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시민교육 심포지엄 수원평생학습관에서 열린다
-패러다임의 전환, 일상에서 만나는 시민교육-
국민교육헌장과 인성교육진흥법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무관하게 저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난 존재가 되어 버렸고 개인의 주체성이나 특성 이전에 “나라의 융성이 나의 발전의 근본임을 깨달아”야 하는 미숙한 존재이기에 “국가 건설에 참여하고 봉사하는 국민 정신”을 깨치기 위해 ‘국민학교’에 들어갔습니다. 이렇게 보면 지금의 ‘초딩’에 비해 당시‘국딩’은 얼마나 숭고하고 장엄한 존재인지요.
아마 3학년 무렵이었을 것입니다. 하루는 국어수업시간에 접속사에 관해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담임선생님은 접속사를 이용한 문장을 만들어서 발표를 해보라고 주문을 하셨습니다. 저는 과감하게 손을 들고 또박또박 문장을 읽어 나갔습니다. “학년이 바뀐 첫날 멀리서 멋진 선생님이 걸어 오셨다. 그러나 가까이서 보니 호박이었다.” 친구들은 책상을 두드리며 배꼽잡고 웃었고 그럴수록 선생님의 진노는 하늘 높이 솟아올랐습니다. 역린을 건드린 저는 뒤지게 얻어맞았고 선생님은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부모님 호출을 명하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당시에나 지금이나 잘 이해를 못하고 있습니다. 조금 개구지다고 느낄 수는 있겠으나 용례에 적합한 문장임이 분명한데 그게 그렇게 선생님의 분노를 일으키는 일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날 이후 저는 학업과는 담을 쌓고 살게 되었습니다.
산업화 시절에 비해 시대의 흐름도 바뀌었고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교과과정도 개편되어 세대별로 교육 받은 내용이 조금씩 달라 세대별 차이와 특징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난 세대’가 이 사회의 주류로 굳건한 위치를 점하고 있습니다. 시민적 권리나 책임의식, 공공적 가치에 대한 생활적 체현 학습이 부족했던 세대가 주류적 감성과 의식을 과잉 대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회에 큰 문제나 사건이 발생했을 때 늘 교육이 호출되곤 하지만 그 호출된 교육의 내용은 빈약하기 짝이 없습니다.
세월호 사건이 터졌을 때 한국의 교육현실이 호출되었고 그와 연관되어 인성이 따라붙었습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세월호 사건은 인성문제”라고 언급한 것은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사상한 채 오직 개인의 문제로 치환시키는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농후함에도 2014년 12월 국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인성교육진흥법’이 올해 7월 21일부터 시행되게 되어 자칫 관제 인성을 낳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게 됩니다.
5월 16일자 <경향신문>에 따르면 “15일 현재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등록된 인성관련 자격증 및 자격시험은 213종에 이른다. 지난해 4월 60여종에 불과했던 인성 관련 자격증이 1년여 만에 2배 이상 늘어났다”고 합니다. 우리는 이제 ‘인성’도 ‘상품’이 되어 버린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셈입니다. 위 신문 ‘네 인성은 몇 점 짜리니?’는 다음과 같은 말로 기사를 마감하고 있습니다. “신동하 연구실장은 “지금 시행되는 인성교육은 사실상 복종교육”이라며“인성교육이라는 말 대신 시민적 권리와 책임감 등을 의미하는 ‘시민성 교육’으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 시민교육 공부모임 함께하는 사람들(좌)와 논의 모습(우)
2015 시민교육 심포지엄의 3가지 특징
국딩 3년 시절 이후 학업에 철벽산성을 쌓고 살았습니다만 언젠가부터 학습에 대한 욕구가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 욕망의 발화점은 시민교육이었습니다. 매년 발표되는 평생학습통계를 보면 시민참여교육은 늘상 1%대 내외를 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수준이 되어야 할까요? 구체적 수치는 합의하기 어렵겠지만 다른 교육에 비해 발란스가 심하게 붕괴되었다는 점에는 쉽게 동의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장에서 평생학습관계자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시민교육에 대한 관심과 기대 그리고 현장의 고민을 듣게 됩니다. 개별 기관이나 관계자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결코 시민교육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거나 욕구가 부족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그것을 개별적으로 풀어내기에는 한계와 어려움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국가나 광역 단위 진흥원에서 이런 문제를 적절히 풀어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직까지 이런 부분까지 손길이 미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평생학습관계자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시민교육에 대한 관심과 기대 그리고 현장의 고민을 듣게 됩니다. 