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26일 금요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모터스’(Teslar Motors), 스페이스 엑스(Space X), 영화 아이언맨, 스포츠카 로드스터, 모델 S, 버닝맨 페스티벌, 솔라시티, 하이퍼루프’(Hyperloop)

http://www.hani.co.kr/arti/economy/it/670889.html?_fr=mt2


등록 : 2014.12.26 14:45수정 : 2014.12.26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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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가이자 사업가인 미래인 일론 머스크
온라인 결제, 전기차, 우주왕복선, 태양광 패널 현실로
캡슐 열차도 구상…공상을 과학으로, 과학을 사업으로

2013년 10월 영국 더블린에서 열린 기술산업 국제컨퍼런스 ‘더블린 웹 서미트’에 초대된 일론 머스크. 그는 미국 언론들로부터 ‘가장 섹시한 CEO’로 선정되기도 했다. 위키피디아
미래인은 꿈을 꾼다. 그가 꾸는 꿈은 지금보다 나은 세상이다. 하지만 여기서 그친다면 그는 미래인이라기보다는 공상가로 불릴 것이다. 미래인의 꿈은 인류에게 지금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자신에게만 더 나은 세상,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세상을 꿈꾼다면? 그는 혁신가가 아니라 파괴자일 것이다. 진정한 미래인은 꿈을 실현하는 방법을 생각한다. 그리고 행동으로 옮긴다. 상상력과 실천력, 휴머니즘, 이 3박자를 잘 갖췄다면 미래인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이 3박자를 갖춘 미래인들은 혁신적 아이디어와 실천으로 세상에 활력과 희망을 불어넣는다. 하지만 다방면에 걸쳐 끊임없이 혁신을 일으키고 열매까지 맺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게다가 엄청난 부까지 거머쥔 사람은 더더욱 드물다. 모험가이자 사업가인 일론 머스크(Elon Musk, 43)는 그 극히 드문 주인공 가운데 하나이다. 그는 손 대는 것마다 그 분야의 산업지형을 바꿨다. 송금에 며칠씩이나 걸리던 1990년대 후반에 처음으로 온라인 결제 시스템을 개발해 소매유통의 흐름을 바꿨다. 그가 시작한 서비스는 페이팔로 이어져 전세계 온라인 결제 서비스의 선두주자가 됐다.
2004년 세운 전기차업체 ‘테슬라 모터스’(Teslar Motors)는 장난감 취급받던 전기차를 고급차 모델로 변신시켰다. 이제 세계 자동차업계에는 전기차 개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2002년 출범한 스페이스 엑스(Space X)는 민간 우주왕복선 시대를 열었다. 공동창업한 솔라시티는 파격적인 대여료를 무기로, 미국의 주택 지붕을 태양광패널로 바꿔가고 있다. 2014년 12월 경제경영전문지 <포브스>가 추정하는 그의 자산은 82억달러.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로도 알려진 그는 현재 3개 회사의 직함을 갖고 있다. 첫째는 우주선업체의 최고경영자 겸 최고기술책임자, 둘째는 전기차업체의 최고경영자이자 제품개발자, 셋째는 태양광패널 업체의 회장이다.
12살 때 이미 컴퓨터용 우주전투 게임 개발해 게임방 구상
그가 벌이는 일들은 공상이자, 과학이자, 사업이다. 공상의 원천은 어린 시절 탐독하던 만화책이었다. 지독한 책벌레였던 그는 만화책이라면 뭐든 다 읽었다고 한다. 만화로 얻은 상상력에, 더 이상 읽을 책이 없어 탐독한 백과사전이 지식을 보탰다. 어렸을 때부터 독학한 컴퓨터 프로그래밍, 대학 시절 배운 물리학은 그의 상상력과 지식을 과학으로 무장시켰다. 그는 이를 무기로 자신이 뛰어든 산업에 필요한 기술과 과학을 직접 독학으로 터득했다. 빼놓을 수 없는 또 한 가지, 그의 사업가적 본성이다. 12살 때 ‘블라스타’라는 컴퓨터용 우주전투 게임을 개발한 뒤 직접 게임방을 차리려 했던 소싯적 사건은 그의 사업가적 기질이 타고난 것임을 보여준다.
