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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25일, 한국일보 권은영 기자 외
"공부 못하면 사람 취급도 안 해요"
[교육 희망 프로젝트] 1부. 꼴찌를 위한 학교
초중고생 대다수 무한 경쟁 속에
성적 부진아는 학교서 철저히 외면
학생지도 명문대 갈 소수에만 초점
"방해만 하지 마라" 꼴찌들 방치
“성규(가명) 때문에 수업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고등학교 2학년 성규는 수업 중 괴성을 지르거나 앉아 있지 못하고 돌아다니는 등 문제 행동을 일삼아 친구들과 교사들의 눈총을 받는 학생이다. 수업은 전혀 듣지 않고 창 밖만 바라보다 하교하는 날이 부지기수다. 학기 초 인성검사를 해봤더니 자살충동이 우려된다는 결과도 나왔다. 중학교 3학년 초반까지는 전교 1등으로 친구들 사이에서 ‘공부의 전설’로 통했던 성규였기에 지금의 모습은 충격적이다.
성규의 ‘반항’은 중학교 3학년 때부터였다. 명문대 출신 어머니의 ‘외고’ 타령이 부담스러웠던 터에 한번 실수로 중간고사를 망친 후 어머니의 호된 꾸지람은 성규를 엇나가게 만들었다. 이후 성규는 계속 시험을 망쳤고, 외고 입시를 포기했다. 2년이 넘도록 성규와 어머니는 일체 대화를 나누지 않고 있다. 진학 압박 끝에 공부에서 손을 뗀 성규는 어린 나이에 감당할 수 없는 스트레스로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상황까지 왔다.
좋은 대학이라는 하나의 목표 아래 전국의 초ㆍ중ㆍ고교생 648만여명의 학생들이 공부상처로 신음하고 있다. 대개 셋 중 하나다. 무한 성적경쟁에 내몰려 목적도 없이 숨죽이고 공부하거나 이에 저항하면서 일탈한다. 이도 저도 아닌 대다수는 무기력하게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국일보가 학교부적응 학생들이 전학 오는 서울 강서구의 대안학교 성지고 1~3학년 학생 439명에게 일반 학교를 다녔을 때의 경험에 대해 묻자 많은 학생들이 공부상처 경험을 토로했다. 44.4%가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고, 35.3%는 성적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학교가 공부 못하는 학생을 차별한다(24.8%)고 생각하거나 실제로 차별을 당한 적이 있다(22.3%)는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5명 중 1명(20.3%)은 ‘공부 때문에 자살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일반 학교를 다녔을 때 이들을 힘들게 한 것(복수응답 가능)은 수업이 재미없는데도(21.7%), 하고 싶은 공부나 활동, 취미생활을 할 기회는 없었고(18.6%), 성적은 나쁘다는 것(16.2%) 등이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성적 부진아, 학교 부적응 학생은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얼마나 많은 졸업생이 명문대, 또는 명문고에 진학하느냐에 학교의 위상이 달려있는 우리 현실에서 교사의 학생지도도, 학교의 학사 업무도 우등생에만 초점이 맞춰질 뿐이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을 방해하지만 않으면 된다는 암묵적 동의 아래 대한민국의 교육은 꼴찌를 낙오자로 취급할 뿐 시민으로 배출하는 데에 무관심하다.
이혜정 경기도교육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학교 입장에서는 좋은 학교에 많이 진학시키는 게 중요하지 공부 못하는 애들 어떻게 성장시킬까는 관심 밖”이라며 “공부를 잘 하게 만들어서 좋은 학교에 보내고 출세시키는 게 학교의 역할인지, 공부에 어려움을 가진 아이를 한 명이라도 챙겨서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고 국민 모두가 최소 학력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학교인지 학교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볼 때”라고 말했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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