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29일, 서울신문, 문소영 논설위원 칼럼
홍성국 씨가 지적한 성장의 한계에 부딪친 세계
1. 환경오염 / 2. 혁신의 한계 / 3. 사회 양극화 / 4. 공급과잉 / 5. 인구감소 시대 /
6. 부채 사회 / 7. 글로벌불균형(Global Imbalance) / 8. 인간성의 변화와 과거형 리더십
[씨줄날줄] 금융실명제와 금고/문소영 논설위원
‘세계가 일본 된다’는 미래학 책을 펴낸 홍성국 대우증권 사장은 최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한 저자 강의에서 이 현상을 두고 “제로금리 시대가 20년 이상 된 일본에서 은행에 돈을 맡길 이유가 없었다”면서 “특히 노인들은 인터넷뱅킹이나 현금 인출기가 불편하니 차라리 돈을 집 안에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것이 일상화된 것을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당시 이와테현의 주민 약 30%가 65세 이상의 노인이었다. 홍 사장은 “당시 수천 개의 금고를 수거했고 그 안에 수천만 엔의 돈이 들어 있었지만 신분증이 없어 주인을 파악할 수 없었다”면서 “금고를 사용한다면 반드시 신분증을 복사해 함께 넣어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사장은 세계가 유례없는 ‘전환기 복합불황’을 겪는 21세기에 창조적으로 불황 대책을 내지 못한다면 한국도 ‘금고의 나라’ 일본처럼 된다고 우려했다.
차명계좌를 금지하는 강화된 금융실명제가 오늘부터 발효하는 탓에 거액의 자금들이 은행을 빠져나가고 있다고 한다. 그 돈은 어디로 갈까? 금고로 들어갈까? 돈은 투자되거나 소비하는 등으로 돌고 돌아야 하며, 돈이 회전되는 속도가 빨라야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것이 상식이다. 돈이 금고나 장판 밑, 천장, 마늘밭 등에 묻혀 있다면 그것은 더는 유동성을 확보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2012년 박근혜 대통령 후보자의 핵심 공약 중 하나가 ‘지하경제 양성화’였는데, 세금을 우려한 부자들이 개인 금고를 많이 장만했다고 했다. 한국은행이 발권한 5만원의 70%가 은행으로 되돌아오지 않는 이유도 논란거리다. 뇌물로 누군가의 개인 금고에서 잠겼다는 추정도 무성하다. 최근 농협에서 1억 2000만원의 예금이 무단인출된 피해가 발생했으나 원인 파악도 못하자 “현금은 마늘밭에, 마늘은 농협에”라며 비아냥 트위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5만원권은 사라지고, 금고는 잘 팔리는 한국에서 ‘D의 공포’가 현실화할까 걱정이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2014-11-29 23면
홍성국
애널리스트. 다수의 저술과 강연, 기고, 방송 출연 등을 통해 ‘증권계의 미래학자’로 불린다.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에서 25년 동안 근무하며 세계경제와 한국경제를 두루 섭렵했다. 이 기간에 평사원으로 시작해 센터장까지 되었으니 일을 열심히, 많이 배운 편이다. 2004년 저서 '디플레이션 속으로'를 통해 한국을 포함한 세계경제가 저성장, 저금리의 디플레이션 기조로 진입했음을 국내에서 최초로 지적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 예언은 적중했다. 이번 책 '세계가 일본된다'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모든 분야에서 나타날 예정인 ‘전환형 복합불황’의 원인과 변화의 모습을 찾았다. 25년간 이어진 일본의 장기불황에서 미래 세계의 지향점을 찾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우울한 전망서이자 가치관의 대반전을 요청하고 있다. 63년 서울 출생. 서강대 정외과 졸.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 기업분석부장, 리서치센터장(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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