대개의 미래인이 그렇듯, 그 역시 언제나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꿈을 꾸어왔다. 그는 지식강연회 <테드>에 출연해 “대학 시절 세계와 인류의 미래에 어떤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교통수단과 에너지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가 본격적으로 세상을 바꾸는 일에 뛰어든 건 1999년, 28살 때였다. 첫 프로젝트는 금융이었다. 그는 페이팔의 전신 ‘엑스닷컴’(X.COM)을 창업해 온라인 결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는 당시 온라인 유통시장의 거인 이베이의 시스템과 맞붙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베이와의 시스템 경쟁에서 이겼다. 이베이는 결국 기존 서비스를 접고 2002년 초 페이팔을 인수했다. 인수대금 15억달러 중 머스크에게 떨어진 몫은 1억8천만달러.
일론 머스크가 개발한 최초의 민간 우주화물선 드래곤. 스페이스엑스닷컴
회사 차린 지 10년만에 민간 우주산업시대를 열어
그는 이를 밑천 삼아 페이팔보다 더 신나는 일을 찾아나섰다. 그때 그의 눈에 우주가 들어왔다. 그는 지난 6월 방영된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이렇게 말했다. “별을 탐험하면서 사는 미래와 지구에 갇혀 사는 미래를 비교해봤다. 우리는 언제 화성에 가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다. 그런데 아무런 계획이 없었다. 나한테 돈이 있으니 직접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2년 그는 스페이스 엑스(Space X))를 설립했다. 그는 러시아를 몇차례 오가며 독학한 끝에, 우주산업의 장애물이 로켓이란 결론을 얻었다. 비용이 적게 드는 로켓을 만들어 재활용할 수만 있다면 채산성이 맞을 듯했다. 그는 직접 팰컨 로켓과 드래곤 우주선을 설계했다. 2012년 5월 그는 마침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화물을 실은 드래곤 우주선을 보내 도킹시키는 데 성공했다.
민간 우주업체로서는 최초의 성공이었다. 2008년 16억달러에 미 항공우주국(NASA)과 12차례의 우주화물운송계약을 체결한 지 4년만에 이룬 개가였다. 그는 우주시대를 여는 관건은 로켓의 재사용이라고 강조한다. 그렇게만 되면 우주여행 비용을 10분의 1, 100분의1로 줄여 우주여행 대중화 시대를 열 수 있다는 것. 그의 다음 목표는 2015년 드래곤 우주선에 우주비행사를 태우고 우주정거장을 갔다 오는 것이다.
테슬라 모터스가 개발한 고급 전기차 모델S 발표회장에서 일론 머스크가 한 여성 의원과 파안대소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수년간 시행착오 끝에 고급차로…특허 무료 공개키로
우주산업에 손 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대학시절의 꿈이었던 지속가능한 교통수단 개발에 나섰다. 그가 선택한 건 전기차였다. 내연기관에 비해 훨씬 연료효율이 좋기 때문이었다. 2004년 ‘테슬라 모터스’를 세워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었다. 테슬라는 실리콘 밸리의 유일한 자동차회사가 됐다. 당시까지만 해도 전기차는 골프 카트 정도의 성능밖에 내지 못했다. 그는 페라리같은 고급 스포츠카를 전기차로 만들어보이겠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페이팔 매각 대금을 전부 쏟아붓고도 자금이 바닥날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수년간의 시행착오가 있었다.
마침내 2012년 고급 세단형 전기차 모델S를 내놓는 데 성공했다. 현재 모델S는 한 번 충전에 250마일(시속 65마일 기준)까지 달린다. 1회 충전시 최장 주행 기록은 420마일이다. 충전소만 적절히 세운다면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들과 충분히 겨룰 만한 수준이다. 2013년 테슬라 모델S는 <모터 트렌드>로부터 ‘올해의 차’로 선정됐다. 그는 전기차 개발 계획을 3단계로 구상하고 있다.
첫째는 고가 소량 생산. 2008년 출시한 2인승 스포츠카 로드스터(10만달러)가 첫번째 단계의 차였다. 둘째는 중가 적정량 생산. 현재 생산중인 모델 S(5만달러)가 2단계에 속한다. 2015년엔 모델 S를 SUV용으로 개조한 모델 X를 내놓을 예정이다. 마지막 셋째는 저가 대량생산 단계이다. 그는 앞으로 3~4년 안에 고성능의 3만달러짜리 전기차로 자동차업계 판도를 전기차 중심으로 바꿔버릴 작정이다. 2014년 6월 테슬라의 전기차 특허를 무료로 공개하겠다고 밝힌 것도 전기차를 전 업계에 확산시키겠다는 생각에서 나온 발상이다.
