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2 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6812220&ctg=1501
2014 키워드 '이순신'
장군에게는 1761만 관객이 있습니다
이순신 장군의 스크린 출격은 국내 극장가의 거의 모든 흥행 기록을 갈아치 웠다. ‘명량’(7월 30일 개봉, 김한민 감독)은 역대 최고 오프닝 관객 수(68만명), 평일 최고 관객 수(98만 명), 일일 최다 관객 수(125만명) 등을 줄줄이 갱신했다. 최종 관객 수는 국내 극장가 사상 최고치인 1761만 명. 직전까지 최고 흥행작이었던 ‘아바타’(2009,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1362만 명을 크게 뛰어 넘으며 역대 열두 번째 1000만 영화가 됐다. 그 사이 100만 단위로 관객이 불어나는 속도 역시 각각 최단 기간을 기록했다.
지금껏 1000만 영화는 20~30대 관객이 흥행에 불을 붙이고, 여기에 중장년 관객이 가세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명량’은 달랐다. 개봉 첫 주부터 중장년층은 물론이고 노년층까지 극장에 쏟아졌다. 전 국민이 다 아는 이순신 장군이 주인공이라는 점은 흥행에 불리한 요소로도 예상됐지만, 개봉 직후부터는 여러 세대를 고루 불러모은 배경으로 풀이됐다.
‘명량’의 배급사 CJ E&M의 윤인호 팀장은 “기존에 이순신을 다룬 소설이나 TV 드라마가 일대기를 그렸다면, ‘명량’은 명량 대첩이란 극적인 사건 하나에 집중한 점이 폭 넓은 관객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것 같다”고 말했다. 150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해상 전투 장면을 장장 61분간 펼친 전략적 선택 역시 돋보였다.
특히 열세가 뚜렷한 상황에서 승리를 이끌어내는 이순신의 모습은 리더십에 대한 사회적 열망과 맞물렸다. “무릇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忠)을 향해야 하고,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는 대사는 지난해 연말 개봉한 ‘변호인’(양우석 감독)의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못지않은 울림을 낳았다.
‘명량’의 흥행과 함께 올해 8월의 관객 수는 역대 월별 최고치인 3221만 명까지 치솟았다. 그중 절반 가량인 1553만 명을 ‘명량’이 모았다. 퓨전 사극 ‘해적:바다로 간 산적’(8월 6일 개봉, 이석훈 감독, 이하 ‘해적’) 역시 8월 관객 702만 명, 최종 관객 866만 명의 큰 성공을 거뒀다. 두 편 이상의 영화가 동반 흥행하는 쌍끌이 흥행은 최근 여름 시장에서 반복된 현상인데, 한달 관객 수가 3000만 명을 넘어선 것은 올해 8월이 처음이다.
올여름은 이른바 빅4로 불리는 대형 투자·배급사 네 곳이 모두 흥행 대결을 벌인 점도 특기할 만하다. CJ E&M의 ‘명량’, 롯데엔터테인먼트의 ‘해적’, 쇼박스의 ‘군도:민란의 시대’(7월 23일 개봉, 윤종빈감독, 총 477만 명), NEW의 ‘해무’(8월 13일 개봉, 심성보감독, 총 147만 명)가 그 주역이다. 이 중 ‘해무’만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 다른 세 편이 12·15세 관람가의 액션 블록버스터 사극인 데 반해 극한 상황에 처한 인간의 악마성을 그린 ‘해무’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다.
박우성 평론가는 “청소년 관객의 방학 시즌인 8월에는 자녀와 부모가 함께 볼 수 있는 가족 관객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월별 관객 수는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4월 1000만 명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연간 관객 수는 지난해(약 2억1335만
명)에 이어 무난히 2년 연속 2억 명을 돌파했다.
