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64973
'최고의 책' 될 거란 그의 예감이 적중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서평단이 뽑은 '올해의 책' 5권12월 3일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서평단 게시판에 "우리도 '올해의 책' 한 번 뽑아볼까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12명(12월 기준)의 서평단 시민기자들 각자가 올해 읽고 서평을 쓴 책들 중 후보작을 추천한 뒤, 투표를 해 '올해의 책'을 선정하자는 내용이었다.
곧장 '올해의 책' 선정 작업이 진행되었다. 후보작 추천은 5일부터 10일까지 진행되었다. 11명의 서평단 시민기자(참가자 기준)가 모두 21권의 후보작을 추천하였다. 시민기자 각각의 평소 색깔이 묻어나는 추천 이유와 함께 후보작들이 올라왔다. 후보작은 아래와 같다.
▲ <0416>(강경숙, 한겨레) ▲ <416세월호 민변의 기록>(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생각의길) ▲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정지훈, 메디치미디어) ▲ <교사, 입시를 넘다>(홍세화 외, 우리교육) ▲ <눈먼 자들의 국가(김애란 외, 문학동네) ▲ <다시, 사람이다>(고상만, 책담) ▲ <모두를 위한 마을은 없다>(권단 외, 삶창) ▲ <블루게이트>(장진수, 오마이북) ▲ <사기꾼증후군>(해럴드 힐먼, 새로운현재) ▲ <삶은 언제 예술이 되는가>(김형수, 아시아) ▲ <서머힐에서 진짜 세상을 배우다>(채은, 해냄출판사) ▲ <솔로계급의 경제학>(우석훈, 한울아카데미) ▲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와타나베 이타루, 더숲) ▲ <아버지에게 묻고 싶은 것들>(빈센트 스태니포스, 맛있는책) ▲ <안녕, 나의 자궁>(이유명호, 나무를심는사람들) ▲ <우리 성씨와 족보 이야기>(박홍갑, 산처럼) ▲ <작가란 무엇인가>(움베르토 에코 외, 다른) ▲ <종자, 세계를 지배하다>(KBS 스페셜 '종자, 세계를 지배하다' 제작팀, 시대의창) ▲ <죽음을 원할 자유>(케이티 버틀러, 명랑한 지성) ▲ <차브, 영국식 잉여 유발사건>(오언 존스, 북인더갭) ▲ <처음부터 새로 읽는 노자 도덕경>(노자, 책미래) [이상 가나다순]
'올해의 책' 최종 선정을 위한 투표는 12일부터 17일까지 이루어졌다. 서평단 시민기자 각자가 자신이 추천한 후보작을 제외한 나머지 책들 중 3권을 고르는 방식이었다. 모두 9명의 서평단 시민기자가 14권의 책에 표를 던졌다.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책은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였다. 5표가 나와 1위를 차지했다. <눈먼 자들의 국가> <416세월호 민변의 기록> <종자, 세계를 지배하다> <교사, 입시를 넘다>는 3표씩을 얻어 공동 2위를 차지했다. <모두를 위한 마을은 없다>가 2표, <다시 사람이다> <블루게이트> <사기꾼증후군> <안녕, 나의 자궁> <0416> <작가란 무엇인가> <죽음을 원할 자유> <차브, 영국식 잉여 유발사건> 등은 1표씩을 얻었다.
서평단은 애초 상위 3권의 책을 '올해의 책'으로 선정하기로 기획했다. 그런데 공동 2위가 4권이나 나와 1위와 함께 모두 5권을 '올해의 책'에 최종 선정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서평단이 뽑은 '올해의 책'으로 최종 선정된 책들은 아래와 같다.
먹고 가르치고 '살아남기' 위한 고민들, 올해의 책에 담겨
▲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표지 | |
ⓒ 더숲 |
이윤기 시민기자 추천(일주일에 사흘 문 닫는 '대박' 빵집의 비밀)
그는 오랜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으면서 천연균과 자연에서 얻은 재료만을 사용하여 가장 맛있고 건강한 빵을 만들어냅니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천연균으로 만든 좋은 빵을 만들어 제 값을 받고 팔기 때문에 일주일에 사흘은 쉬고 매년 한 달은 장기 휴가를 떠날 수 있는, 주인과 일하는 사람이 모두 사람답게 사는 빵집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지요.
저자는 발효와 같은 생명계의 순환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은 '죽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발효를 일으키는 균은 발효 과정을 통해 생을 다하기 때문에 누군가 독점하는 일도 없고, 누군가만 혹사당하는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 서평 가운데
▲ <눈먼 자들의 국가> 표지 | |
ⓒ 문학동네 |
김준수 시민기자 추천(대한민국의 실상, 이 책보다 적나라할 순 없다)
'사람'보다 '물질적 자산'을, 그래서 '안전'보다 '효율'을 우선시하는 나라에서 사고는 아무렇지 않은 것으로 포장된다. 책의 제목인 <눈먼 자들의 국가>는 이런 현실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것이 아닌가. 끔찍한 사건마저 모두 묻고 넘어가자는 목소리가 퍼져가는 오늘날, 작가 박민규씨는 이에 대답하듯 적었다.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우리는 눈을 떠야 한다"고.
(줄임)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이윤에 '눈먼 자들의 행렬'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서는 그의 말처럼 눈을 감고 현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열두 명의 저자가 쓴 <눈먼 자들의 국가>는 세월호 참사를 담은 '기록'이면서 2014년 사회를 '기억'하기 위한 책이기에, 눈이 멀어버린 것처럼 어두워지는 이 세상을 밝히는 작은 촛불이라 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 서평 가운데
▲ <416세월호 민변의 기록> 표지 | |
ⓒ 생각의길 |
이명옥 시민기자 추천("친구들이 왜 죽어야 했죠"란 질문에 답하려면...)