솔라시티가 구축한 태양광 패널들. solarcity.com
사막축제에서 예술가들과 놀다가 영감 떠올라 솔라시티 설립
우주산업과 전기차사업에 몰두하면서도 그의 상상력은 또 다른 곳을 향했다. 2004년 가족과 함께 놀러간 버닝맨 축제에서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또 하나의 영감’을 떠올린 것. 버닝맨 페스티벌은 매년 8월말 미 네바다주의 블랙록사막(Black Rock Desert)에서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약 일주일 동안 자신의 재능을 맘껏 표현하는 행사이다. 2년 뒤 그는 사촌들과 함께 태양광패널업체 ‘솔라시티’를 설립했다. 솔라시티의 주력 사업은 무상으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장기 대여해주고 대여료를 받는 것이다. 대여료가 기존 전기료보다 싼 덕에, 솔라시티는 짧은 기간 안에 미국 제2의 태양광 발전 업체, 미국 제1의 지붕형 태양광패널 업체로 성장했다.
이제 그는 신재생에너지의 생산(태양광패널)과 소비(전기차) 시장을 모두 컨트롤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진 셈이다. 그는 전기차 충전소의 전기를 화석연료가 아닌 태양광으로 만들어내는 그림도 그리고 있다. 그렇게만 된다면 화석연료 의존도는 급속히 낮아질 것이다. 그는 20년 안에 태양광이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일론 머스크의 지휘 아래 9개월만에 완성된 ‘하이퍼루프’ 개념 구상도.
공기 저항 적은 튜브 안에서 총알 쏘듯…비행기보다 빠른 시속 1200km
2013년 8월 그는 돌연 또 하나의 지속가능형 교통수단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비행기보다 빠른 초고속 열차 ‘하이퍼루프’(Hyperloop)다. 이 초고속열차는 유선형의 캡슐 열차를 공기 저항이 극히 적은(진공은 아님) 튜브 안에서 총알을 쏘듯 발사하는 방식이다. 실현될 경우 최고 시속 760마일(약 1200㎞)로 달릴 수 있어, 로스앤젤레스~샌프란시스코 구간을 35분만에 주파할 수 있다. 보통 국제선 여객기의 최고 속도가 시속 900킬로미터 정도이니, 여객기보다 빠른 교통수단이 등장하는 셈이다.
하이퍼루프의 동력원은 튜브 위의 태양광 패널. 그는 캘리포이나주 정부가 공개한 초고속 열차 시스템을 보고 실망해, 이런 구상을 내놓게 됐다고 말한다. 총 건설비용으로 60억달러를 추정하고 있어 현재로선 현실성이 떨어지는 구상이다. 하지만 그가 그동안 밟아온 이력을 보면, 그는 여기에서도 끊임없이 기술적, 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려 할 것이다. 실제로 머스크는 최근 미 전역에 걸친 하이퍼루프 교통망 설치 비전을 담은 두번째 보고서를 냈다.
