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2일 화요일

김용규, 생각하는 법, 5가지 생각도구, 지식콘서트, 메타포르, 아르케, 로고스, 아리스모스, 레토리케, 기추법, 황금비율, 수사학의 여인, 연결지성센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4/11/28/2014112801936.html

2014년 12월 2일, 조선비즈닷컴, 이위재 기자/ 신성헌 조선비즈 기자 보도



[Weekly BIZ] 지난 2500년은 지식습득의 시대… 이젠 '생각하는 법' 아는 게 힘

  • 정리=이위재 기자 
  • 신성헌 조선비즈 기자
  • 입력 : 2014.11.29 02:59

    지식 콘서트 김용규 박사의 '인생을 바꾸는 5가지 생각 도구'
    웬만한 지식은 인터넷에 다 있다 - 기원전부터 동·서양에 賢者 쏟아져 
    만들어진 지식 가르치며 생각 퇴화… 그렇게 살아온 시간, 어느덧 2500년
    시·연설문 낭독하라 - 시로 은유를, 연설문으로 수사 익혀 
    컴퓨터에 새로운 소프트웨어 깔듯 우리 뇌에 '생각의 뉴런' 심어줘야

    김용규ㅊ
    지난 11일 열렸던 지식콘서트 '지금은 생각의 시대'에서 김용규<사진> 박사가 강연한 내용을 요약해 소개한다.

    지식이 경쟁력인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생각이 힘이고, 경쟁력이다. 불과 10년, 20년 전만 해도 뇌에 쌓아둬야 했던 지식이 이제는 전부 인터넷으로 들어갔다. 인터넷 접속 인구가 현재 10억명에서 10년 후면 50억명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지식은 사흘마다 두 배씩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그 많은 걸 머릿속에 넣어 다닐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어졌다. 언제든 검색해서 쓰면 된다. 대학 건물은 머지않아 물류 창고로 전락할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또 다른 도전이 다가오고 있다. 자동화 물결이다. '제2의 기계 시대'라는 신간에 따르면, 20세기에는 기계들이 블루칼라 일자리를 잠식한 데 이어, 21세기에는 각종 소프트웨어가 화이트칼라까지 밀어낼 기세다. 이미 법률 자문이나 약 조제, 진료는 스마트 기기들이 맡아서 한다. 베이컨은 '아는 것이 힘이다'라고 했지만, 이제는 생각하는 힘이 인간에게 남은 고유한 능력이다.

    문제는 우리가 생각하는 법을 잊어간다는 것이다. 농경과 도시 문명에 진입하면서 사냥하는 법을 잊은 것처럼, 자동화와 더불어 우리는 생각하는 능력이 급속히 퇴화하고 있다.

    결국 2500년 전 '생각하는 법'이 처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볼 필요가 있다. 기원전 8세기에서 3세기 사이 공자, 맹자, 노자, 부처,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생각의 대가가 쏟아져 나왔다. 서로 교류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이런 일이 동시다발로 일어났는지 신기하다. 이 뛰어난 사람들은 생각하는 법을 개발하고 지식을 만들어 가르치기 시작했다. 특히 고대 그리스에서 탄생한 생각의 방법들은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2500년간 유지된 교육 제도의 기틀이 마련된 것도 그곳이다. 하지만 이때부터 인류에게는 새로운 문제가 시작됐다. 후대 사람들은 선대의 천재들이 만든 지식을 배워다가 사용하는 데 익숙해졌다. 아인슈타인, 다빈치, 셰익스피어 같은 예외가 있었지만, 독자적인 사고 능력은 점점 퇴화했다.

    그렇다면, 생각하는 법을 어떻게 되살릴 것인가. 다시 고대 그리스 생각의 대가들로부터 배워야 한다. 현대 뇌과학의 놀랄 만한 발견 중 하나는 '뇌 신경 가소성(plasticity·可塑性)'이다. 뇌가 바뀔 수 있다는 이야기다. 새로운 걸 배울 때마다 뇌는 이에 해당하는 뇌신경세포 네트워크를 새로 만든다. 영어를 공부하면 영어를 위한 뉴런 네트워크가 생기는 식이다.