세월호 진상규명과 안전사회를 위한 장치를 만들어내는 것은 유가족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세월호 사고 발생 전 정부는 노후한 선박 수입이나 검사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2009년 1월 해운법 시행규칙 제5조를 개정해 여객선 선령 제한을 30년으로 완화시켰다. 기준 선령이 20년이지만 20년을 초과한 여객선을 최대 10년까지 연장 운행할 수 있도록 바꿨다.(줄임)
규제완화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와중에 자본가들은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하며 자신들의 배를 불렸다. 그런데도 정부는 "규제는 암덩어리"라며 마구잡이로 규제를 풀고 있다. 정말 대한민국 정부는 국민의 안전이나 생명이 안중에도 없는 것일까. 이것이 우리가 끝까지 세월호의 진실을 규명해야 하는 이유다. 세월호 참사를 반면교사 삼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안전한 미래나 생명에 대한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 서평 가운데
▲ <종자, 세계를 지배하다> 표지 | |
ⓒ 시대의창 |
김현자 시민기자 추천(우리는 어떻게 '종자'를 잃어버린 나라가 됐나)
인문 교양서인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생명을 위협받는 충격과 답답함에 휩싸였다. '종자를 장악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책 4부 제목이 섬뜩하게 와닿았다. 두 눈 뜨고 우리의 종자들을 잃어버렸음에, 그리하여 우리의 식량이나 먹거리를 초국적 종자 회사들이 쥐고 있다는, 좀 비약하면 우리의 생명을 그들이 쥐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말이다.
식량이 위협받는다면 발전된 경제와 문화가 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이런 위기의식에 동감해 가급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의 이야기에 관심 뒀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행이다. 매우 중요한 문제임에도 누구나 선뜻 접근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 딱딱한 주제인데,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쉽게 책을 펴내서 말이다. - 서평 가운데
▲ <교사, 입시를 넘다> 표지 | |
ⓒ 우리교육 |
김용만 시민기자 추천(사교육 '구렁텅이'에서 벗어나는 일곱 가지 방법)
이 책은 다양한 대안을 제시합니다. 고병헌 교수님의 "점수, 등수 중심 진학지도를 벗어나라", 김상봉 교수님의 "교육은 사람됨의 과정이다", 김승현 선생님의 "사교육을 없애는 실질적인 정책적 방법들", 송인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의 "새로운 교사운동의 태동" 등. 추상적으로 접근하지 않습니다.
(줄임) 한국교육에 대해 체념하고 방법을 몰라 고민하시는 분들께 이 책을 권합니다.
이 책을 읽은 후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이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자랄 미래에는 지금과 같이, 인간됨을 허락지 않는 무한 경쟁의 교육이 아닌 아이들을 중심으로 보는 사랑의 교육이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 서평 가운데
해가 바뀌어도 두고두고 읽어볼 만한 필독서들
'올해의 책' 후보작으로 추천된 21권의 책들은 전체적으로 서평단 시민기자들 각각의 취향을 잘 드러내주었다. 그러면서도 지난 시간 우리 사회를 크게 뒤흔든 사건과 이슈를 다룬 책들이 다수 추천되었다. 4·16세월호 참사를 다룬 <0416> <416세월호 민변의 기록> <눈먼 자들의 국가> 등이 대표적이다.
이중 <416세월호 민변의 기록>과 <눈먼 자들의 국가>는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다. <416세월호 민변의 기록>은 세월호 침몰 과정과 검찰의 수사 과정, 10대 사고 원인 등 세월호 참사의 모든 것을 낱낱이 기록한 책이다. "(세월호 참사는) 선박이 침몰한 '사고'이자 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은 '사건'이다"라고 쓴 소설가 박민규의 글이 표제작으로 실린 <눈먼 자들의 국가>는 출간 1주일 만에 3만 부를 찍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렸다.
또 '올해의 책'에 오른 <종자, 세계를 지배하다>는 우리의 생명과 직결되는 먹을거리 문제를 돌아보게 했다는 점에서 많은 이의 눈길을 끈 듯하다. 이 책을 통해 세계 종자 시장을 거머쥐고 있는 초국적 기업들의 이면을 알고 나면 섬뜩함을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교사, 입시를 넘다>는 우리나라 교육의 블랙홀인 입시와 사교육 문제를 다루었다. 교육 불가능의 시대라는 오늘날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모색하는 데 많은 성찰의 단서를 던져주는 책이다.
'올해의 책' 1위로 선정된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는 자본주의에 도전하는 일본의 어느 빵집 이야기다. 일본의 변방 가쓰야마에 있는 '다루마리'라는 빵집 주인 겸 제빵사 와타나베 이타루는 좋은 원료와 효모로 빵을 만든다고 한다. 그와 직원들은 일주일에 나흘만 문을 열고 이윤 전부를 서로 나눠 가지면서도 인간다운 행복한 삶을 누린다.
자본주의가 강제하는 경쟁과 성과주의에 치여 사는 우리 '노예'들에게 '로망'이라 아니할 수 없다. 책을 추천한 이윤기 시민기자는 서평 말미에 "2014년에 읽은 '최고의 책'이 될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들었습니다"라고 썼다. 이 기자의 '예감'은 그대로 적중했다. 자본주의 체제 안에 살면서 그 적나라한 모순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이들이 필독할 만한 책이다.
* 최근 3달 동안 잉걸 서평기사를 10건 이상 쓴 시민기자, 또는 최근 3달 동안 버금 이상 서평기사를 5건 이상 쓴 시민기자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서평단으로 활동할 수 있다. 시민기자 서평단이 되면 편집부로부터 매주 2권의 신간 도서를 받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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