장성란 기자 hairpin@joongang.co.kr
20대 배우의 바람이 분다
2014 키워드 '주연의 발견'
20대 배우 가뭄에 시달리던 영화계에 모처럼 단비가 한껏 내렸다. 상업영화와 독립영화를 아울러 20대 주연 배우들의 활약이 여럿 번득였다. ‘수상한 그녀’(1월 22일 개봉, 황동혁 감독)의 심은경(20)과 ‘해무’(8월 13일 개봉, 심성보 감독)의 박유천(28)을 비롯해 독립영화에서는 ‘한공주’(4월 17일 개봉, 이수진 감독)의 천우희(27), ‘족구왕’(8월 21일 개봉, 우문기 감독)의 안재홍(28), ‘거인’(11월 13일 개봉, 김태용 감독)의 최우식(24)이 주목할 만한 연기를 보여줬다. 지난 몇 년간 20대 배우가 첫 주연을 맡아 활약한 사례가 드물었던 것과 대조된다.
그동안 2011년 ‘완득이’(이한 감독)의 유아인(28), 2012년 ‘늑대소년’(조성희 감독)의 송중기(29)와 ‘은교’(정지우 감독)의 김고은(23), 2013년 ‘은밀하게 위대하게’(장철수 감독)의 김수현(26)과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홍상수 감독)의 정은채(28)가 명맥을 이었다.
첫 주연 영화로 올해 두각을 나타낸 20대배우들은 상복도 푸짐하게 누렸다. ‘수상한 그녀’에서 몸은 20대 처녀이지만 마음은 70대 할머니인 오두리를 열연한 심은경은 백상예술대상 여자최우수연기상을, ‘한공주’에서 집단 성폭행을 당한 17세 여고생의 내면을 서늘하게 그려낸 천우희는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해무’에서 어선 전진호의 막내 선원 동식 역을 맡아 뚜렷한 존재감과 안정적 연기력을 보여준 박유천은 대종상 신인남자배우상을 받았다. 또 ‘거인’의 최우식은 TV 드라마에서 보여준 밝고 명랑한 이미지와 달리, 기댈 곳 없이 자란 청소년 영재를 인상적으로 연기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처음 신설된 올해의 배우상을 받았다. 이들의 활약은 내년에도 이어질 예정이다. 천우희는 ‘카트’(11월 13일 개봉, 부지영 감독)에서 대형 마트의 20대 비정규직으로 등장한 데 이어, 2015년 개봉할 ‘곡성’(나홍진감독)과 ‘손님’(김광태 감독)에서도 비중 있는 역할을 맡았다. ‘족구왕’에서 족구를 사랑하는 복학생을 연기한 안재홍 역시 2015년 기대작인 시대극 ‘도리화가’(이종필 감독)에 출연한다.
올해 이같은 수확을 두고 황진미 평론가는 “한동안 영화 창작의 중심에서 밀려나 있던 20대가 원톱 주연으로 여럿 등장해 영화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고 말했다. ‘수상한 그녀’의 임지영 프로듀서는 “20대가 주연하는 젊은 기운의 영화가 앞으로 더 많이 나올 것”이라며 “기회를 얻은 신인들이 성장하여 중견으로 자리 잡아가는 것이 곧 한국영화를 발전시키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knjesus@joongang.co.kr
2014 키워드 웃는 남자, 우는 남자
희비 엇갈린 남자 영화
이른바 남자 영화, 남성성 강한 캐릭터를 앞세운 액션·누아르·스릴러·드라마 등은 최근 한국 영화의 주요한 흐름이다. 올해도 역시 흥행의 명암은 작품마다 갈렸다. 먼저 봄에는 ‘끝까지간다’(김성훈 감독)와 ‘표적’(창감독)이 장르 성격에 제법 충실한 완성도로 연이어 흥행 안타를 쳤다. 두 편 모두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점도 흥행에 호재로 작용했다. ‘표적’을 배급한 CJ E&M 한응수 과장은 “호쾌한 액션과 악을 응징하는 이야기에 관객이 호응했다”고, ‘끝까지 간다’를 홍보한 퍼스트룩 신보영 팀장은 “촘촘한 이야기와 흡인력 높은 연출이 흥행 비결”이라고 말한다.