개별 기관이나 관계자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결코 시민교육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거나 욕구가 부족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그것을 개별적으로 풀어내기에는 한계와 어려움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국가나 광역 단위 진흥원에서 이런 문제를 적절히 풀어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직까지 이런 부분까지 손길이 미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평소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리가 먼저 시민교육에 관해 공부를 하자는 의견을 모으게 되었고 그 결과 한 달에 한 번씩 스터디를 하는 공부모임이 만들어 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학습이 개인의 교양 함양이나 지식 축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타인과의 공명을 일으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스터디 멤버들의 확고한 원칙에 의거해 학습의 결과를 현장의 동료들과 공유하자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공유할 만큼의 충분한 콘텐츠가 있느냐 하는 점입니다. 그래서 멤버들은 문제의식을 벼리고 내용을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 지난 4월 3박 4일의 내부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심포지엄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1) 거대 담론이 아닌 구체적인 과제 중심
시민교육의 역사와 연원, 그 가치와 철학을 중심으로 하는 담론을 배격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러나 지금 현장에 절실히 필요한 것은 ‘지금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있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그나마 시민교육이 한발 진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함께 스터디를 한 멤버들은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민교육에 관한 고민을 오랫동안 붙잡고 있었고 게다가 다양한 방식의 시민교육을 시도한 현장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현장에 터를 잡고 활동했던 그 기반조건이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실사구시의 형태로 드러날 것입니다.
2)최초로 시도되는 평생학습 담당자 의식조사
2002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민주시민교육에 관한 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지만 그 조사는 전통적인 시민단체 활동가만을 대상으로 한 연구였습니다. 혹 평생교육 학계에서 유사한 조사를 시행한 적이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제가 알기로는 전적으로 시민교육만을, 그것도 평생학습 현장 중심의 조사는 지금까지 없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시민교육에 관한 평생학습 담당자의 의식을 미루어 짐작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추론에 불과한 것이고 실제 담당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아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그들의 현실적 고뇌가 무엇인지, 향후 활성화 방안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것은 생산적 대안을 위한 소중한 기본 데이터라고 생각합니다.
3)다양한 영역에 대한 이슈 제기
먼저 이번 스터디 모임에서 좌장 역할을 맡으신 한국평생교육학회 김민호 회장(제주대학교 교수)이 ‘일상화’ 관점에서 시민교육을 풀어낼 것입니다. 제도로서의 민주주의 보다는 일상의 민주주의가 필요하듯 시민교육도 일상 속에서 풀어내야 합니다. 그래서 그것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 그러기 위한 조건과 과제는 무엇인지가 기조강연 형태로 발표될 것입니다.
학습이라고 하면 우리는 쉽게 교실 장면을 연상하게 됩니다. 그러나 마을은 지붕 없는 학교입니다. 지역에서 시민은 학습관 형태에서 변화 성장하는 것과는 다른 궤적을 보이게 마련이며 이런 측면에서 보면 지역에서 어떻게 시민이 되어 가는가는 흥미로운 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또한 시민교육과 관련해서 현장에서 다양한 방법론이 활용되고 있는데 과연 우리는 적절한 툴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지,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접근도 매우 유용한 주제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는 변화의 조건을 검토해 볼 것입니다. 우리는 일상적으로‘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말을 자주 사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변화라고 하는 것은 참으로 간단치 않은 과제인데 과연 어떤 조건에서 그나마 사람의 변화가 가능할지에 관해 함께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될 것입니다.
아래는 이번 심포지엄에서 논의될 내용을 간추린 것입니다.
