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9일 화요일

카를 야스퍼스, 이재승, 앨피, 죄의 문제, 시민의 정치적 책임, 국가폭력의 책임론, 법적인 죄, 형이상학적 죄, 도덕적 죄, 정치적 죄, 홀로코스트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667627.html

2014년 12월 4일, 한겨레, 이유진 기자 보도


죄의 문제
-시민의 정치적 책임

카를 야스퍼스 지음, 이재승 옮김
앨피·1만5000원
20세기 독일 실존철학자 카를 야스퍼스(1883~1969)의 정치철학서 <죄의 문제>를 이재승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번역했다. 1946년 2차 대전 직후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한 강의를 기초로 이 책을 펴낸 야스퍼스는 독일의 전쟁 책임에 대해 포괄적으로 검토하고, 국가폭력의 책임론에 대해 폭넓게 문제제기했다.
이 책에서 그는
죄와 책임을 4가지로 분류했다. 법률가의 관심사인 법적인 죄, 인간의 운명에 공명하고 예술가적 인간에게 영감을 주는 형이상학적 죄, 윤리학자나 정치철학자들의 사유를 진작시키는 도덕적 죄와 정치적인 죄다. 법적인 죄는 소수의 독일인 전범들, 정치적인 죄는 독일 국적자 시민 전체, 도덕적 죄는 나치의 만행을 방관한 독일인들을 포함한 유럽인들, 그리고 형이상학적 죄는 수용소 생존 유대인을 포함한 인류 전체로 넓어진다. 권력관계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숙명 탓에 “만인의 피할 수 없는 죄”를 지을 수밖에 없고, 이를 극복하는 것은 “정의와 인권을 실현하는 권력을 지지하는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정의에 봉사하는 의미에서 권력투쟁에 함께 나서지 않는 것도 “정치적인 근본죄이자 도덕적 죄”라는 것이다.
야스퍼스는 ‘모두가 죄인’이라는 사이비 교리와 ‘나만 무죄’라는 속물적 윤리 모두를 배격한다. 침묵하는 태도 또한 “가면”이라 규정했다. “(죄와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는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 회피적인 태도에서 자라난 마음은 은밀하고 무해한 욕설로 해소되고, 냉혹한 불감증, 광적인 격앙, 표현의 왜곡을 통해 무익한 자기소모에 이른다.”
전후 독일인들 상당수가 지금까지 홀로코스트의 참상에 대해 사죄하고 세대를 이으면서까지 연대의 책임감을 갖게 된 데는 야스퍼스의 철학 대중화가 끼친 영향이 적지 않다. 그는 나치 시대 정치적이고 사상적인 박해를 받다가 1945년 이후 독일의 정치적 재건과 대학 개혁에 참여했고, 대중 앞에도 적극 나섰다.
번역을 한 이재승 교수는 올해 봄 한국사회사학회 학술지 <사회와 역사>에서 ‘국가범죄와 야스퍼스의 책임론’이란 논문을 쓴 바 있는 국가폭력 전문가다. 이 교수는 ‘일베’ 논란처럼 표현의 자유 영역이 국가폭력 희생자에 대한 증오적 언동과 권력의 언어로 도배되는 점을 우려했다. 해결책은 “보통 사람들의 각성과 참여”에 있다는 것이다. “과거 청산은 이 보통 사람들을 주체로 각성하게 하여 국가범죄를 일삼는 국가를 혁신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이 책은 야스퍼스의 논의뿐 아니라 현재 한국의 국가폭력에 대한 검토까지 도와준다. 옮긴이의 해제와 부록은 본문 못지않게 중요한 텍스트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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