    컴퓨터로 치면 소프트웨어를 까는 것과 비슷하다. 아인슈타인이 죽은 다음 뇌를 분석해 봤더니 특별히 크거나 무겁지 않았다. 하드웨어는 비슷했다는 얘기다. 그런데 어디서 차이가 났을까. 소프트웨어였던 것이다. 뇌에 은유를 위한 뉴런 네트워크가 생기고 문장, 수사, 수를 위한 뉴런 네트워크가 생기게 하는 것은 컴퓨터에 소프트웨어를 까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제 우리는 '생각하는 법'의 원조였던 호메로스, 탈레스, 헤라클레이토스, 피타고라스, 프로타고라스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머릿속에 이식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때 생각의 방법들은 메타포라(metaphora), 아르케(arche), 로고스(logos), 아리스모스(arithmos), 레토리케(rhetorike)라 불렸다. 우리말로는 각각 은유, 원리, 문장, 수(數), 수사에 해당한다.
    다섯가지 생각의 도구
    ①시로 은유를 익힌다
    은유는 이미지를 통해 본질을 꿰뚫어보는 힘이다. 기원전 6세기 그리스 여류 시인 사포는 사랑을 이렇게 묘사했다. "다시 사랑이 온다. 사지를 부수고 고문하는, 달콤하고 고통스러운 그는 내가 이길 수 없는 괴물이다." 스토아학파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욕망의 핵심을 은유로 드러내기도 했다. "입구가 좁은 병에 팔을 집어넣고 과일을 가득 쥔 아이를 생각해보라. 이 아이는 팔을 빼지 못해서 울게 될 것이다. 과일을 버리면 손을 다시 뺄 수 있다. 욕망도 이와 같다." 이처럼 차원 높은 사고와 언어의 바탕에는 반드시 은유가 있다. 플라톤의 '동굴',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의 사다리', 다윈의 '생명의 나무',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등 모든 사상의 대가들은 은유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한눈에 보여준다. 은유는 천재들의 도구다. 우리가 은유를 익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시(詩)를 읽는 것이다. 시는 은유의 보물 창고다. 한국의 명시 100선 같은 시집을 하루에 5분만 읽어라. 낭송하거나 외우면 더 좋다.

    ②추리소설로 가추법을 익힌다
    원리는 자연과 사회현상 뒤의 숨은 법칙이다. 이를 통해 세계를 이해하고 구성하고 지배하고 조종할 수 있는 생각의 도구다. 만유인력 법칙을 알면 모든 물체가 밑으로 떨어지니 물레방아를 돌려 곡식을 빻고 수력 발전까지 할 수 있다. 원리를 알아내는 방법 중에 가추법(abduction)이 있다. 셜록 홈스가 왓슨이 나갔다 들어오는 걸 보고 "자네 우체국 가서 전보 부치고 왔지?"라고 묻는다. "어떻게 알았나?" "자네 구두코의 붉은 황토. 그런데 밟을 수 있는 곳은 런던의 우체국 앞뿐이다. 공사 중이라서." "그래? 그럼 전보 부친 건?" "자네는 오전 내내 같이 있었는데 편지를 쓰지 않았다. 책상 위에 편지지와 우편 봉투가 그대로 있으니까. 우체국에 가서 할 일이 전보뿐일 것이다." 이런 추론적 사고가 가추법이다. 우리는 추리소설 읽기를 통해 가추법을 기를 수 있다. 홈스 시리즈에만 217개 가추법 대목이 있다.

    ③완전한 문장으로 이야기함으로써 관념을 익힌다


    아이들은 인과 개념이 없다. 교육심리학자 피아제는 6세 전후까지 그렇다고 봤다. 백조가 된 왕자를 설명하는데 '나쁜 마녀가 있다. 그리고 왕자가 백조가 됐다'는 식으로 이해할 뿐이다. 인과 개념이 형성됐을 경우에는 '나쁜 마녀가 마법을 부렸기 때문에 왕자가 백조가 됐다'는 식으로 이해한다. 아이들은 동화책을 읽고 문장을 익히면서 차츰 이런 관념을 키워간다. 뇌가 문장을 만드는 게 아니라, 문장이 뇌를 만들어 간다. 따라서 엄마들은 가능하면 아이들에게도 완성된 문장으로 이야기하는 게 좋다. 이유식을 먹일 때도 그냥 '맘마'보다는 '나는 네게 맘마를 줄 거야'라고 완전한 문장으로 말하는 것이다. 갓난아이 때부터 이런 서술 구조에 자주 노출되면 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 문장은 본질적으로 세계에 대한 묘사다. 아이를 안고 책을 읽고 문장을 들려주면 아이의 뇌도 자연과 사물의 이치에 합당하게 형성되도록 한다. 더 크면 교과서나 신문 기사,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베껴 쓰게 하면 좋다.