이어 여름에는 ‘신의 한 수’(조범구 감독)가 바둑과 액션을 조합한 독특한 구성으로 주연 배우 정우성의 흥행력을 다시 확인시켰다. 가을에는 전형적인 남자 영화는 아니지만 박해일·유연석을 투 톱으로 내세운 ‘제보자’(임순례 감독)가 관객을 모았다. 황우석 사태라는 실화를, 탄탄한 드라마와 스릴러적 구성으로 풀어내 비수기 극장가에서 비평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반면 초여름에는 제작비나 화제성에 비해 저조한 흥행 성적에 그친 남자 영화가 여럿 나왔다. 이 중 ‘우는 남자’(이정범 감독)와 ‘황제를 위하여’(박상준 감독)를 두고 황진미 평론가는 “서사의 개연성이 부족하고 감정이 과잉됐다”고 패인을 지적한다. 여성성을 지향하는 남자의 액션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택한 ‘하이힐’(장진 감독)도 흥행 고배를 마셨다. 김형석 영화저널리스트는 “액션은 강렬했지만 과도한 플래시백 때문에 속도감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가을에 개봉한 ‘나의 독재자’(이해준 감독)는 김일성의 대역 배우라는 극적인 소재로 부자 관계의 애증을 그렸지만 역시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김형석 영화저널리스트는 “젊은 세대는 김일성을 모르고, 중장년층 세대는 김일성에 대한 원천적인 거부감이 있다”면서 “김일성을 따라하는 아버지라는 소재에 공감할 관객층이 적었다”고 분석했다.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2014 키워드 '에로영화'
VOD 주름 잡은 ‘젊은 엄마’
에로영화 시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올해(12월 21일 기준) 극장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 224편 중 에로영화는 45편이나 된다. 2011년 6편, 2012년 8편은 물론이고 지난해 37편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이처럼 최근 2년 연속 에로영화 개봉 편수가 부쩍 늘어난 배경에는 IPTV·디지털케이블TV를 비롯한 부가 판권 시장의 급성장이 자리한다. IPTV는 운영사마다 작품 선정 기준이 조금씩 다르지만, 대개 극장 개봉이 조건인 경우가 많다. 때문에 대부분의 에로영화는 형식적이나마 극장 개봉을 거치는데, 부가 판권 시장의 흥행 수입이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올해 부가 판권 시장에서 인기를 누린 ‘젊은 엄마’가 좋은 예다. 이 영화는 지난해 8월 한 개 스크린에서 개봉해 500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IPTV·디지털케이블 TV 영화 VOD 시장에서는 올해 1~9월 사이 총 8만여 건 이상의 이용 횟수를 기록했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매월 집계하는 IPTV·디지털케이블TV 영화 VOD 이용 순위에 서도 9월 기준으로 12위까지 올랐다.
에로영화는 부가 판권 시장 중 모바일 VOD에서 더욱 강세다. 모바일 IPTV 업계 중 최다 실시간 채널(80여 개)과 최다 콘텐트(7만여 편)를 보유한 올레tv모바일(유료 가입자 130만여 명)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1~11월 서비스한 영화 가운데 매출 10위권에 오른 에로영화가 두 편이나 된다. ‘맛’(무삭제판, IPTV 2월 개봉, 경석호 감독)은 당당히 4위에, ‘밀애’(7월 24일 개봉, 김인규·김민준 감독)는 7위에 올랐다.
참고로 극장가 화제작 ‘겨울왕국’(1월 16일 개봉, 크리스 벅·제니퍼 리 감독)이 1위를, ‘인간중독’(5월 14일 개봉, 김대우 감독)과 ‘황제를 위하 여’가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올레tv를 운영하는 KT 문지형 과장은 “전체 영화 매출에서 에로영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레tv에선 5% 미만이지만, 올레tv 모바일에서는 10%까지 치솟았다”고 전했다.
