, "나도 큰아들 적성 무시" 고백
백화현 대표는 자신이 교사이지만, 자신의 큰아들이 초등학생일 때 아이의 적성과 능력, 요구를 무시했다고 고백했다. 부모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공부만 강요하면서 겪었던 갈등과 아픈 과거를 적나라하게 이야기했다. 학부모들도 자신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아서 그랬는지 아주 숙연한 분위기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백화현 교사는 외국은 독서교육, 도서관 활용은 어떻게 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하여 여러 나라로 연수를 떠났다. 핀란드, 이탈리아, 독일, 영국 등 유럽의 많은 나라와 미국 등을 찾아 수많은 교육기행과 연수를 했던 경험을 다음과 같이 전달했다.
"내가 가 본 선진국들 중에 우리나라와 같이 하나의 문제에 하나의 정답을 요구하는 나라는 없었다. 심지어는 모든 교사들이 무엇을 가르치는지도 모르게 학습을 하고 있었다. 평가를 한다고 해도 교사마다 각자 자기 방식과 기준에 의하여 평가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시험을 본다고 하여도 어떤 문제가 나올지 알 수도 없다. 우리와 같이 교과서를 가지고 전국의 모든 학생들이 비슷한 교육 내용과 방법으로 교육을 하는 나라는 없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은 3시부터 6시 정도까지 3~5개의 클럽활동들을 신나게 하고 있었다. 영화를 찍고, 악기를 배우고, 그림을 그리고, 스포츠 클럽 활동을 하는 등 굉장히 다양한 분야의 특기 활동을 하고 있었다. 핀란드 같은 나라에서는 한 학급 20명 학생들을 두 명의 교사가 가르치고 있었고, 모든 교육 활동이 소그릅별로 이루어졌다. 도서관을 이용하여 자료를 찾고, 토론하고 보고서를 쓰고, 도서관의 다양한 도서와 매체를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활동을 통하여 학생들 스스로 정보를 조직하는 능력을 키워가고 있었다."
▲ 서울신은초 아버지들 서울신은초 아버지회에서는 이날 강연을 듣고 아버지들이 앞장서서 자녀들 책모임을 만들고 지원하겠다고 뜻을 모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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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2003년, 2006년 피사시험에서 성적이 제일 좋은 핀란드와 우리나라를 심층 취재를 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핀란드 학생들은 수학조차도 토론을 통해서 공부를 하고 있었고, 공부가 재미있냐는 질문에 모두 다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대부분 학교 공부시간에 잠을 자거나 집중을 하는 학생은 3~4명에 불과했다. 공부가 재미있느냐는 질문에 35명 중 34명이 공부가 싫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학생들은 다 2개의 학교를 다닌다고 하면서 반복학습을 하는 학원 교육과 문제풀이 방식의 교육을 꼬집었다. 백화현 교사는 우리 교육 혁신의 방향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 서울신은초 아버지, 어머니, 교사들 이날 연수에는 60여 명의 학부모들과 교사들이 모여 5시간 동안 강연이 이루어졌다. 중간에 자리를 뜨는 사람들도 거의 없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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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보다 진짜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자존감을 키워주는 것이다.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봐 주고 인정해 줘야 한다. 누구보다도 가까운 부모로부터 존재를 부정당하는 것은 견딜 수가 없는 일이다.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자. 지식정보화 시대에는 하나의 정답을 외우는 식의 교육은 이미 끝났다. 세계적인 추세이다. 수많은 지식과 정보는 다 널려있다. 그 많은 지식과 정보를 엮어서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한 것이다.
혼자서는 힘들다. 그래서 몇 명이 모여서 책모임을 만들고, 쉬운 책부터 읽어야 한다. 놀면서 읽고, 읽은 것을 이야기로 나누고, 토론을 하기도 하고, 자료로 정리도 하는 활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때론 책과 관련된 지역으로 여행도 하고, 관련된 사람을 찾아 이야기도 나누는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하여 책에 재미를 붙이고 폭넓은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부모는 아이들 스스로 책모임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고 도움을 주면서 가급적 간섭은 배제해야 한다."
'배움의 공동체'와 '융합학습'이 관건
밤이 늦은 줄 모르는 강의였다. 연수에 참여한 학부모 중 하나인 민은하씨는 "지금까지 많은 독서교육에 관한 강의를 들어보았지만 별로 큰 감흥을 얻은 적이 없다"면서 "하지만 이번 강연은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고 평했다. 또한 "앞으로 뜻을 같이하는 학부모들을 모아 우리 자신부터 책모임을 만들어 활동을 하고 싶다"며 "아이들이 책모임을 만들어서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강연을 주관한 '혁신신은교육포럼'의 대표인 송정희 교사는 "당장 우리 학교에서 우리와 뜻을 같이 하는 선생님들을 모아 교사들부터 책모임을 만들고, 학생 독서 동아리를 만들어서 도움을 주어야겠다"고 밝혔다.
▲ 암기식 교육 청산하자 백화현 대표가 "하나의 문제에 하나의 정답을 요구하는 입시 위주의 교육은 청산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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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유지민 신은아버지회 회장은 "오늘 강연을 듣고 아버지들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의견을 나누었다"며 "아버지회 소속 자녀들을 저·중·고로 나누어서 책모임을 만들고 아이들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책모임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로 했다"고 전했다.
문제풀이식의 정답 맞추기 공부는 이제 청산되어야 한다. 지식정보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에게는 교실혁명이 일어나야 한다. 혁신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배움의 공동체' 모형을 적극 도입하여, 수업이 아닌 학습이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그 학습도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동료들과 협력하여 교과를 넘나들며 '융합학습'이 일어나야 한다.
그런 학습의 근본에는 동료들과 함께 협력하면서 책을 읽고, 자료를 찾고, 의견을 나누고 그 정보들을 재구조화하여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 내는 교육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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