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으시다면 헨리 제임스의 ‘여인의 초상’을 읽으세요.
학교 생활 버거우면 ‘호밀밭의 파수꾼’ 보세요…읽으셨다면 이젠 자기 얘기를 쓰세요”
내 생애를 단어 몇 개로 압축한다면 어떤 말을 골라야 할까. 지난 17일 중앙대 대학원 건물의 한 강의실, 이 대학 영문과 대학원생 10여명이 ‘문학 치유’ 워크숍에 참여하고 있었다.
“부모님의 선택, 그리고 남편의 선택, 인생에 내 선택은 없었어요.” “엄마의 과잉 보호에서 결국 벗어났어요.” “너무 피곤해서 커피를 물처럼 마시면서 지냈죠.”
각자가 스스로의 인생을 묘사한 6개 영단어를 보고 ‘소설 치료사’ 엘라 베르투·수잔 엘더킨은 바로 처방전을 내놨다. 주체적으로 살고 있지 못하다고 느끼는 이에게는 “자기 운명을 자기 손으로 결정하는 좋은 롤모델이 있다”며 19세기 영국 작가 헨리 제임스의 <여인의 초상>을 골라 줬다. 시대 인습을 거부하며, 자유롭고 독립적인 삶을 살고자 했던 여인 이사벨의 생애를 담은 소설이다. 과제와 할 일에 치여 학교 생활이 버겁기만 하다는 학생에게는 “당신의 상황과 유사한 이야기”라며 J 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을 추천했다. 이 책은 명문 사립고에 다니는 부유한 집안 학생 콜필드의 방황과 일탈, 중산층 삶에 대한 혐오를 그리고 있다.
워크숍을 진행한 베르투와 엘더킨은 알랭 드 보통이 만든 영국 인문학 아카데미 ‘인생학교’에서 2008년부터 문학 치료 교실을 운영해 왔다. 미술·음악·문학 등 예술은 오래전부터 다양한 질병 치료에 쓰였다. 그러나 소설 읽기와 치유를 직접적으로 연결한 활동에서는 베르투와 엘더킨이 선구자 격이다. 이들은 “소설 치료는 시대정신”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수세기 동안 더 즐겁기 위해서, 자신을 더 사랑하기 위해서 등 여러 이유로 책을 읽어 왔어요. 우리는 그걸 공식적인 형태로 만들었죠.” 베르투와 엘더킨의 ‘소설 처방전’ 751개를 엮어낸 책 <소설이 필요할 때>(RHK코리아)는 지난 11월 국내에 출간됐다.
이날은 15~17일 사흘 동안 오전에 열린 ‘문학적 해결: 독서와 글쓰기 중심의 워크숍’ 마지막 시간이었다. 이날 참가자들은 각자 어린 시절, 대학 생활에 관해서도 짧은 글을 썼다. 자유롭게 쓰되, 글 속에 오감을 최대한 담는 게 베르투와 엘더킨이 내건 조건이었다. 손무연씨(47)는 잊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아침마다 손씨를 깨우러 오던 아버지, 그 기침 소리, 어머니가 방으로 가져다 주던 음식 냄새, 아침마다 산으로 데려가 돌봤던 소, 거울 속 얼굴이 아름다운 소녀로 바뀌길 기대하면서 내내 거울을 쳐다보던 시간. “살면서 내 개인적인 삶을 돌아보거나 그에 대해 글을 써 본 일은 드물었죠. 별 도움이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글쓰기를 통해 아예 잊었던 순간과 추억을 되찾았어요. 그 자체가 치료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의미있었지요.”
문학 치료에서 글쓰기는 독서만큼 중요하다. 평소 생각할 여유가 없던 자신의 과거나 잔상, 고통 등에 대해 글을 쓰면서 스스로를 새로 발견하게 된다. 이후 자신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소설을 더 잘 찾을 수 있다. 베르투는 “짧은 시간 안에 우리가 처방전을 내줄 상대에 관해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며 “독자가 작가의 입장에 서 본 뒤 책을 읽는 건 전과 다른 경험일 것”이라고 말했다.
주로 학술적인 글을 쓰거나 읽는 대학원생들에게는 특히 자기성찰적이거나 창의적인 글을 쓸 기회가 드물었다. 이 워크숍을 통해 거의 1~2년 만에 자유로운 글쓰기를 해보는 경우도 많았다. 워크숍 둘째날에는 다양한 사진을 보고 떠오르는 생각을 썼고, 첫날에는 10대 시절 자기 삶에 영향을 미친 책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조상래씨(24)는 “워크숍에서 10대, 20대에 읽었던 책과 당시의 기억을 함께 떠올려 기록해보니, 책이 사람을 치료할 수 있다는 걸 확실히 깨달았다”고 말했다. 김종경씨(33)는 “내가 글쓰기에 몰입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특별히 뭘 생각하려 애쓰지 않아도 쓸 것들이 떠올랐다”고 밝혔다.