주요 시청자 층도 흥미롭다. 올레tv모바일에서 주로 에로영화가 포함된 ‘19금 성인영화’ 카테고리의 시청자층을 성별로 나눠보면, 남성이 63%로 앞서지만 여성도 37%나 된다. 세대별·연령별로 세분하면 40대 남성(23%)과 30대 남성(20%)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은 30대 여성(18%)과 40대 여성(11%)이 차지했다. 이어 50대 남성(10%), 20대 남성(6%), 20대 여성(5%) 순으로 나타났다. 영진위 국내진흥부 양소은 연구원은 “TV보다 모바일에서 에로영화 이용 건수가 높게 나타나는 이유는 콘텐트 접근이 쉽고 개인적인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에로영화의 제작 편수만 늘어난 게 아니라 제작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젊은 엄마’의 연출자이자 제작사 밀크픽처스 대표인 공자관 감독은 “주로 6㎜ 캠코더로 촬영했던 2000년대 중반과는 달리, 최근엔 고가의 렌즈나 카메라를 사용해 제법 영화적 느낌을 살린 에로영화가 많이 나오고 있다”며 “순제작비가 보통 1억원 규모인데, 요즘은 2억원 이상 투입되는 작품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지난해 초 ‘전망 좋은 집’(2012, 이수성 감독)이 IPTV·디지털케이블 TV에서 큰 수익을 올린 게 에로영화의 부가 판권 시장 형성에 큰 자극이 됐다”고 설명했다. 영진위 집계에 따르면 ‘전망 좋은 집’은 2013년 한 해 15만7000여 건의 이용 건수를 기록, 지난해 IPTV·디지털케이블TV 영화 VOD 이용 순위 중 60위를 차지했다. 에로영화로는 유일하게 100위 안에 이름을 올린 인기작이다. 최광희 평론가는 “비디오 대여점 시장이 붕괴된 뒤 한동안 활로를 찾지 못하던 에로영화가 IPTV라는 새로운 길을 찾았다”며 “최근 에로영화가 많이 만들어 지면서 시장이 과열된 상태이지만 꾸준한 수요 때문에 시장 자체는 서서히 확장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석희 기자 mulderfox@joongang.co.kr
2014 키워드 '렛잇고'
‘겨울왕국’ 보고 또 보고
디즈니의 새로운 공주 애니메이션 ‘겨울왕국’(1월 16일 개봉, 크리스 벅·제니퍼리 감독)은 세계적으로도 수많은 관객을 사로잡았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받았고, 전 세계에서 13억 달러에 가까운 흥행 수입을 올렸다. 애니메이션 중 역대 1위, 실사영화까지 합해 역대 5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한국에서는 애니메이션 사상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공주와 왕자의 로맨스 대신 공주 자매의 우애에, 왕자가 구해주길 기다리기보다 스스로를 구원하는 공주들의 활약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는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 관객은 물론, 어린 시절 디즈니의 전성기 작품을 보고 자란 젊은 여성 관객까지 사로잡았다. 배급사 디즈니의 정고은 대리는 “애니메이션은 어린이 관객이 즐기는 장르라는 기존 인식을 뒤집고 성인까지 관객층이 확대됐다”고 말한다.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이 더빙판·자막판·싱어롱 버전, 2D·3D 등 여러 방식으로 재관람하는 열풍도 흥행을 부추겼다. 인기는 극장 밖으로도 이어져 IPTV에서 개봉하자마자 유례없는 이용 횟수를 올렸다. 국내 IPTV 중 최다 가입자를 보유한 올레tv가 11월까지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린 영화는 역시 ‘겨울왕국’이다. OST, 특히 이디나 멘젤이 부른 주제곡 ‘렛 잇 고(LetIt Go)’의 인기도 폭발적이었다.