“현장의 목소리로 들어보는 시민교육” - 박현규(서울 생명의전화 교육실장)
‘평생교육’과 ‘시민교육’, 과연 이 둘은 어떤 관계일까? 그 둘의 관계에 대해 우리 평생교육 담당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 관계, 그 생각을 알아보기 위해 전국 203명 평생교육 담당자의 소중한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평생교육 담당자는 시민교육을 주로 ‘일상생활에서 시민성과 인권의식을 함양하는 교육’ 또는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교육’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이러한 시민교육은‘평생교육 영역 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주제’이며,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다수의 평생교육 담당자가 공감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민교육에 대한 높은 수준의 필요성 인식과는 달리, 평생교육 현장의 분위기는 기대만큼 그리 달콤하지는 못하다. 평생교육 기관들은 전반적으로 시민교육을 운영하고는 있으나, 전체 평생교육 프로그램들 중 시민교육이 차지하는 비중(5% 이하)은 매우 낮았다. 그리고 시민교육 내용은 주로 ‘시민문화 또는 시민의식 함양’의 수준에 국한되어 있으며, 교육방법도 대부분이 강사 중심의 단기 및 정기 프로그램 운영이었다. 이렇듯 평생교육 영역에서 시민교육이 활성화 되지 못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 평생교육 담당자들은 ‘기관의 시민교육에 대한 필요성 인식 부족’, ‘시민의 요구 부족’, ‘인력 및 예산 부족’ 등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생교육 담당자들은 향후 평생교육 영역에서 시민교육이 활성화될 필요성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공감하고 있었으며, 시민교육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시민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보급’, ‘평생교육기관의 시민교육에 대한 철학 및 가치 재정립’, 그리고 ‘국가 및 지역평생교육진흥원의 관심과 노력’ 등의 우선 과제가 고려되고 실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끝으로 조사에 참여했던 대다수의 평생교육 담당자들은 시민교육 관련 참여 경험은 있으나 경험의 측면에서는 주로 공공질서 준수 등과 같은 일상생활 속에서 시민정신을 실천하는 수준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응답하였다. 따라서 향후 평생교육과 시민교육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평생교육 담당자 스스로 시민교육에 대한 관점 전환, 시민교육 관련 역량 강화 등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어떻게 시민이 되는가: 지역사회에서 ‘시민-되기’”-김미윤(은평구평생학습관장)
시민은 어떻게 탄생하는 것일까요? 평생교육 6진 분류에 있는 시민참여교육을 받으면 시민이 되는 걸까요? 몇 번의 교육만으로 ‘좋은 시민’이 된다면 우리가 이렇게 여전히 시민교육을 고민하고 있지는 않을 겁니다. 시민성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습니다만, 종합해보면 다음의 몇 가지 요소를 충족해야 합니다. 자신과 자신의 자리를 주체적으로 성찰하기, 사회의 다양성과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 연대하기, 복잡한 사회 속에서 인간중심으로 성찰하기, 책임 있게 참여하고 행동하기. 이렇듯 시민은 공동체와 따로 떼어서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시민교육 역시 그렇습니다.
이 발표에서는 시민교육을 ‘지역’ 또는 ‘마을’이라는 맥락에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시민성에 대한 여러 이론보다 마을이라는 공간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스스로 시민이 되어 가는지 구체적인 과정을 탐구한다면 시민과 시민교육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감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그리고 (평생)학습이 마을에서 ‘시민-되기’의 과정에 어떤 방식으로 연관되어 있고 어떻게 개입할 수 있는지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역에서 엄마들과 도서관 활동을 하면서 끊임없이 책을 읽었어요. 활동을 하다보면 갈등이 생기잖아요? 그러면 저희는 교육을 받았었어요. 우리에게 필요한 다양한 강좌를 개설해서. (중략) 이렇게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었던 건 교육, 학습 때문인 거 같아요. 공부하는 사람만이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우리는 카페를 낼 때도 경제공부를 시작했고, 요즘엔 일요일날 책읽기를 하니까 사람들이 확확 변하는 걸 봐요. 삶의 경험과 만나는 학습을 하니까.”
