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13일 토요일

한국일보 교육희망 프로젝트 2-2, 학습종합클리닉센터 운영 실태, 계약직 협력 교사, 서울학습도움센터, 시간제 상담사

http://hankookilbo.com/v/5d0db7dc0ef24defb44b19b6a4a1d1ef

2014년 8월 26일, 한국일보 변태섭 기자 보도

학습부진아 상담사 비정규직…"증세 심한데 동네병원 가는 셈"


학습종합클리닉센터 운영 실태
건강한 사람에겐 약이 필요 없듯이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은 어떤 교사가 가르쳐도 기본 이상은 하게 마련이다. 반면 학습 부진이 심한 아이들은 전문성을 갖춘 경험 많은 교사의 특별한 관심과 보호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기초학력 미달 수준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정반대다. 공부 잘하는 학생을 실력 있는 교사들이 가르치고, 학습부진 학생은 전문성이 떨어지는 비정규직 교사들이 떠맡는 경우가 많다. 이런 ‘거꾸로 관리’는 학습부진을 악화시킬 수 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현행 학습부진 학생 관리는 크게 세 가지 과정으로 이뤄진다.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를통해 학습부진 학생으로 분류되면 우선 정규교사가 지도하다가 이후 계약직 협력교사가 방과후 보충수업 등을 진행한다. 그래도 나아지지 않으면 각 시ㆍ도의 학습종합클리닉센터에 맡겨진다. 수업과 행정잡무 등으로 바쁜 교사를 대신해 위탁 지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학습종합클리닉센터를 구성하는 연구원과 상담사는 모두 비정규직이다. 연구원은 상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상담사는 학교의 요청에 따라 학생을 맡아 20~25회 상담을 진행한다. 서울시교육청 산하 서울학습도움센터만 해도 현재 계약직 연구원 5명과 시간제 상담사 89명이 활동 중이다. 1년 마다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이들의 고용불안은 학습부진 학생의 부실한 관리로 이어질 수 있다.
클리닉센터에 맡겨지는 학생들은 학습부진 정도가 심한 만큼 풍부한 상담 경험과 뛰어난 교수능력을 갖춘 연구원들이 담당해야 하지만 정작 정규교사 자격증을 갖춘 상근 연구원은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 상담사도 학습치료사, 전문상담교사 자격증을 가진 심리학ㆍ아동복지 등 관련 전공 4년제 대학 졸업자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는 “증세가 심하면 동네에 있는 1차 병원에서 대학병원인 3차 병원으로 옮기기 마련인데, 학습부진아 관리는 오히려 거꾸로 돼 있다”고 지적했다. 핀란드의 경우 학습부진 학생 지도를 전담하는 특별지원교사가 되려면 대학원에서 전문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경력도 낮은 편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클리닉센터에 근무 중인 연구원 5명의 관련 경력은 지난해 9월 기준으로 4~18개월에 불과했다. 다른 시ㆍ도교육청 역시 1~17개월 수준이었다. 서울시교육청 초등교육과 관계자는 “연구원 중에는 석사 학위자도 있고, 또 전문가를 초빙해 강의를 듣는 등 꾸준히 전문성 향상 교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학습클리닉센터의 내실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좋은교사운동 김중훈 정책위원은 “연구원, 상담사의 고용불안을 해소하는 한편, 일선 학교 교사 중 심화연수를 통해 양성한 전문교사를 클리닉센터에 투입하는 방안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