방송 음원 집계 사이트 챠트코리아에 따르면 개봉 직후인 2월 한 달 동안 기록된 라디오 방송 횟수만 341회다. ‘겨울왕국’의 흥행 돌풍은 2000년대 들어 드림웍스에 밀려 고전하는 듯했던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부흥을 알렸다. 디즈니·픽사를 이끄는 CCO 존 라세터는 지난 10월 한국을 방문 해 “‘겨울왕국’은 디즈니를 치유해준 작품”이라고 말했다. 디즈니는 ‘겨울 왕국’의 뮤지컬 제작을 추진하는 한편 ‘겨울왕국’ 뒷이야기를 담은 6분짜리 단편 ‘겨울왕국 피버’(크리스 벅·제니퍼 리 감독)를 2015년 3월 북미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실사판 드라마도 만들어졌다. 여러 동화를 모티브로 제작한 TV 드라마 ‘원스 어폰 어 타임’(2011~, ABC) 시즌4의 주인공으로 ‘겨울왕국’이 채택돼 지난 9월 미국에서 방송을 시작했다.
윤지원 기자
2014 키워드 '아트버스터'
다양성영화의 메가톤급 흥행
올해 다양성영화 시장에선 최근 보기 힘들었던 대형 흥행작이 여럿 나왔다. 5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작품이 3편이나 됐다. 지난해에는 이런 성적을 낸 다양성영화가 전혀 없었고, 2012년에는 ‘피에타’(김기덕 감독, 60만 명) 한 편뿐이었다. 먼저 올 3월 개봉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웨스 앤더슨 감독)은 77만 명이 관람하며 예술영화(Art Film)와 블록버스터(Blockbuster)를 합친 신조어 ‘아트버스터’의 위력을 실감하게 했다. 이어 ‘원스’(2006)를 만든 존 카니 감독의 신작 음악영화 ‘비긴 어게인’은 여느 상업영화로도 ‘대박’이라고 할 만한 342만 관객을 동원했다. 전체 외화 흥행 순위 9위에 해당하는 놀라운 성적이다.
영화에 출연한 그룹 ‘마룬 5’의 보컬 애덤 리바인이 직접 부른 OST ‘로스트 스타즈(Lost Stars)’ 역시 큰 인기를 끌었다. 다양성영화 시장에서 외화만 흥행 홈런을 친 것은 아니다. 11월 말 개봉한 다큐멘터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진모영 감독)의 폭발적인 흥행이 그 예다. 다양성영화에서 이런 대형 흥행작이 나오는 배경에는 달라진 배급 규모가 있다. CGV아트하우스 이원재 과장은 “개봉 전부터 흥행 가능성이 엿보이거나, 개봉 후 관객 점유율이 높아지면 일반 상영관까지 적극적으로 내주는 추세”라고 전한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186개에서 개봉해 최대 스크린 수가 806개까지 늘어났다. 올해는 특히 밝고 따뜻한 감성을 내세운 다양성영화가 흥행에 성공했다.
‘비긴 어게인’홍보를 맡은 올댓시네마 김태주 실장은 “액션·스릴러·판타지 등 장르적 특징이 두드러지는 상업영화 대신 ‘비긴 어게인’ ‘그녀’(스파이크 존즈 감독) 등 감성을 자극하는 다양성영화를 찾는 관객이 많았다”고 말한다.
김나현 기자
2014키워드 '크리스토퍼 놀런'
놀런도 놀란 ‘인터스텔라’ 1000만 관객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가족애 SF ‘인터스텔라’(11월 6일 개봉)는 한국 극장가를 깜짝 놀라게 했다. ‘아바타’(2009, 제임스 캐머론 감독) ‘겨울왕국’에 이어 외화로서는 세 번째 1000만 관객 고지에 이르렀다. 12월 21일까지 관객 수는 993만 명이다. 할리우드 흥행 집계 사이트 박스오피스모조에 따르면 ‘인터스텔라’의 한국 흥행 수입은 7100만 달러로, 전 세계 흥행 수입의 11.2%를 차지한다. 북미(27%), 중국(19.2%)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성적이다. 인구 규모로 따지면 사실상 한국에서 가장 흥행이 잘된 셈이다. 미국에서는 개봉 첫 주부터 한 번도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지 못했지만, 한국에서는 개봉 직후부터 4주 동안 1위를 지켰다.