“전에는 여기서 사는 게 그다지 좋지 않았어요. 변두리니까. 00구에 산다 하면 좀 창피하달까. 그런데 교육을 받고 길찾기(활동)를 하니까 여기가 달리 보여요. (중략) 예를 들면 작년에 시니어 행복학교에서 6,70대 분들을 만났는데, 저희가 별거 안했는데도 이 분들이 너무너무 좋아하셨어요. 그 때 아, 우리 50대가 이 분들을 위해 뭔가를 해야겠구나, 이런 걸 알게 되었어요.”
사람들은 교육을 통해 마을을 만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을에서 살아가며 필요에 의해 자발적인 학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때로는 일상에서의 학습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통로가 되기도 합니다. 한 개인이 지역의 일원임을 자각할 때 변화와 실천가능성은 배가됩니다. 사람들은 우리가 다 아는 것 같았지만 사실은 잘 몰랐던, 혹은 조금은 알고 있었으나 우리의 일과 긴밀히 연관시키지 못했던 점들을 말해 주었습니다.
평생학습은 이런 시민들의 변화를 얼마나 촉진하고 긍정적으로 자극할 수 있을까요? ‘시민-되기’의 과정에서 평생교육 활동가들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지역’이라는 요소는 ‘시민-되기’의 과정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지역에서 시민교육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될 수 있을까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얻은 많은 질문들을 심포지엄에서 함께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시민교육, 어디까지 해봤니?: 시민교육의 다양한 스펙트럼” -김미란(광명시평생학습원장)
한국에서의 시민교육 혹은 민주시민교육은 주로 학교교육을 중심으로 한 사회과과목이나 선거 등의 정치교육, 민주시민교육방법론 중심으로 접근되었다. 최근 들어 광역단위 교육청과 지자체에서 시민교육 관련 과와 팀이 신설되고, 민주시민교육지원조례도 만들어지면서 관련사업과 예산이 늘어나고 있는 경향이다. 마을공동체사업을 통해 마을에서 시민되기, 지역에서 시민되기를 넘어 세계시민교육으로 확장되고 있다. 평생학습분야에서는 평생교육 6진 분류를 통해 프로그램 주제로 분류되기 시작했지만 통계조사결과 시민참여교육은 그 비중이 매우 낮다. 여전히 평생교육의 맥락에서 본 시민교육, 특히 지역에 기반한 시민교육 연구는 많지 않은 상황이다.
“시민교육, 어디까지 해봤니?”라고 자신에게 물어본다. “뚜렷하게 손에 잡히는 것이 없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교육을 통한 더 나은 세상 만들기’를 꿈꾸며 ‘시민교육’이라는 화두를 붙잡고 20여년을 씨름해왔던 나도 이렇게 어려운데 현장의 실무자들은 오죽 막연할까? 그나마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시민교육 과목을 수강했다면 고민의 단초는 얻었을 것이다. 이러한 세태를 반영하듯 시민교육에 관한 공공분야 평생학습 실무자들의 인식조사 결과에서 시민교육의 중요성은 인지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노력은 많이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다. 설문조사 결과처럼 시민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보급하면 과연 우리는 잘 할 수 있을까? 기관의 철학과 의지가 있으면 가능할까? 예산과 정책, 인력이 있으면 시민교육은 활성화될 수 있을까? 이번 심포지엄은 실무자의 입장에서 시민교육의 기획과 운영에 대한 다양한 스펙트럼을 찾아보고 공유하기 위한 우리들의 노력이다. 관점의 전환, 주체의 전환, 가르쳐야 한다는 압박감, 교육담당자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강의실, 강사, 교재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전통적인 강좌기획에서부터 최근의 플랫폼 논의까지, 그 안에서 사람과 공간, 프로그램이 어떻게 바뀌고 연결되는 것인지를 찾아보는 노력이다.