2010년 팰컨 로켓 발사를 격려하기 위해 방문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안내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 위키피디아
화성인 1인당 50만 달러면 가능…범우주적 문명 이뤄 다행성 생물종으로
한국에서 1천만 관객을 끌어모은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주인공 쿠퍼는 멸종 위기에 처한 인류를 구하기 위해, 인간이 살 수 있는 새 행성을 찾아 성간여행에 나선다. 그 쿠퍼와 같은 마음으로 머스크는 화성에 가고 싶어한다. 그의 최종 목표는 화성에 지구의 식민지를 건설하는 것이다. 그는 2012년 화성 식민지 건설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요지는 20년 안에 8만명이 거주할 수 있는 시설을 화성에 만들겠다는 것이다. 왜 하필 8만명일까? 사람 수가 적으면 유전적, 문화적 다양성이 소멸되고 사람 수가 너무 많으면 전쟁이 일어날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태양을 에너지원으로 화성에 자급자족의 문명사회를 만들고 싶어한다. 단 화성 거주자는 채식을 해야 한다. 그가 대략 뽑아본 화성 식민지 건설 비용은 360억달러. 그는 이를 근거로 화성 거주 자원자 1인당 50만달러(8만명 총액 400억달러)의 비용을 책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쏟아부은 돈, 그리고 앞으로 쏟아부을 막대한 돈으로 화성 식민지 대신 지구를 살리는 게 더 현명한 건 아닐까? 이런 질문에 그가 어떤 답변을 내놓을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가 우주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을 통해, 지구문제에 대한 그의 해법을 짐작해 볼 수는 있다. 그는 자신이 구상하는 우주산업의 성패에 대해 <테드> 지식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는 인류가 범우주적 문명을 이루느냐 못 이루느냐의 문제이다. 즉 우주라는 흥미로운 경험을 통해 범우주적 문명을 이룰 것인가, 아니면 지구라는 좁은 공간에서 멸종을 맞을 것인가를 가르는 문제이다. 우주 개척을 통해 인류는 진정한 다행성 생물종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 그 바탕에는 인류의 의지와 상관없이, 지구가 멸망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소행성이나 거대 화산이 우리를 파괴할 수도 있다. 인류는 수백만년에 걸쳐 진화했다. 그러나 지난 60년 사이 핵무기가 우리 자신을 멸종시킬 잠재력을 만들어냈다.” (‘위키피디아’에 인용된 어록 중에서)
그가 미래인인 진짜 이유는 꿈 자체보다, 그가 꿈을 속속 현실로 구현해 가려는 데 있다. 그의 화성인 꿈도 그 대열에 들 수 있을까? 그가 이끄는 스페이스 엑스는 2015년 새해 벽두에 5번째 우주화물선 발사를 앞두고 있다. 이번 발사는 얼마 전 다른 민간 우주선업체들의 로켓 발사가 두 차례 연속 실패한 뒤 시도되는 것이다. 민간 우주산업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와중이어서 이번 발사에 그 어느 때보다 큰 관심이 쏠려 있다. 그런 부담을 느껴서인지 그는 애초 12월19일로 예정돼 있던 일정을 충분한 사전점검을 이유로 새해 1월6일(현지시간)로 연기해 놓은 상태다. 그가 이번 발사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다시 한번 자신의 존재감을 세계에 과시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일론 머스크는 누구인가
책벌레 왕따 소년에서 28살에 백만장자로
국적 세 개… 스탠퍼드대도 이틀만에 자퇴
1971년생 일론 머스크는 국적이 세개다. 남아프리카에서 태어나 캐나다를 거쳐 미국에 정착한 이력 탓이다. 두 번 결혼을 했는데, 첫 부인한테서만 남자아이 다섯을 낳았다. 아버지는 영국 출신 엔지니어, 어머니는 캐나다 출신의 유명 모델 겸 영양사였다. 3남1녀 중 맏이로 태어났는데, 9살 때인 1980년 부모가 이혼한 뒤로는 주로 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그는 어려서부터 뛰어난 기억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또래들보다 1년 먼저 학교에 들어가서인지 또래들과 놀기보다는 책과 노는 걸 좋아했다.
그의 기억에 따르면, 어린 시절 그는 똑똑한 척한다고 아이들한테 따돌림을 당했다. 그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미움받기 딱 좋은 아이였다”고 회고했다.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책을 읽는 게 어린 머스크의 주된 일과였다. 읽은 것은 거의 모두 기억했다. 동생 킴벌이 전하는 바로는, 10살 때 아이비엠이 실시한 한 테스트에 참가해 컴퓨터 프로그래밍 분야에서 사상 최고점수를 받았다. 그의 컴퓨터 프로그래밍 실력은 순전히 독학으로 쌓은 것이었다.
어린 머스크는 결국 12살 때 일을 내고야 말았다. ‘블라스타’라는 컴퓨터 게임을 개발한 것. 그는 뭔가 돈이 될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근처에 게임방을 차리면 근사할 것 같았다. 그런데 사업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성인뿐이었다. 아버지가 찬성할 리가 없었다. 아버지의 반대로 게임방이 무산되자 그는 이 게임을 500달러에 팔아버렸다.