아이맥스 관람 열풍도 놀라웠다. 아이맥스 상영관의 표가 일찌감치 동나 인터넷에 암표까지 등장했다. 아이맥스 상영관을 보유한 멀티플렉스 체인 CGV 김보람 대리는 “‘인터스텔라’의 아이맥스 객석 점유율은 평균 74%로 올해 아이맥스 상영작 중 최고치”라고 전했다. ‘인터스텔라’의 아이맥스 상영은 12월 2일 종료됐다가 관객 요청에 힘입어 8일부터 이틀간 전국 11개 상영관에 재입성했다. 놀런 감독을 향한 국내 관객의 특별한 애정도 흥행을 부추겼다.
‘배트맨 비긴즈’(2005) ‘다크 나이트’(2008)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로 이어지는 ‘다크 나이트’ 3부작과 ‘인셉션’(2010)을 통해 국내 관객 사이에 크리스토퍼 놀런감독의 견고한 팬덤이 생겼다. 김형석 영화저널리스트는 “‘다크 나이트’ 3부작으로 놀런 영화의 품질에 대한 신뢰도가 쌓인 상태에서 ‘인터스텔라’는 개봉 전부터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입소문을 냈다”며 “개봉 이후에는 과학 이론에 대한 풍성한 담론이 쏟아져 관객을 극장으로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전작부터 이어져온 가족애를, 하드 SF영화(Hard SF·정밀한 과학 묘사가 돋보이는 SF영화)에서 깊이 있게 다룬 점도 흥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윤지원 기자
2014 키워드 '마블'
진격의 할리우드 수퍼 히어로
할리우드 수퍼 히어로 영화, 그중에도 마블 만화가 원작인 영화는 올해 극장가에서 골고루 흥행 성공을 거뒀다.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조 루소·안소니 루소 감독) ‘엑스맨: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브라이언 싱어 감독)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마크 웹 감독) 같은 속편은 물론, 원작과 캐릭터 모두 낯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제임스 건 감독) 역시 비교적 좋은 성적을 거뒀다. 특히 속편의 성공에는 마블의 ‘따로 또 같이’ 전략이 큰 요인으로 꼽힌다. 김봉석 평론가는 2년 전 ‘어벤져스’(2012, 조스 웨던 감독)의 국내 흥행 성공을 중요한 계기로 지적한다.
그는 “한국에서 원래 인기가 많았던 아이언맨에 더해 이 영화에 함께 등장한 캡틴 아메리카, 토르, 헐크 등 다른 마블 캐릭터의 인지도가 높아졌다”며 “이를 기점으로 국내 관객이 마블 유니버스(마블 스튜디오의 수퍼 히어로들이 공유하는 가상 세계)에 친숙해졌고, ‘어벤져스’에 나온 캐릭터의 개별 시리즈 영화 역시 ‘볼 만한 수퍼 히어로 영화’라는 인식이 생겼다”고 말했다.
일례로 ‘어벤져스’ 이전에 개봉한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 1편인 ‘퍼스트 어벤져’(존 조스톤 감독)가 51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친 반면, 올해 개봉한 2편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는 396만 명이 관람했다. ‘엑스맨: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역시 마블 브랜드에 힘입어 ‘엑스맨’ 시리즈(2000~ ) 사상 가장 큰 흥행 성공을 거뒀다. 마블이 ‘어벤져스’ 시리즈의 속편인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년 개봉 예정)의 일부 장면을 지난 4월 서울에서 촬영한 것도 마블 브랜드와 캐릭터에 대한 국내 영화팬들의 관심을 한층 높였다.
김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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