시민교육의 기획과 운영은 A부터 Z까지 다양하다. 누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교육이고 학습이다.그동안 우리가 해왔던 많은 시도들을 비판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수정하고, 최적화시키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 이러한 지혜와 용기는 거대담론에서 벗어나기, 조급성에서 벗어나기, 의무감에서 벗어나기, 역량개발에서 벗어나기, 개인의 행복에서 벗어나기를 통해 얻어질 것이다.
시민교육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깊어질수록 분명해지는 것이 있다. 우리들의 사유방식, 즉 생각과 말, 글을 바꿔야한다는 것이다. 좀 더 쉽고 편안하고 간결하게 바꾸지 않으면서 ‘~해야 한다’는 당위감과 뻔한 기획에서 빠져나올 방법은 없어 보인다. ‘시민교육 낯설고 다르게 보기’를 시도하면서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일들 속에서 어떻게 시민성을 드러내고, 발현시켜낼 수 있을지 지혜를 모아보자. 시민교육의 상상력, 어디까지 진화할 것인지를 함께 논의하고 찾아보자. 그리고 자신감을 가지고 현장으로 뛰어들자. ‘더 나은 시민교육은 가능하다’는 믿음을 키워나가자.
“시민교육, 변화의 조건을 구축하자” – 정성원(수원시평생학습관 관장)
‘산을 오를 때나 넓은 고원 등에서 방향 감각을 잃고 같은 자리를 맴도는 현상’을 링반데룽(Ringwanderung)이라고 합니다. 자신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주변을 계속 맴돌고 있다면 종국에는 힘들고 지쳐 조난의 상황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학습의 현장에서도 링반데룽 현상을 보게 됩니다. 현장 실무자들은 열과 성을 다해 노력하고 있고 이렇게 하면 되겠지 하는 기대를 했는데 실제로는 아무런 성과를 올리지 못하는 장면을 종종 만나게 됩니다. 특히 시민교육 영역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링반데룽 현상이 발생하면 당연히 방향성에 대해 충분한 되새김질을 해야만 하듯 시민교육도 마찬가지로 그 교육의 목표와 방향에 대해 제대로 점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시민교육의 목표는 ‘변화’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사람 특히 자신의 가치관이 정립된 성인의 변화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그러나 사람의 변화가 어렵다는 것은 그만큼의 노력과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이해해야만 합니다. 그래야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교육학자인 힉스(Hicks)는 모든 학습내용은 ‘지식‧정보’ ‘가치관‧태도’ ‘기술‧역량’이라는 3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고 합니다. 물론 이 3가지 요소가 질과 양 측면에서 균등하게 구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중 시민교육 영역에서는 ‘가치관‧태도’가 핵심 요소로 자리 잡게 되는데 이것은 기술이나 지식에 비해 매우 복잡함과 상호작용을 요구하는 일입니다.
학습 현장에 들어 온 사람들은 교수자의 메시지를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그대로 ‘수용’하는 사람보다는 오히려 ‘거부’나 ‘유예’의 입장을 취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수용‧거부‧유예’는 대단히 역동적인 길항관계를 나타낼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가 추출해 낼 수 있는 것은 “지속성”과 “마주봄”과 “촉진자”입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시민교육의 목표를 ‘변화’에 두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로 위 3가지를 이야기 할 것입니다.
전혀 새로운 ‘그 무엇’은 아닙니다. 그래서 신선도가 떨어질지는 모르겠으나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 주의 깊게 살피지 못한 지점을 새롭게 구성하여 시민교육에 대한 재구조화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시민교육에 관해 스터디를 한 사람들의 고민과 주장이 펼쳐집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들의 발표 내용이 정답은 아닙니다. 학습의 현장에서 정답은 있을 수 없습니다. 고민과 실천 그리고 이어지는 비판적 성찰 속에서 자기만의 해답을 찾아내고, 우리는 그러면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뿐입니다. 그러기에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고개를 끄덕이는 동의보다는 ‘왜’라는 고민이 깊어지기를, 더 바란다면 이것을 계기로 시민교육의 논의가 활성화되고 현장에서의 대안모색이 시작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심포지엄 현장에서 뵙겠습니다.
글_정성원(수원시평생학습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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