학교 생활 버거우면 ‘호밀밭의 파수꾼’ 보세요…읽으셨다면 이젠 자기 얘기를 쓰세요”
내 생애를 단어 몇 개로 압축한다면 어떤 말을 골라야 할까. 지난 17일 중앙대 대학원 건물의 한 강의실, 이 대학 영문과 대학원생 10여명이 ‘문학 치유’ 워크숍에 참여하고 있었다.
“부모님의 선택, 그리고 남편의 선택, 인생에 내 선택은 없었어요.” “엄마의 과잉 보호에서 결국 벗어났어요.” “너무 피곤해서 커피를 물처럼 마시면서 지냈죠.”
워크숍을 진행한 베르투와 엘더킨은 알랭 드 보통이 만든 영국 인문학 아카데미 ‘인생학교’에서 2008년부터 문학 치료 교실을 운영해 왔다. 미술·음악·문학 등 예술은 오래전부터 다양한 질병 치료에 쓰였다. 그러나 소설 읽기와 치유를 직접적으로 연결한 활동에서는 베르투와 엘더킨이 선구자 격이다. 이들은 “소설 치료는 시대정신”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수세기 동안 더 즐겁기 위해서, 자신을 더 사랑하기 위해서 등 여러 이유로 책을 읽어 왔어요. 우리는 그걸 공식적인 형태로 만들었죠.” 베르투와 엘더킨의 ‘소설 처방전’ 751개를 엮어낸 책 <소설이 필요할 때>(RHK코리아)는 지난 11월 국내에 출간됐다.
이날은 15~17일 사흘 동안 오전에 열린 ‘문학적 해결: 독서와 글쓰기 중심의 워크숍’ 마지막 시간이었다. 이날 참가자들은 각자 어린 시절, 대학 생활에 관해서도 짧은 글을 썼다. 자유롭게 쓰되, 글 속에 오감을 최대한 담는 게 베르투와 엘더킨이 내건 조건이었다. 손무연씨(47)는 잊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아침마다 손씨를 깨우러 오던 아버지, 그 기침 소리, 어머니가 방으로 가져다 주던 음식 냄새, 아침마다 산으로 데려가 돌봤던 소, 거울 속 얼굴이 아름다운 소녀로 바뀌길 기대하면서 내내 거울을 쳐다보던 시간. “살면서 내 개인적인 삶을 돌아보거나 그에 대해 글을 써 본 일은 드물었죠. 별 도움이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글쓰기를 통해 아예 잊었던 순간과 추억을 되찾았어요. 그 자체가 치료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의미있었지요.”
문학 치료에서 글쓰기는 독서만큼 중요하다. 평소 생각할 여유가 없던 자신의 과거나 잔상, 고통 등에 대해 글을 쓰면서 스스로를 새로 발견하게 된다. 이후 자신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소설을 더 잘 찾을 수 있다. 베르투는 “짧은 시간 안에 우리가 처방전을 내줄 상대에 관해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며 “독자가 작가의 입장에 서 본 뒤 책을 읽는 건 전과 다른 경험일 것”이라고 말했다.
베르투와 엘더킨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영문과 동기이자 기숙사 방 친구였다. 독서광이던 둘은 그때부터 ‘소설 치료’를 해왔다. “우리는 둘 다 소설을 특별히 사랑했어요. 일, 사랑, 과제 등 여러 문제를 가진 친구들에게 이 책이 널 도와줄 거라고 권해주곤 했죠. 이런 아이디어를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게 좋겠다는 걸 깨달았죠.” 졸업 후 엘더킨은 소설가, 베르투는 화가가 됐고 두 사람은 ‘인생학교’를 통해 소설 치유 수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베르투는 “혁명은 읽기로부터 시작한다”며 한국 사회의 많은 문제는 독서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엘더킨도 “바쁠수록 정신적 건강을 위해 더 많이 읽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의미있는 독서를 위해 몇 가지를 제안했다. 읽은 책과 작가의 목록을 작성하고 그때 자신의 삶에 벌어졌던 일을 기록하기, 책에 자유롭게 메모하고 밑줄 긋기, 독서모임 시작하기 등이다.
베르투는 “혁명은 읽기로부터 시작한다”며 한국 사회의 많은 문제는 독서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엘더킨도 “바쁠수록 정신적 건강을 위해 더 많이 읽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의미있는 독서를 위해 몇 가지를 제안했다. 읽은 책과 작가의 목록을 작성하고 그때 자신의 삶에 벌어졌던 일을 기록하기, 책에 자유롭게 메모하고 밑줄 긋기, 독서모임 시작하기 등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