    ④이미지로 수(數)를 익힌다


    수의 아버지는 피타고라스다. 그는 혼돈 상태인 자연과 사회 현상에 질서와 패턴이 있다고 봤다. 가령 시간은 만질 수도, 들을 수도 없다. 하지만 하루를 24등분해서 시간을 만들고, 30일을 묶어 달을 만들었다. 그 결과 우리는 절기를 따지고 시간표를 짜고 몇 시 몇 분에 만나자는 약속도 한다. 황금비율의 개념도 수를 토대로 한다.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에 따르면, 세상 꽃잎 중 92%가 피보나치 수열에 맞춰 개수가 이뤄져 있다. 이 수열 앞 수로 뒤 수를 나누면 갈수록 황금비율(1.618033987…)에 수렴한다. 황금비율은 파르테논 신전, 피라미드, 다빈치, 미켈란젤로의 작품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애플 로고에도 알고 보니 황금 비율이 숨어 있었다. 수는 자연과 사회, 예술에 질서를 부여해 패턴으로 드러나게 하고, 이를 통해 재창조할 수 있게 한다. 이처럼 창의적인 생각의 강력한 도구인 수를 우리는 단지 계량과 계산의 도구로만 쓰고 있다. 수학에 흥미를 가지려면 실생활 속의 이미지와 연결해서 학습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⑤연설문으로 수사를 익힌다


    이제는 많이 아는 것보다, 상대의 마음을 읽고 설득하는 것이 성패를 좌우하는 시대다. 유권자를 사로잡지 못하는 후보는 떨어지고, 면접에서 심사위원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수험생은 탈락한다. 직원들을 설득하지 못하는 리더는 살아남을 수 없고, 가족을 설득시키지 못하는 가장은 존경받지 못한다. 권위의 시대가 가고 설득의 시대를 맞았다. 16세기 그림 '수사학의 여인'을 보면 입에 꽃과 칼을 물고 있다. 꽃은 '문예적 수사', 미사여구법을 나타낸다. 대구, 도치, 반복과 같이 광고에 많이 등장한다. '피자헛, 함께 즐겨요'는 밋밋하지만 '함께 즐겨요, 피자헛' 하면 그럴싸하다. 칼은 '논증적 수사'를 가리킨다. 예증법, 생략 삼단논법, 대증식, 연쇄 삼단논법 같은 것들이다. 이런 기법을 익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좋은 연설문을 읽고 외우는 것이다. 링컨, 케네디, 오바마 같은 웅변가들 명연설을 모은 책을 사서 소리 내 읽어라. 베껴 쓰는 것도 좋다. 이런 문장을 외우면 몸에 수사학 뉴런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위클리비즈 위비클럽과 조선비즈 북클럽이 함께 여는 지식 콘서트가 12월 2일 저녁 7시 조선비즈 연결지성센터 교육장에서 열린다. 김성한 숙명여대 교수가 ‘진화생물학으로 풀어본 화성男 금성女’라는 제목으로 강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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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과 튀빙겐대학에서 서양 문명의 두 기둥인 철학과 신학을 공부한 정통 인문학자다. 그는 그동안 풍부한 인문학적 지식과 깊이 있는 성찰을 바탕으로 다양한 대중적 철학서와 인문교양서, 그리고 ‘지식소설’을 집필해왔다. 결코 쉽지 않은 주제들도 그의 글쓰기를 거치면 친절하고 맛깔스럽게 바뀌기 때문에 독자들은 그런 그를 가리켜 ‘인문학의 연금술사’, ‘한국의 움베르토 에코’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 저자가 이번에는 ‘생각’에 주목했다. 기원전 8세기부터 기원전 5세기 사이, 그리스에서는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인류 문명을 탄생시킨 ‘생각의 도구들’이 하나둘씩 만들어졌던 것. 그 생각의 도구들은 그 당시 칠흑 같은 어둠속을 헤매던 그리스인들에게 황금기를 가져다주었고 더 나아가 서양 문명, 아니 인류 문명을 탄생시켰다. 그 ‘생각의 도구들’은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지혜였던 것이다. 
    저자는 『생각의 시대』에서 바로 그 생각 도구들을 하나씩 하나씩 독자들에게 친절하게 안내한다. 남다른 생각 하나가 엄청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바로 지금, 늘 새로움을 창안해야 하고 한발 앞서 미래를 예측해야 하는 개개인들에게 이 책에 소개된 생각 도구들은 반드시 익혀 사용해야 할 필수품이나 다름없다. 
    더 나아가 인류사적으로도 우리는 근대 문명을 낳은 ‘근대적 이성’의 무능함과 폭력성을 넘어서야만 하는 과제를 눈앞에 마주하고 있다. 저자는 그 해답이 바로 ‘생각’에 있다고 말한다. 세계대전과 대량 학살, 차별과 증오를 낳은 근대적 이성을 대신할 ‘부드럽고 유연한 이성’이 바로 생각이기 때문이다. 

    주요 저서 
    『서양 문명을 읽는 코드, 신』 『백만장자의 마지막 질문』 『기적의 양피지 캅베드』 『철학 카페에서 문학 읽기』 『철학 카페에서 시 읽기』『철학 통조림』시리즈 『설득의 논리학』 『데칼로그』 『타르코프스키는 이렇게 말했다』 『영화관 옆 철학 카페』 『알도와 떠도는 사원』(공저) 『다니』(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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