입대를 앞두고 있던 17살 되던 해에 그는 남아공을 떠나 어머니의 고향인 캐나다로 떠났다. 그는 캐나다 토론토의 퀸즈 칼리지에 입학했다. 하지만 수업에는 거의 들어가지 않았다. 평소엔 혼자 도서관 등에서 공부하고, 강의실에는 시험 치를 때만 들렀다. 이때 첫 아내를 만났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펜실베이니아대에 편입해 경영학과 물리학을 공부했다. 1995년에는 스탠퍼드대 물리학 박사과정에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하지만 여기서도 그는 여전히 수업에 들어가지 않았다. 미국의 내로라하는 명문대학이었지만, 그의 표현을 빌면 ‘세상을 변화시키는 움직임’은 볼 수 없었다. 그는 떠날 결심을 굳히고 학과장에게 인터넷기업을 창업하겠다고 말했다. 입학한 지 불과 이틀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리곤 벅찬 꿈을 안고 실리콘밸리에 입성했다. 당시 그의 수중엔 2천달러가 전부였다.
실리콘밸리로 온 24살의 청년 일론은 곧바로 인터넷사업에 뛰어들었다. 집투(ZIP2)라는 회사를 세워, 인터넷으로 사무실 위치나 전화번호 등을 제공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는 인터넷 도입 초기여서 일반기업들엔 인터넷 자체가 생소했을 때였다. 창업 4년만인 1999년 그는 집투를 컴퓨터 제조업체인 컴팩의 자회사 알타비스타에 매각했다. 총 매각금액은 3억7000만달러. 이 가운데 2200만달러가 그의 수중에 들어왔다. 그는 단숨에 청년 백만장자가 됐다. 이 때 그의 나이 28살. 혈기왕성한 청년은 그 돈으로 우선 스포츠카 ‘맥라렌 F1’을 샀다. 하지만 노는 것도 시간이 지나면 흥이 나지 않는 법. 곧 새로운 일을 찾아나섰다. 페이팔, 스페이스 엑스, 테슬라 등으로 이어지는 그의 대담한 인생 2막이 시작된 셈이다.
그는 2008년이 가장 힘들었던 한 해였다고 말한다. 그해 말 그는 금융위기의 여파로 자신이 이끄는 3개 업체의 부도 위기를 막느라 진땀을 뺐다. 첫 결혼도 8년만에 파경을 맞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스페이스 엑스의 로켓은 궤도 진입에 실패했다. 모건스탠리는 솔라시티 투자금을 회수해갔다. 일주일 정도 버틸 자금밖에 안남은 상황까지 몰렸다. 실의에 빠진 그때, 그는 두번째 부인인 영국 영화배우 타룰라 라일리를 만나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다고 한다. 런던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둘은 2010년 결혼했다.
<테드> 지식강연에서 어떻게 이런 많은 혁신을 한 사람이 할 수 있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많이 일합니다, 진짜 많이 일합니다.” 사회자가 다시 물었다. “그래도 뭔가 특별한 능력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번엔 이렇게 대답했다. “물리학적 접근을 하면 가능합니다.” 그리고 덧붙였다. “물리학은 새로운 것을 어떻게 발견할지 생각하는 학문입니다. 직관에 의존하지 않지요. 그리고 저는 부정적인 평가에 대해서도 귀를 기울입니다.”
물리학은 그에게 우주관, 생명관을 심어준 학문이기도 하다. 그는 2008년 한 인터뷰에서 장엄한 우주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대해, 전지전능한 지성의 존재가 아닌 기본적인 물리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는 문제라고 답변했다. 복잡한 현상들은 단순한 요소들로부터 나온다는 것. 그는 외계인의 존재 역시 부정한다. 그는 “인류는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에서 아마도 유일한 지적 생명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사족 : 그동안 한국 언론이나 출판계에서는 그의 이름을 주로 엘론 머스크, 또는 엘런 머스크로 표기해 왔다. 그러나 외래어표기법에 따르면 그의 이름은 ‘일론 머스크’로 표기하는 게 옳다. 또 위키피디아에 올라 있는 그의 이름 발음기호도 ‘일론’으로 돼 있다. 일론이라 표기하는 것이 실제 호칭과도 부합한다는 얘기다. 앞으로 갈수록 우리가 자주 접하게 될 이름이기에, 지금부터라도 바로잡는 게 좋다는 생각에서 사족을 붙인다.
곽노필 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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